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이년전 12월 말쯤 친구딸 결혼식장에 다녀오던 중에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 들은 초음파 사진으로 아기 가진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변화가 생겼다. 딸은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를 끊었다. 애지중지하던 커피머신을 동생손에 들려 집으로 보내왔다. 그리고 딸네집 냉장고를 보니 김치와 매운 반찬이 줄지 않고 그대로 있다. 딸은 식습관을 눈에 뜨이게 바꿨다. 그렇게 좋아하던 매운 것, 자극적인 것을 멀리한 모양이다. 딸의 얼굴이 좋아 보인다. 그동안 애용했던 자극적 음식이 몸에 좋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딸은 출산하고 나서 산후조리원에 2주간 있다가 아기와 같이 친정인 우리집으로 왔다. 산후조리와 신생아 육아에 가장 편한 곳이 친정집이다. 그래서 아내는 산모 몸조리, 아기 보기 두가지 짐을 맡아 하게 되었다. 산모의 몸조리의 대명사는 미역국이다. 누군가에게 미역국 끓여주었다는 것은 산후 몸조리를 해 주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는 하던대로 마트에서 녹색이 진한 미역을 사다 미역국을 끓여 산모에게 주었다. 아내는 그동안 미역 때깔이 검을수록 좋은 미역으로 여겼다. 미역을 더 사려고 건어물 시장인 중부시장에 갔다. 상인이 갈색빛이 많고 희끗희끗한 얼룩도 있는 미역을 산모용이라고 내놓는다. 산모에게는 자연산 미역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검은 녹색의 꼬불꼬불한 가느다란 미역은 양식 미역으로 한번 데쳐서 말린 것이란다. 이런 건 냉국이나 만들고, 미역국은 자연산으로 끓여야 국물이 뽀얗타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찮다. 보통 사백그램 한봉지에 만원 정도면 사는데, 자연산은 그 네배인 사만원 정도다. 일단 산모 몸조리용이니까 큰맘먹고 가져왔다. 딸이 그걸로 끓인 미역국을 먹더니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게 뭔데 이렇게 맛있냐는 것이다. 역시 음식 맛은 재료를 뛰어 넘지 못하는구나.
아기의 음식은 엄마의 젖이다. 산모 젖은 아기 낳고 나서 며칠 지나야 제대로 나온다. 그때 까지 산후조리원에서 아기한테 분유를 먹인다.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먹는 것이 사람의 것이 아니다. 아기가 집에 와서 엄마 젖을 잘 먹지 못한다. 아기의 의사소통 수단은 울음이다. 배가 고프면 운다. 아기가 울며 보채면 어미젖을 물린다. 그런데 이제 막 출산한지 두주 정도의 산모에게서는 젖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산후조리원에서 분유에 맛 들인 신생아는 엄마의 젖이 맛있지 않을 뿐 아니라 양도 적다. 그래서 조금 빨다가 지쳐 울며 보챈다. 할수없이 분유병을 물리면 세차게 빨아 50ml 정도는 순삭한다. 그러고 나서 포만감에 젖은 아기는 곧 잠에 떨어져 한시간 정도는 한시름 놓을 수 있다.
모유 수유를 꼭 해야되는 산모에게 걱정이 생겼다. 아기가 분유만 좋아하니 어떻하나. 하루내내 아기가 울며 보채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할머니인 집사람은 빨리 분유먹여 재우라고 성화다. 그런데 신세대인 산모는 다르다. 우는 아기 달래가며 모유 수유 양을 늘리려고 애를 쓴다. 매일 아기 재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분유 한병이면 쉽게 끝나는데 아기 엄마는 그러지 않고 있다. 아무튼 여름밤 보내기가 쉽지 않다. 오늘이 아기 태어난지 36일 째다. 아기 엄마에게 수유 비율을 물어 보았다. 모유 수유 비율이 90% 정도라고 한다. 일주일에 아기 몸무게가 250g에서 300g 정도는 늘지 않으면 분유 비율을 높여야 된다고 한다. 아기 몸무게를 재보니 4.1kg이다. 태어날 때 3.28kg이었으니까 4주만에 1kg 가까이 늘었다. 이 정도면 안정적으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다.
며칠 전에 소아과 병원에 가서 신생아 건강검진을 했다. 태어난 병원을 나와서 최초로 다시 병원을 찾았다. 건강검진이라야 몸무게와 키 재고 의사가 육안으로 건강상태 확인하는 정도다. 곁들여서 BCG 접종도 했다. 의사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모유 수유를 받으면 최선이라고 한다. 의사가 얘는 팔십 까지는 끄떡 없어요 한다. 인도 사람들은 사람이 태어나면 백살 까지는 그냥 살 수 있는데 자연스럽게 살지 못해서 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80이든 100이든 좋다. 다만 이 아기가 건강하게 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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