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어로 책을 ‘Ном (놈)’이라고 한다. 그리고, 책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을 ‘Номын сан(노민 상)’이라고 한다. 울란바타르의 평화의 거리에 커다란 노민상이 있다. 몽골 국립도서관이다. 생샨드에도 알탄고비 거리에 노민상이 있다. 사회주의 시절에 지어진 건물이라 고풍스런 느낌을 주는 2층 건물이다.
규모가 있어 보이는 도서관일 것 같은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다. 아래층에 컴퓨터 몇 대 있는 정보열람실이 있고, 2층에 어린이 도서관과 열람실이 있다. 열람실에 도서장이 있는데 몇 개 안 된다. 책이 몇 권 있는지 물어봤는데, 선뜻 대답을 안 한다. 도서 목록장을 열어보니 도서 관리 카드가 있다. 대략 천권은 넘어 보인다. 도서장 들을 살펴보니 너무 빈약하다. 몽골 도서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어 책이 있는가 보았다. 구석진 곳에 한국어 책이 몇 권 있다. 한몽사전 한 권, 몽골에서 발행된 것으로 보이는 한국어 학습서 한 권이 있다. 사서에게 한국책을 가져다 주면 관리하겠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광남중에 있을 때 각 학급 교실에 있는 학급 문고의 책을 걷어서 남도의 화태도에 보낸 적이 있었다. 그 때 거기 사람들이 무척 좋아했었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한국 책이 있는 다른 곳이 있다고 해서 가 보았다. 소욤보 건물에 도서관이 하나 있다. 열람실은 개방형으로 잘 꾸며놓았다. 사서가 한국 책이 있다며 보여준다. 웅진에서 나온 그림 동화책이 몇 권 있다. 한 쪽에 포켓판 영어 독해 시리즈가 몇 권 있다. 아뿔싸 이건 내가 중학교 때 본 적이 있던 시리즈물이다. 오십년 전 책을 여기서 보다니 신기했다. 이 도서관은 그냥 버려도 괜찮을 만한 한국 책 몇 권을 소장하고 있다.
내가 한글 교실을 하고 있는 후후드 어르동(어린이 궁전) 지하층 교실에 책장 몇 개가 있다. 여기에 영어로 된 책 들이 가득 꽂혀 있다. 들여다보니 좀 어이가 없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하는 두꺼운 ‘싸이언스’, ‘메서메틱스’, ‘피직스’와 같은 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 미국 봉사단체인 피스콥(평화봉사단)에서 맥그로운 힐 같은 대형 출판사에서 기증받아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책을 뽑아 펼쳐보니 누가 본 흔적이 없는 새 책이다.
요즘 몽골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서 열심인 아이들에게 이런 것들이 도움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책들은 영어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 한국의 영어 영재들에게나 해당되는 책들이다. 영어 교육이 걸음마 상태인 여기 아이들이 이 책들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 아이들은 현재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 어쩌다 한 명 정도 배치되는 코이카 단원에게 배워 한글에 제법 눈을 뜬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이 한국 책을 읽고 싶다는 하소연을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텍스트를 뒤져 ‘흥부와 놀부’ 같은 전래동화부터 프린트로 인쇄해서 아이들에게 읽히고 있는데, 무언가 부족하고 힘이 든다. 어린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들을 보여주고 싶다. 단순히 한글을 잘 배우게 하는 것보다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의 같은 세대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나라의 초중학교 교실이나 가정에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버려지는 책들이 쌓여 있다. 이런 것들을 조금만 가져와도 메마른 사막에 단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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