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배출 호스는 안전하게 제거하였다. 그리고 방광에 잔료가 남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3시간 후인 12시에 다시 병원에 가서 초음파로 확인해야 된다고 한다. 일단 산모를 조리원에 데려다 주고, 우리 부부는 딸네 집에 가서 잠시 쉬기로 했는데, 아내는 빨래 세탁하고, 화장실 치우고, 가만히 있질 못한다. 밖에 나가서 산모가 먹고 싶다는 망고 두개를 사다 까서 통에 담아 막 나가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아기 눈에 눈꼽이 껴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일병원에 소아과가 있어서 오후 2시에 진료 예약을 했다. 그런데 산모가 12시 진료라 아기를 데리고 같이 병원에 가게 되었다. 일단 산모는 바로 들어가 진료를 받고, 우리는 차 안에서 아기를 보며 기다리는 것이다.
아내는 덕분에 두 주 후에나 볼 수 있게 되는 아기를 안아보게 되었다. 처음 상봉하는 순간이니 얼마나 감격적이냐. 그런데 이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병원 옆 건물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서, 산모는 잔료 체크하러 병원에 들어갔다. 내가 동행하려고 차에서 나왔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해서 돌아 왔다. 차에 들어가니 아기 울음이 요란하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우렁찬 울음 소리에 기분이 확 깬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가 어쩔줄을 모르고 있다. 내가 차에서 나갈 때 부터 계속 운다는 것이다. 이러다 목이 쉬면 어쩌냐며, 안절부절 못하며 달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자세나 동작이 너무 어설프다. 이거 아이 둘이나 키워낸 프로 할머니가 맞나. 얼마 전엔 구청에서 아기 보는 육아 교육도 받았었다. 좁은 차안에서 어쩌지 못해, 할 수 없이 아기를 안고 나와 병원 소아과 앞으로 갔다.
우는 아기 안고 소아과 접수대 앞에 가니 다행히 지금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선 할머니가 아기를 안고 진료실로 들어 갔다. 진료실 안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새 나온다. 잠시 후에 산모가 와서 진료실에 같이 들어 갔다. 의사는 아기가 배고파서 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유실에 들어가 조리원에서 준비해준 분유를 먹이려고 했는데 완수하지 못했다. 산모와 할머니 둘 다 돌발 상황에 쩔쩔매고 있다. 이래서 아기를 어떻게 키울까. 산모는 그래서 산후조리원에서 초보 엄마 적응시켜서 내보내는 것 아니냐고 한다. 처방한 점안액을 약국에 가서 샀다. 하루에 두번 눈에 넣으란다. 아기 눈에 넣기 힘들면 잘 때 눈을 살짝 벌리고 넣으면 된단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산모에게 잔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출산 후유증이 한거풀 벗겨진 셈이다.
조리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아기가 계속 운다. 둘이서 아기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가 아기를 안아 머리를 어깨에 올려 놓으려는데, 아기는 머리를 곧추세우고 울어 댄다. 아니 난지 사흘밖에 안된 애가 왜 이리 힘이 좋아. 초반부터 할머니가 아기에게 밀린다. 얼마 후 간신히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잠에 빠졌다. 조리원 앞에 산모와 아기를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 왔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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