몽골의 도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검은 연기를 뿜어 내는 거대한 굴뚝이다. 발전소처럼 보이는데 고압 송전탑은 보이지 않는다. 석탄을 태워서 열을 만드는 공장이다. 여기서는 온수만 생산하고 발전은 하지 않는다. 몽골은 년 중 9개월 이상 난방이 필요하다. 여기서 생산한 온수를 파이프라인으로 각 가정에 공급해서 난방을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신도시의 도시난방과 같은 시스템이다.
아파트, 사무실, 주택의 각 실 벽에는 방열판이 붙어 있다. 방열판의 이름을 파르라고 한다. 파르에 하루 종일 따뜻한 물이 들어와 집안을 따듯하게 해 준다. 덕분에 몽골 도시에 살면 난방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기온이 올라가면 열공장 굴뚝의 연기가 적게 나오고, 추워지면 회색빛 연기가 많이 나온다. 파르 덕분에 영하 사십도로 내려가는 겨울에 집안에서는 런닝과 팬티 차림으로 살 수 있다. 샤인샨드에서 오래된 아파트는 파르 온수를 난방만 공급한다. 생활온수는 전기 순간온수기를 달아 사용한다.
샤인샨드 외곽에 제법 큰 변전소가 있다. 전기는 이 변전소를 통해서 공급된다. 바람이 많은 사막 도시에서는 바람 때문에 송전 선로에 문제가 자주 생긴다. 대략 일이주에 한 번 정도는 정전이 된다. 정전 되면 여섯 시간 이내에는 복구되어 전기가 들어온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열기를 이용하여 취사를 한다. 가스를 쓰지 않는다. 마트에는 휴대용 부탄가스를 팔기는 한다. 식사 준비할 때 정전되면 황당해진다. 그래서 부르스타와 가스 몇 통은 비상용으로 비축해놓아야 한다. 한번은 동료들과 생일 파티 한다고 레스토랑에 갔는데 정전이 되었다. 음식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몇 군데 돌아다니다가 가스 쓰는 중국식당을 발견했다. 촛불 아래 아주 우아하게 파티를 즐겼다. 그런데 그게 내 생일이었다.
전기와 물 사용 요금은 한 달에 한 번씩 투린 방크에 가서 직접 납부한다. 투린은 공공을 의미한다. 공공 부분만 담당하는 은행이 따로 있다. 우리처럼 계좌에서 자동 이체가 되지 않아 불편하다. 은행 창구에 가서 집 번지수를 대고 차스(전기)와 오스(물) 뭉크(돈) 하면, 행원이 컴퓨터로 검색하여 집주인이 누군지 말하고 맞느냐고 한다. 고지서를 출력해주면 거기에 사인하고 요금을 낸다.
우리는 난방과 상수도, 하수도 등으로 종류별로 세분화하여 관리하는데 이들은 한데 모아 요금을 징수한다. 난방, 상수, 하수, 쓰레기 청소비 까지 징수한다. 한 달 동안 모두 합한 물 요금이 2만 투그릭이 조금 넘는다. 그러니까 만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물 값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몽골에서 상수도는 지하수를 퍼 올려 공급한다. 샤인샨드도 마찬가지다. 여기 지하수는 석회 성분이 많아 음료로는 적당하지 못하다. 코이카 협력 의사는 신장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반드시 병에 들어 있는 생수만 마시라는 충고를 한다. 심지어 양치질하고 생수로 입을 행구라고 한다. 지하수에는 석회와 함께 포함된 탄산 때문에 이빨이 쉬 망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히 여기 생수 값은 저렴하다. 종류에 따라 값이 다르긴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생수는 2리터 들이는 1,000 투그릭 정도, 5리트는 1,600 투그릭 정도, 배달되는 19리터 큰 통은 2,000투그릭이다.
전기 요금도 상하수도 요금과 비슷하게 2만 몇 투그릭 정도 나온다. 가전기구도 있을 건 다 있고, 음식 조리도 전기로 하고, 컴퓨터도 2대나 겨는 데 이 정도다. 아무리 혼자 살지만 이건 너무 싸다. 아니 우리나라가 너무 비싼 건가?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땅 집고 헤엄치고 있다. 방만하게 경영하고, 헛발질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아 돈 펑펑 남으니 못할 짓이 없겠지.
TV는 우리나라와 같이 인터넷과 같이 들어 온다. 처음 설치할 때는 설치비를 사용자가 내야된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들어간 집은 이미 설치되어 있어서 그 돈은 물지 않아도 되었다. 몽골에서 인터넷 공급하는 통신사는 몇 개가 있다. 스카이텔, 유니텔, 모비컴 등이다. 핸드폰, 인터넷, TV를 같이 공급한다. 내 숙소는 유니텔 인터넷과 TV가 연결되어 있다. 한 달 요금이 35,000투그릭이다. 우리나라보다 싸기는 하지만 여기 전기나 물 요금에 비하여 너무 비싸다.
요금 징수도 전기나 물에 비하여 아주 세련되게 받는다. 한 달이 다가오면 요금 안내 문자가 온다.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면, 요금 납부 페이지에 연결된다. 여기서 계좌가 있는 은행을 선택하고, 들어가면 계좌이체로 바로 지불된다. 달러 계좌에서는 환전되어 이체된다. 역시 돈 많이 받는 회사에서 긁어 가는 방법은 다르다. 우리나라나 여기나 통신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지고 있다.
침실 하나, 거실 하나인 아파트 월세가 45만 투그릭이다. 여기에 공공요금을 합하면 한 달 동안 기본 주거비가 오십만 투그릭이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으로 따지면 별개 아니다. 하지만 여기 노동자가 한 달에 이백달러 정도 번다. 한 달 벌이로 간신히 기본 주거만 해결된다. 그러니 젊은 부부 둘이 열심히 일해도 근근히 살 수 있는 정도 밖에 안 된다.
사무실에 아침마다 우유를 팔러 오는 할머니가 있다. 낙타유를 뜨겁게 데워서 가져온다. 괜찮다. 한 컵에 900투그릭이다. 사백원 도 안 된다. 처음에 나에게 권하기 위하여 모두 사 먹었다. 다음에 그 할머니가 왔다. 동료들이 우유를 달라지 않는다. 그 다음날 도. 하루는 멋쩍어서 다 따르라고 하고, 돈을 냈다. 그래봐야 천 얼마니까. 그렇게 몇 번 지났다. 어느 날 한 동료가 다른 차 있다며 거절한다. 아차 했다. 내가 너무 막 나갔구나. 그 후로 그 할머니 올 때 쯤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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