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카의 가족이 새로 유목지로 자리 잡은 곳은 사방이 꽃밭이다. 고비 초원은 가을의 길목인 지금 온갖 풀들이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다. 가느다란 잎을 가진 햐얀 꽃이 지천을 이루고 있다. 야생 파의 일종인 '타나'라고 한다. 현지인들은 '탄'이라고 한다.
위키 사전에서는 '타나'가 사막 토양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5월에 비가 내리면 자라기 시작해서 7월에 꽃이 핀다고 되어 있는데, 8월말인 지금 한창이다. 뿌리는 양파 모양의 둥근 구근에서 뿌리가 나와 땅에 깊이 박힌다. 그래서 건조해도 잘 살고, 바람에도 잘 견딘다. 몽골 사이트에서 몽골 거의 전역에 분포하여 자생하고, 고비 들판의 대표적인 식물로 소개되어 있고, 가축들이 좋아하는 사료 중의 하나라고 한다. 줄기를 잘라 맛을 보니 파와 부추의 맛이 같이 들어 있다. 좀 맵다. 몽골인 들이 고기 먹을 때 탄의 줄기를 샐러드로 먹기도 하고, 양 내장 삶을 때 같이 넣어 익히면 맛 있단다. 그리고, 소금에 절여 겨울 가축 사료로 비축하기도 한다.
몽골에서는 양파를 '성근'이라고 한다. 파는 '노곤 성근(녹색 양파)', 즉 녹색 잎이 달린 양파라는 것이다. 양파는 몽골에서 많이 재배되기 때문에 채소 가게에서 언제든지 쉽게 살 수 있다. 그런데, 파는 볼품없이 자자란 것들이 시장에 나온다. 여름에는 어린 양파가 파로 둔갑되어 나오기도 한다. 잎이 가느다란 부추는 일 년 내 아예 볼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몽골에 오이가 제철이다. 오이소박이를 하려고 부추를 찾는데 이번 여행서 '탄'이 눈에 들어 왔다.
기회는 이 때다 싶어 '탄'의 줄기를 열심히 뜯어 모으는데 바트침게가 말린다. 이것보다 더 연하고 좋은 것이 있다고 한다. '흐믈'이라고 한다. '흐믈'은 연한 보랏빛 꽃이 햐얀 꽃 속에 섞여 있다. '탄'과 '흐믈' 꽃은 둘다 크로바 꽃과 크기가 비슷한 우산형의 작은 꽃무덤으로 되어 있다. '흐믈' 줄기는 '탄'보다 연하고 약간 굵다. 몽골인들이 '흐믈'을 좋아한다고 한다. '흐믈'을 식당에서 요리 양념으로 쓰기고 하고, 잴리로 만든 상품도 있다고 한다. 이무튼 이것들 둘 다 부추 대용으로 쓰기는 좋다.
바트침게가 잎이 넓은 풀 잎 하나를 뜯어 주며 줄기를 씹어보란다. 비타민이 들어있다고 한다. '바종'이라는 풀이다. '탄' 꽃밭에 듬성듬성 하나씩 무리를 지지 않고 여기 저기 홀로 자라고 있다. 줄기에서 신맛이 나는 걸로 보아 비타민이 들어 있다고 믿어도 되겠다. 잎은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먹지 않는다고 한다. 씹었더니 매우 시다. 이 잎을 차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바종'이라는 단어로 하루 종일 씨름했는데 별로 찾을 게 없다. 마지막 순간에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한다고 쓴 트위터 글이 눈에 뜨인다. 아마 추위가 오기 전에 번식력이 강한 식물인가 보다. 멸종 위기종이라고 한 답글도 있다.
고비 들판의 양지 쪽에 '탄'이 번성한 곳은 온통 흰색 물결이고, '흐믈'이 사는 곳은 연보라빛이 섞인 알록달록한 꽃밭이다. 화려한 꽃 잔치가 고비 들판에서 찬란한 여름을 장식하고 있다. 생샨드로 오는 동안 햐얀 꽃밭과 연보라빛 꽃밭을 연이어 감상하며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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