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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지만 겨울이 머문다

고비의 3월 날씨

강성욱 | 기사입력 2019/04/06 [02:54]

봄이지만 겨울이 머문다

고비의 3월 날씨

강성욱 | 입력 : 2019/04/06 [02:54]

▲     © 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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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 기온은 제법 올라갔다. 생샨드 시내는 지난번에 내린 눈이 거의 다 녹았다. 다른 나라에서 온 국제협력단원들과 같이 생샨드 교외로 나갔다. 초원에 바람은 거의 없다. 멀리 무리가 보인다. 젤은 몽골 가젤이다. 고비에 수만 마리의 야생 젤이 살고 있다. 겨울의 황량한 고비 들은 이 차지한다. 유목민들은 겨울 들에 푸른 풀이 없어서 양과 염소 무리를 멀리 이동시키지 않는다. 거의 게르 근처에서 머문다. 그래서 젤은 방해받지 않고 사막을 이리 저리 누빈다. 눈 앞에 젤 한 무리가 이동하고 있다. 젤은 검은 털이 없다. 짐승 무리에서 검은 색이 보이지 않으면 젤이다. 이 녀석들은 야생이라 달리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런데 약 3킬로 미터 정도 전속력으로 달리면 지쳐서 주저앉는다고 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말이나 모터사이클을 몰아 이런 방식으로 젤을 사냥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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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단순한 기념일 정도로 넘긴다. 그것도 최근에야 메스컴에서 떠들지, 예전에는 여성의 날이라는 언급이 거의 없었다. 몽골은 오늘이 공휴일이라 삼일 연휴가 된다. 여기서 이 날은 여사 공휴일이 아니다. 집집마다 한 판 축제가 벌어지는 잔치날이다. 남자들은 장미와 케이크, 초콜릿을 준비한다. 거리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삼삼오오 떼를 지어 자기들의 축제장으로 간다. 예전 우리의 크리스마스 이브와 비슷하다. 이들은 어제 저녁부터 술을 먹기 시작했다. 좀 심한 사람은 오늘도 마실 것이고, 아마 내일 새벽이나 되어야 끝이 날 것이다. 다행히 날씨는 좋다. 3월 들어서 큰 바람도 없고, 공기는 맑다. 여기 하늘처럼 세상 모든 여성에게 축복을 내려 주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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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일이 몽골의 군인의 날이다. 38일 여성의 날을 치르고 나서 몽골 여성들은 이 군인의 날을 남성의 날이라며 축하잔치를 열어준다. 삼월 중순 넘어가니 바람이 점점 세게 불기 시작한다. 강풍은 아니지만 초속 10m 정도는 된다. 여기서는 바람이 조금만 세져도 어려워진다. 사방이 맨땅이라 작은 바람에도 모래가 날린다. 이제 햇살도 제법 강해진다. 겨우내 둘렀던 목도리 귀마개가 물러나고 선글라스가 자리를 차지한다. 햇살이 강하고 모래가 때리는 통에 눈을 뜰 수 없다. 이제는 밤에도 선글라스를 하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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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아침에 눈을 뜨니 들판이 하얘졌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 와 사막에 하얀 옷을 입힌 것이다. 거센 바람에 날리는 눈이 얼굴을 때린다. 선글라스를 깜박하고 나와서 눈을 뜰 수가 없다. 항상 대충 하고 나서는 통에 된통 당한다. 이제부터 사막의 시련인가. 춘분이 내일인데 아직 겨울이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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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람이 일고 나서 나흘 정도 추위에 떨었다. 공기가 정체되자 햇빛에 가열되어 기온이 제법 올라갔다. 축대 틈에 끼어 있던 눈이 녹아 내려 물이 고인다. 비둘기들은 모처럼만에 목욕을 한다. 이 정도라면 나무 가지의 잎도 돋을 만하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바람이 세지면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여름이 될 때 까지 두꺼운 옷을 벗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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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무렵 검은 구름이 북쪽에서 몰려 왔다. 사막에서 구름이 나타나면 시련이 시작된다. 바람이 거세진다. 하일라스가 거의 꺽일 정도로 휜다. 지난 수요일 강풍이 몰아쳐 눈을 몰고 오더니 근 일주일 만에 다시 강풍이다. 이런 바람이 몇 번 지나야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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