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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가족 여행을 하다 ②

태를지에서 즐기기

강성욱 | 기사입력 2018/10/18 [03:29]

몽골에서 가족 여행을 하다 ②

태를지에서 즐기기

강성욱 | 입력 : 2018/10/18 [03:29]

▲     © 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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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면 무엇을 하나. 흔치 하는 것은 어디 가고, 주변 경관이나 시설물을 본다. 그리고, 시간 아까 와서 또 보러 간다. 이런 식으로 다니면 몽골은 아주 지겨운 여행지가 된다. 가도 가도 거기가 여기 같이 비슷한 들판만 이어진다. 태를지도 물론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빼어난 경관에 감탄하여, 여기서 책이나 보면서 며칠 간 멍 때리고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식경도 안 되어 뭔가 새로운 것 없나 하며 두리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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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를지에서 볼만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관광단들이 필수로 찾는 곳은 징기스칸 전망대와 거북바위다. 징기스칸 전망대는 태를지의 주요 캠프로 가는 길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넓은 초원 한 가운데 언덕에 거대한 징기스칸 철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 꼭대기가 전망대다. 지하에는 징기스칸과 역대 칸 들, 전통 게르 박물관이 있다. 여기에는 한국어를 하는 안내원이 있다. 한국 관광객이 많아 배치한 모양이다. 입장료는 8,500투그릭인데, 볼거리에 비해 비싸다. 그런데 이 건물 소유주가 현직 대통령이란다. 여기를 비롯해서 근처의 땅이 모두 대통령 것이란다. 몽골 국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었는데, 대통령은 여기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단다. 안내하는 몽골인도 대통령 것이라고만 얘기하고, 잘못되었으니 고쳐야 한다는 말은 안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전통의 틀에 갖혀 있는 이들은 권력자들의 전횡을 당연시하는 정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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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에서 필수로 하는 놀이가 말타기다. TV 화면에서 말달리는 모습을 익히 본 우리는 말타기가 다이나믹하고, 위험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몽골, 특히 태를지에서의 말타기처럼 단조로운 놀이가 없다. 수많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태를지의 말들은 승마 초보자를 대응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캠프에서 말을 주문하면 가이드를 몇 명으로 할 것인지 묻는다. 우리는 가이드 두 명에 말 여덟마리를 불렀다. 말 한 마리, 한 시간에 만오천투그릭을 받는다. 가이드 비용도 말 한 마리로 친다. 말 다루기에 서툰 사람이 말에 오르면, 말은 탄 사람을 완전 무시한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 기회는 이 때다 하듯이 연신 풀만 뜯는다. 고삐를 들어 올려도 말은 힘으로 버티고 식사에만 열중한다. 이럴 때는 속편하게 그냥 놔두는 게 낫다. 일행이 준비가 다 되어 가이드가 휘파람을 휙 불면 말은 정신차리고, 주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 시간 돌아다니다 제자리에 오면 놀이는 끝난다. 얼마나 재미 없으면 젊은 친구들이 다음날 말타기를 사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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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속의 태를지는 아름답다. 언덕에 올라 너른 들판을 보기만 해도 좋다. 그런데 이벤트에 목마른 우리는 길을 나와 다른 볼거리를 찾아 헤맨다. 거북바위에 왔다. 여기도 관광 필수 코스다. 최소한 기념 찰영 정도는 해야 한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여기서 사진만 찍고 돌아선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작은 사원 하나가 있다. 경내는 넓은데 절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법당 안에 들어가니 람(스님)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여기는 규모가 작아서 축일에만 람이 좌정해서 신도들을 축원해주는 모양이다. 몽골인들은 람에게 축원 받는 것을 좋아한다. 이들은 언덕위의 어워에 가서 기도하고, 람에게서 받은 축복으로 거친 자연을 견디는 마음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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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를지에 흐르는 강은 울란바타르를 가로지르는 톨강 상류이다. 몽골인들은 강을 신성시하여 강에 들어가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강물에서 직접 몸을 씻거나, 그릇이나 음식 재료를 씻어서도 안 된다. 반드시 물을 떠다가 강에서 좀 떨어진 곳에 가서 씻어야 한다. 강가에 사람, , 자동차는 강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판도 있다. 그런데 요즘 몽골인들은 많이 망가져가고 있다. 지난 여름 여기에 왔을 때 강에 들어가 수영하는 사람, 강 건너는 말과 자동차들을 보았었다. 심지어 대형 군용 트럭이 작은 차를 견인해 건너 주는 영업을 하고 있었다. 자연에 순응해서 살아갈 때 생겨난 질서가 산업 사회에서는 무색해 지고 있다. 여기는 내가 몽골을 떠나기 전에 다시 찾아야 되는 곳이다. 이 다음에 오면, 지금 이 경관 다시 볼 수 있을까. 여기만이라도 본 모습을 오래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의 바램 만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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