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12월 말에 신질(신년) 파티를 직장, 모임별로 거하게 치른다. 거의 일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거의 한 방에 날릴 기세다. 우리 기관은 신질 파티를 더른고비 남쪽 중국과의 접경 도시 자밍우드와 인접한 중국 예린에 가서 치르기로 했다. 그래서 기관 직원 모두 12월 25일 자밍우드로 가서 중국의 예린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나는 비자 문제로 중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자밍우드에 남게 되었다. 덕분에 몽골의 물 없는 항구 도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12월 셋째 주 쯤, 현장사업 컴퓨터실 내부 공사가 한참 인데, 행사 담당인 뭉크체체크가 신질 맞이 행사를 예린에서 한다고 전한다. 그는 이 행사가 아이막 청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아이막 청에 참가하는 직원들 여권 사본을 수집하여 아이막 청에 보고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권 사본 주면서 나한테 중국 비자가 발급될 수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그는 아이막 청과 몇 번 연락하더니 문제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몽골인은 중국에 비자없이 입국할 수 있고, 한국인은 비자가 있어야 한다.
나는 코이카 송과장에게 이 행사 참석을 출장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송과장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내가 행사에서 발표와 같은 역할을 하면 출장이 가능한데, 단순 참가는 안되니까 국외 휴가를 허락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국외휴가 3일을 신청했다. 기관 신년행사 참가를 위해 아까운 국외휴가 3일을 날리게 되었다. 코이카 단원은 활동 기간 2년 동안에 21일의 국외 휴가를 가질 수 있다. 이 기간은 주제국 출입국 날과 공휴일을 포함되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다.
문제는 출발예정일인 24일 일어났다. 아침에 짐 보따리 메고 기관에 갔는데, 기관 직원들은 여행 행색을 하지 않고 있다. 롭슨에게 출발 시간을 물었더니 내일 아침 버스로 간다는 것이다. 이것 들이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나만 쏙 빼고 지들만 쑥덕쑥덕했다. 하긴 이제까지 쭉 그래왔으니까 별로 기분상할 것도 없다. 이방인인 내가 참고 따라가는 수 밖에. 기관장 오트공바야르가 나의 몽골에서 중국으로의 출입국 여부를 묻는다. 확인을 위해 아이막 청의 사회국장 오트공치메그에게 갔다. 이 나라 한다하는 자리는 죄다 오트공이 하고 있다. 그가 자밍우드 출입국 사무소에 연락하여 나의 비자 취득 여부를 확인해 본단다. 몇 시간 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밍우드에 중국 영사관이 없어서 울란바타르에 가서 중국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중국비자영사관은 울란바타르 베이징 거리 초입의 중국 대사관 왼편에 있다. 그것도 이 비자 사무소는 월, 수, 금 오전에만 일한다는 것이다.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생샨드에서 울란바타르 까지 가는데 하루, 돌아오는데 하루, 비자 발급에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최소한 일주일 전에 서둘렀어야 했다. 급히 비자 문제를 코이카 송과장과 상의했다. 그가 주몽 중국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관광비자 발급에는 3일 걸리고, 중국 기관에서의 초청장이 있으면 관용여권 소지자는 비자 없이 중국에 입국할 수 있다고 한다. 행사담당자에게 중국에서의 초청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린행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본전이라도 건지려고, 내일 아침 같이 출발해서 자밍우드로 가서, 나는 하루 동안 자밍우드를 구경하고, 예린으로 나간 직원들이 자밍우드로 돌아 오면 같이 생샨드로 함께 오기로 했다. 내 문제로 침울해진 뭉근체체크가 반색을 한다. 자밍우드 ‘도토르 베르(기숙사)’에서 밥까지 주니까 숙식 해결하고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속 ‘오찌랄레(미안합니다)’만 반복하던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 나에게 자밍우드 왕복 버스비 21,000 투그릭을 달라고 한다. 다행히 송과장이 국외휴가를 취소해줘서 아까운 국외휴가를 날리지 않고 가보고 싶었던 자밍우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게 전화위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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