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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의 겨울나기 ①

델그르 솜으로 가는 길

강성욱 | 기사입력 2018/12/15 [12:47]

고비의 겨울나기 ①

델그르 솜으로 가는 길

강성욱 | 입력 : 2018/12/15 [12:47]

▲     © 강성욱

 

햇빛이 적은 겨울은 온도가 낮아 식물이 생장을 멈춘다. 그리고, 들의 사람들은 농사일을 멈추고 휴식에 들어간다. 그래서 겨울은 머문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겨울이 오기 전에 곡식을 추수하고, 김장으로 채소를 저장한다. 들에서 가축만 기르는 몽골인들도 겨울 준비를 한다. 주식이 고기인 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추위가 오기 전에 고기를 저장하는 일을 한다. 이 작업을 몽골쵸딘 어월 이데슈라고 한다. 어월은 겨울이고, 이데는 먹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몽골인의 겨울 먹거리 저장이라고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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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슨의 처 가족들이 생샨들에서 백킬로 이상 떨어진 델그르흐 솜이라는 시골에 산다. 이번 주 일요일부터 3일간 어월 이데슈를 한다고 한다. 같이 가기로 하고, 국장에게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롭슨의 자동차가 낡아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가기는 어렵다. 혹시 이동하다가 고장이 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생샨드 시내서 십여킬로만 벋어나도 휴대전화 통화가 안 된다. 만약에 사막 한가운데 전화도 안 되는 곳에서 자동차가 고장나면, 영하 삼십도의 추위 속에 어찌 할 방법이 없어진다.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롭슨이 괜찮은 자동차를 물색할테니 준비가 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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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해가 저물고 나서야 롭슨이 숙소 문을 두드린다. 나더러 준비 다 됐으면 이제 떠나자고 한다. 가방 둘러메고 내려가 차에 오르니 뒷좌석에 노인 한 분이 앉아 있다. 롭슨의 장모다. 겸사겸사 처갓집에 장모님을 모셔다 드리는 것이다. 생샨드 시내를 벗어나면 들판에 길은 사라진다. 길이 없으니 물론 안내 표지판도 없다. 몽골 정부는 참 편하게 국가를 운영한다. 더른고비에서 길은 울란바타르에서 자밍우드를 통하여 중국으로 가는 길 하나만 있다. 다른 곳으로 가는 들판에는 자동차들이 다녀 사막에 자동차 바퀴 자국이 나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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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 전조등 불빛에만 의존하여 길을 찾아 갔다. 몽골인들은 공간 지각 능력이 거의 천재에 가깝다. 롭슨과 그의 장모는 깜깜한 밤중에 거의 십미터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여기’, ‘저기하면서 길을 잡는다. 몇 번 차를 돌리며 해메다가 삼십분쯤 달리다 언덕에 오르니 허연 게르 하나가 휙 나타난다. 노인의 딸 네 집이다. 게르로 들어가니 삼십대 중반의 청년이 반갑게 맞는다. 노인의 사위 알튼 호야크다. 딸은 아버지 부양하러 여기서 몇 십 킬로 떨어진 시골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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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튼 호야크는 장모와 동서가 온 것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수태채와 고기함지를 내 놓는다. 어느 정도 환담이 오가자 롭슨이 차에서 보드카 한 병을 꺼내와 알튼 호야크에게 선물한다. 알튼 호야크는 주저없이 병을 따 보드카를 잔에 가득 부어 롭슨에게 권한다. 잔을 받은 사람은 마시고 나서 잔을 주인에게 돌려준다. 다 마시지 않고 입만 댔다가 잔을 돌려주어도 된다. 주인은 이런 식으로 동석한 사람들에게 차례로 잔을 권한 다음에 자신이 마신다. 잔을 늦게 돌려 주거나, 주인이 잔을 늦게 돌려도 아무도 타박하지 않는다. 몽골인들은 이렇게 긴 겨울밤의 무료함을 달랜다. 잔이 세 순배 도니 보드카 한 병이 바닥났다. 그러자 주인은 게르 호이모르에 있는 장롱을 열어 비장한 보드카 한 병을 꺼낸다. 남자 셋이서 보드카 두 병을 절딴 냈다. 그리고 길을 나서 두 집을 거친 다음, 목적지인 큰 처남 바트 두히크의 게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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