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지난 일요일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아기와 함께 집에 왔다. 산모가 출산하고 나면, 두어달은 몸조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뒤치닥거리 해 주고, 마음 편한 친정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예전에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고, 단칸방에서 육아 했던 기억이 난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아기엄마), 부엌 하나 딸린 단칸방에 장모님이 와서 아내 몸조리를 해 줬다. 좁은 방에 어른 셋이 뒹굴고, 갓난 아기는 그 틈새에서 강보에 쌓여 바둥거렸었다. 그때 우리가 아기를 위해 준비한 것은 단촐했다. 분유먹일 누크 젖병 두개, 포대기 하나, 배내저고리 두어개, 깔개 하나 정도였다. 이 중에 깔개는 아직도 내가 애용하고 있다. 열대야로 잠못이룰 때 거실 바닥에 이 깔개를 깔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지난 봄부터 딸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면서 집에 짐이 하나둘 늘기 시작하였다. 아기 요람으로 쓸 이동식 침대를 당근으로 사서 근처 아파트 단지에 사는 젊은 부부한테서 받아 왔다. 집사람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그집 딸이 쓰던 카시트를 두개나 보내 왔다. 이걸로만 거실 절반이 차 가는데, 계속 들어온다. 아기 이불도 가지수가 많다. 요와 이불은 물론 방수 시트 등 이름도 생소한 것들이 몇가지가 된다. 가격도 만만찮다. 다 할려면 백만원도 넘게 들어간다. 수유 도구도 정신없이 많다. 젖병도 크기 별로 몇가지가 되고, 젖병 건조대, 식기 건조기만한 소독과 건조 겸용 건조기, 분유타는 물 끓이는 전용 포트, 젖병 중탕기 등 거의 싱크대 절반을 차지한다. 이 많은 짐이 얘네 좁은 집에 어떻게 들어가나 걱정이 된다.
딸이 집에 들어오면서 부터 집사람과 의견 충돌이 심했다. 먼저 아내는 산모와 아기는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딸은 시원하게 해야 아기의 태열이 내린다는 것이다. 다투다가 딸은 그럴거면 집에 가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아무튼 안방은 신생아실이 되어 냉방 온도를 23도로 맞췄다. 덕분에 거실 에어콘도 빵빵하게 해서 나도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는 호강을 하고 있다.
몽골에 있을 때 아기를 천으로 꼭 싸서 끈으로 묶어서 안고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딸이 조리원에서 배워 온 아기 싸는 방법이 이와 비슷하다. 아기를 배내저고리 입히고, 속싸개라는 평당미터 정도 되는 흰 천으로 아기를 싼다. 속싸개로 아기 왼팔을 넣어 천을 감고, 오른쪽 팔을 넣은 다음 천을 한바퀴 돌려 감는다. 다리 부분도 길게 한바퀴 돌려 감아 마무리해서 아기가 꼼짝 못하게 묶어 놓는다. 내가 몽골에서 보았던 아기 싼 모습과 비슷해진다. 이 방법에 장점은 있어 보인다. 신생아는 젖을 먹고 나면 잠을 잔다. 아기가 잠을 잘 때 속싸개 천으로 꼭 묶여 져서 팔 다리를 조으고 있으면, 아기가 자궁에 있었을 때와 비슷한 감을 느껴서 안심한다고 한다. 실제 자는 아기가 선 잠이 깨어 찡찡 거릴 때, 팔과 다리 부분을 손으로 살짝 눌어 주니까 다시 잠에 빠지기도 했다.
신생아 양이는 이제 세상에 나온 지 19일이 되었다. 정확하게는 18일 15분이다. 23시 45분에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15분이 하루가 되었다. 젖은 두세시간 간격으로 먹는데, 모유보다 분유를 좋아한다. 엄마 젖은 조금 빨다 잠에 빠지는데, 분유병을 물리면 세차게 빨아 60ml 이상은 거뜬히 해치운다. 할수없이 아기가 모유먹다 지치면, 분유로 배를 채워준다. 한번에 대략 100ml 정도는 먹는 것 같다. 아기가 이렇게 잘 먹고 나면, 두세시간 정도는 잠에 푹 빠진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것이 가장 맛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맛 본 분유맛에 아기 입맛이 따라간 것 같다.
출생 19일 밖에 안된 신생아는 두세시간 간격으로 수유와 잠을 반복할 뿐, 아직 낮과 밤을 가리지 못한다. 어른들의 생활 주기처럼 낮에 잘 놀다가 밤에 푹 자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맞춰주지 않는다. 잠에 빠졌다가 배고파지면 울며 보챈다. 아기는 대략 낮 두시에서 여섯시까지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저녁에 깨어나서 고요한 시간에 칭얼대며 젖달라고 운다. 수유하고 나면 잠시 조용애지다가 다시 칭얼대고 이렇게 밤을 보낸다. 아기엄마도 아기도 굿나잇을 못한다. 아기가 낮에 충분히 먹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면 눈을 뜨고, 눈동자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눈동자가 따라오지는 않는다. 보는 것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까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기가 문소리에 반응을 하였다. 소리는 듣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기 돌본 시간이 이제 겨우 나흘이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데 일이 많아진 것은 현실이다. 설거지 빨래 뒤치닷거리가 나한테 돌아오기 일수다. 실제 아기 돌보는 데에만 아기 엄마 혼자 감당이 안된다. 그리고 아기옷 우유병 등 세척과 정리할 것이 쌓인다. 그래서 아기 돌보는데 한사람, 뒷바라지 살림하는데 한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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