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몽골의 체육대회 기간이다. 생샨드의 중심 도로 한 편에 작은 체육관이 있다. 여기가 더른고비 아이막 스포르팅 가자르(체육국)이다. 여기서 매일 사람들이 몰려와 경기를 하고, 스피커가 왕왕거린다. 몽골 전국체육대회 예선 경기가 진행 중 이란다. 주요 종목은 농구, 배구, 축구 같은 기존 스포츠 종목이 있고, 줄다리기와 하이킹 같은 특별한 종목도 있다.
하이킹 종목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하이킹은 8명이 한 팀을 이뤄서 15킬로미터 걷기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체육국에 다니는 시즈레라는 친구에게 그 대회에 같이 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10월 5일 아침 8시에 가족광장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가족광장은 올해 조성한 체육국 길 건너편에 있는 광장이다.
새벽잠 설치고, 아침에 부지런히 준비해서 광장에 나갔다. 스피커 하나가 윙윙거리는데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좀 기다리니 제복 차림들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이킹 대회는 다섯 개 솜의 팀이 참가하였다.
준비체조를 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건 내가 생각한 하이킹 경기가 아니었다. 각 팀이 빠르기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함께 이열 종대로 열 지어 걸어간다. 인솔자가 맨 앞에서 통제하고, 군대 행군처럼 걷는다. 언제쯤 경주하나 기다리는데, 일 킬로미터 쯤 가다가 선두를 맨 뒤로 보낸다. 기러기 떼의 비행처럼 선두를 바꿔가며 행진을 하는 것이다.
행렬이 드디어 생샨드를 벋어나 초원으로 들어섰다. 초원은 발목 정도 올라오는 풀들이 누렇게 말라 있다. 사막의 땅은 단단해서 걷기에 아주 좋다. 사막에 바람만 없다면 더없이 좋은 하이킹 코스이련만 겨울의 길목에서 부는 찬바람은 매섭다. 기수들도 바람을 이기지 못해 깃발을 말아서 지고 간다.
사막 행군에서 드디어 복병이 나타났다. 범인은 사막에서 말라가는 읍스(잡풀)들이다. 여름내 영근 씨앗을 가득 품은 사막의 읍스들은 간만에 호재를 만났다. 씨앗을 날라다 줄 운반자들이 떼 지어 지나가기 때문이다. 풀씨가 다리와 신발에 사정없이 들러붙기 시작한다. 가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풀씨가 바지와 신발을 뚫고 들어가 살을 찌르기 시작한다. 하이킹을 가볍게 생각하고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가 곤욕을 치른다. 풀씨를 빼내기도 어렵거니와 어영구영하다 대열과 떨어진다. 어쩔 수 없이 참고 가는 수밖에 없다. 몽골인 들이 장화를 신고 다니는 이유를 알겠다.
생샨드를 벋어나 십킬로미터 쯤 가니 모래강이 나타난다. 물이 흐르지는 않지만 홍수 때 물이 흐른 흔적이 있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행렬을 쉬게 한다. 모래밭이 넓어서 모두 앉아 쉬기에 적당했다. 점심식사 후 각 팀 장비검사를 한다. 침낭에서부터 취사도구, 의약품, 심지어 노트까지 구비 항목에 들어 있다. 마치 군대처럼 야전에서 생존 가능하도록 장비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각 솜의 팀들은 복장과 장비를 통일해서 갖추고 다닌다. 육군의 보병 분대 같다.
오후 3시쯤 드디어 결승점에 들어 왔다. 준비팀 들이 베이스캠프를 차려 놓았다. 간단한 환영행사를 가지고 나서 팀별로 설치한 캠프에 들어가 휴식을 하였다.
이 경기는 특별히 운동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시합이 아니다. 그리고 겨루는 내용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다. 평범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팀을 이뤄, 규정된 준비를 해서 참가하면 된다. 경기 하는 동안 순위에 대한 긴박감이 보이지 않는다. 즐겁게 초원을 걷고, 팀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대회가 몽골 전국대회까지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체육대회는 전문적으로 육성된 선수들만의 시합이다. 그래서 전국체전과 같은 체육행사를 그들만의 잔치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하이킹 대회는 보통 사람들이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참가할 수 있는 경기다. 전국체육대회에 이런 종목이 하나 쯤 있는 것이 괜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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