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어학 학교가 몇 군데 있다. 우리는 Bridge School, 몽골어로 ‘구루 소르고일’에서 두 달간 몽골어 공부를 했다. ‘구루 소르고일’은 명색이 학교이지, 교실 몇 칸에 학생 몇 명 어학 연수하는 학원이다. 몽골에서는 교육 기관을 모두 소르고일이라고 부른다. 우리처럼 공교육 기관을 학교, 사교육 기관을 학원으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보통 소르고일 하면 초중고가 합쳐져 있는 12학년제 학교, 대학교는 ‘이흐 소르고일’이라고 한다. ‘이흐’는 크다는 의미이다.
‘구루 소르고일’ 도심 외곽 13번 구역의 ‘산사르’ 라는 동네에 있다. 여기는 아파트들이 많는 주거 밀집 지역이다. 산사르 입구에 이마트 1호점이 있다. 이 학교는 언덕 중턱의 주택가에 7층 건물의 1,2층을 사용하고 있다. 1층은 유치원이고, 2층에 몇 가지 과정의 학교가 같이 사용하고 있다. 2층에는 가운데 복도를 두고 10여명 정도 들어가는 작은 교실 열개 정도가 미음자로 둘리어져 있다. 아마 추운 겨울에 보온 때문에 이런 구조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우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두 명으로 이름은 오요나와 딘세이다. 책임 교사까지 해서 세 명인데 모두 여성이다. 오요나는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고, 여느 몽골 중년 여성처럼 좀 몸집이 좋다. 딘세는 20대 후반인데, 만삭의 몸이다. 둘이 요일별로 분담해서 하루씩 수업을 담당한다. 딘세는 신세대답게 한국어를 잘 한다. 그녀는 수업 중에 한국어로 설명을 잘 한다. 오요나는 수업 중에 ‘솔롱거스 힐(한국어)’을 못해서 ‘오찌랄래(미안하다)’라며 양해를 구하고, 영어로 몽골어 단어 의미를 설명한다. 그런데 영어 발음이 러시아식인지 유럽풍이어서 설명이 쉽게 되지 않는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이해시킬려고 애쓴다. 이들은 수업 중에 항상 눈을 마주치고, 하나 하나 확인하면서 반복 시킨다. 내가 예전에 교실에서 30여명 앉혀 놓고, 아는 거 자랑하듯 화려한 프레젠테이션과 달변으로 아이들 주눅들게 만들고, 단번에 설명을 마치고, 수업 목표 달성한 듯 착각했던 모습이 비춰진다. 학습은 교사가 많은 내용을 쏟아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이 이해한 정도를 확인하고, 반복해서 끌어올려야 한다. 대중 전달식 학습에는 한계가 있다. 일대 일로 지도하는 교육이 가장 좋은데, 우리에게는 IT 매체가 사람 사이에 껴 들어와, 선생과 학생 사이의 간격이 되고 있다.
몽골인들의 점심 시간은 아주 짧다. 이 학교에서는 점심 시간을 12시 20분부터 1시 까지 40분 밖에 주지 않는다. 학교 뒤에 ‘cafe’ 간판을 한 음식점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 ‘cafe’는 커피나 간단한 간식을 파는 곳인데, 여기는 몽골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다. ‘샤오반’이라는 음식을 시켰더니 고기와 양배추, 납작한 국수를 볶은 음식이 나왔다. 양이 무척 많다. 국수는 그런대로 먹을 만한데, 고기는 소금간이 좀 쎄다. 양도 많고 짜서 다 먹지 못했다. 지나보니 몽골 음식점들의 소금 간이 대체적으로 짜다. 음식을 주문할 때 ‘다브스 바그’ 하면서 손으로 적게 넣으라는 표시를 하면 된다. ‘다브스’가 소금이고, ‘바그’는 작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몽골 식당의 음식 값이 5,000~7,000 투그릭 정도다. 환율 생각하면 한끼 식사로 그런대로 괜찮다. 이보다 좀 더 저렴하게 먹을려면 ‘채니 가자르’로 가면 된다. 몽골어로 ‘체’는 차를 의미한다. ‘가자르’는 사람들이 교류하는 공간이다. 그러니까 ‘체니 가자르’는 차집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은 우리 나라 분식집처럼 작은 규모로 몽골 전통 음식을 싸게 파는 곳이다. 카페보다 1000투그릭 정도 저렴해서 학생과 노동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몽골 사람들의 삶과 먹거리를 볼려면 이런 곳에서 점심 몇 번 해결하는 것도 좋겠다. 주요 메뉴는 만두인 ‘보츠’, 튀긴 만두 ‘호쇼르’, 만둣국과 비슷한 ‘반슈테 슐’, 볶은 국수 ‘샤오반’ 모두 먹을 만 하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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