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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하는 고비

2월의 고비 날씨

강성욱 | 기사입력 2019/03/02 [14:19]

봄맞이 하는 고비

2월의 고비 날씨

강성욱 | 입력 : 2019/03/02 [14:19]

2월은 자칫 버려지기 쉬운 달이다. 다른 달에 비하여 이틀이나 짧고, 설날도 있어서 노는 날도 많다. 학교에서는 방학도 아니고 학기도 아니고 어쩡쩡하게 보내버린다. 몽골은 설날을 차강 사르라 하며, 명절로 지낸다. 차강은 흰색이고, 사르는 달이다. 하얀 달이다. 한 해의 시작이 하얀 달이다. 하얀 바탕에 하나씩 색을 칠해 나가면 한 해가 된다.

이번 설은 귀국해서 가족과 같이 보냈다. 설 쇠고 7일 울란바타르로 들어와 10일 고비로 돌아왔다. 2월의 고비는 따뜻했다. 기상이변인지 바람도 거의 없고, 눈도 몇 번 내렸다. 몽골인들은 봄은 힘든 계절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영 딴 판이다. 고비는 행복한 봄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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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가 끝에 돌아온 생샨드는 따뜻한 봄날이다. 지난 달 25일 생샨드를 나가서 어제 돌아왔으니 반달 이상을 돌아다녔다. 서울에서의 일주일은 거의 매일 술독에 빠져있었다. 하루에 한 패 씩 만남을 치뤘다. 귀국하자마자 저녁에 현주네부터 시작해서 부름의 전화, 몽골팀, 가족, 사목, 자양팀, 조카 상견례, 처가, 저녁마다 회식이었다. 예정했던 전교조 식구들과 동문들은 말만 꺼내고 만나지도 못했다. 일주일동안 병원도 무려 여섯 번이나 다녀왔다. 무슨 중환자라도 되는 것 같다. 치과 두 번, 고혈압 두 번, 동네 병원 두 번 이건 몽골살이에 필요한 약재 확보 때문이다. 혈압 당뇨약 6개월 치, 장염 약 에다, 이번에는 치주염약 까지 추가했다. 몽골 물 때문인지 영양 결핍인지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몇 달 전부터 잇몸에서 피가 나온다. 그래서 치과 약까지, 약만 한가방이다. 여기다 아내는 남편 몸 생각에 고추짱아찌 부터 시작해서 가지가지 밑반찬을 챙긴다. 짐이 엄청나다. 아무튼 정신없이 열이틀 휴가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집에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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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밤새 흰 구름이 고비를 덮었다. 출근길에 가족 광장에 쌓인 눈을 밟았다. ‘뿌득 뿌득눈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 몽골에서 처음으로 눈에 발자국을 남겨 본다. 바람은 잔잔하다. 잔바람에 간간이 눈발이 날린다. 이 정도 바람으로는 구름을 쉬이 밀어내지 못할 것이다. 싸라기눈이 하루 종일 내린다. 적어도 5센티미터 이상은 쌓였다. 사막이 하루 만에 하얘졌다. 이 눈은 다가오는 봄에 축복이 될 것이다. 고비에 쌓인 눈은 5월이나 되어야 녹는다. 봄이 되면 눈이 서서히 녹으면서 돋는 새싹에 물을 공급하게 된다. 눈 녹은 물은 사막을 녹색으로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눈 덮인 사막에서 오축들은 당장 먹이를 찾기 어렵겠지만, 새 봄에는 축복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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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많이 길어 졌다. 동지 지나 두 달 정도 된다. 해는 하루에 거의 1분 정도 일찍 뜨고, 1분 정도 늦게 진다. 동지에 오후 다섯시도 안 되어 지던 해가 이제는 6시 넘어야 서쪽 지평선에 걸린다. 요즘은 바람도 거의 없다. 작년에 비하면 아주 따뜻한 봄을 맞고 있다. 바람이 잔 탓에 게르에서 밤새 내 뿜은 연기가 거리에 가라 앉아 뿌연 매연이 된다. 아침까지 뿌옇게 내려앉은 연기는 해가 중천에 올라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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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열차가 동당역 프랫폼에 들어온다. 장장 육십여 시간을 달려온 열차다. 아니 어둠을 뚫고 육십여년을 달려온 열차다. 저들은 지난한 세월 동안 미국의 패권과 싸워왔다. 이들은 새날을 여는 담판을 하러 왔다. 서양의 패권을 물리쳤던 땅에 와서 평화의 새벽을 열려고 한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 한다.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종종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늘도 내 마음을 아는지 짙은 구름이 내려앉는다. 저녁나절 새털 같은 눈이 뿌려져 들판에 뿌려진다. 다행히 바람은 없다. 2월 들어 바람 없는 구름이 몇 차례 찾아 왔다. 사람들은 눈을 맞으며 감사해 한다. 축복의 눈처럼 평화의 새 날이 열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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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가 제법 빨리 올라온다. 이제 아침 운동 마치기 전에 사방이 환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유리창이 흐려진다. 습기가 찾나 하며 밖을 보는데, 거리가 안개에 덥히고 있다. 고비에서 처음 보는 안개다. 여기 사람들은 안개를 마난이라고 한다.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거이 마난! 거이 마난!’ 한다. 비가 귀한 이곳에서 습기를 주는 안개가 고맙다. 밖에 나가니 나무에 눈꽃이 피어 있다. 아침 안개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것이다. 설악의 상고대와 비슷하다. 상고대가 생기는 이유를 알겠다. 한겨울에 구름이 산마루를 넘어가면서 구름 입자인 빙정이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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