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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즐겁게 살려면 고기 먹을 줄 알아야 한다 ③

수육과 육수내기

강성욱 | 기사입력 2018/08/28 [02:10]

몽골에서 즐겁게 살려면 고기 먹을 줄 알아야 한다 ③

수육과 육수내기

강성욱 | 입력 : 2018/08/2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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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이나 찌개 끓일 때 소고기 다시다 약간 만 넣어도 맛이 확 달라진다. 소고기 다시다는 소고기 국물 맛을 첨가해 주기 때문에 국이나 찌개의 맛을 좋게 한다. 그런데 이런 화학 조미료가 아니라, 몽골 들판에서 키워진 소의 고기 국물로 국이나 찌개를 끓인다면 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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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당이 있는 큰 호텔 주방에 가면 커다란 전기솥으로 소고기나 닭고기를 오랜 시간 끓여 국물을 낸다. 이 국물을 스탁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육수가 되겠다. 큰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스탁을 기본 재료로 해서 스프나 각종 소스를 만들기 때문에 음식 맛이 괜찮다. 몽골의 풍부한 마흐(고기)를 가지고 스탁을 만들어 요리 재료로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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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 델구르에 가서 우후르()나 헌니(마르) 마흐를 2-3킬로 그램 정도 산다. 우후르의 노로(등뼈) 덩어리를 반 잘라달라고 하거나, 헤브라흐(갈비) 한 대를 세 동강이 정도 내서 가져오면 좋다. 헌니는 노로 한 덩어리 그대로 가져오면 양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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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수육을 만들 때 고기 속에 남아 있는 핏물을 제거하기 위해 찬 물에 한 두 시간 정도 담가서 고기 속에 남아 있는 피가 찬 물에 녹아 나오게 한다. 그런데 시간이 급해서 핏물 제거하지 않고 그냥 국물을 낸 적이 있었는데 맛에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튼 핏물 제거가 관례니까 고기를 물에 담가 핏물 제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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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맛집 프로그램에서는 고기 삶을 때 별별 야채와 약재를 넣어 잡내를 제거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것들을 구할 수 없다. 아무튼 고기 냄새를 부드럽게 해야 하니까 채소를 넣는다. 우선 생강, ‘차간() 하롱(매운) 진주(열매)’라고 한다. 몽골에서 열매 채소는 모두 진주다. 고추는 할롱(매운, 뜨거운) 진주, 파프리카는 울란(빨강) 진주, 생강은 하얗고 매우니까 차간 할롱 진주다. 몽골의 채소 대부분은 중국에서 들어 온다. 야채 가게에 가면 손바닥만한 생강 하나가 천투그릭 정도 한다. 양파는 성근이라고 한다. 그리고 파는 노곤(녹색) 성근이라고 한다. 녹색 양파, 그러니까 어린 양파라는 것이다. 생강 조금, 양파 한두 개, 파 한 주먹 정도를 고기 삶는 데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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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리터 들이 들통에 재료를 넣고 물을 채운 다음 끓이면 된다. 그런데 몽골에서 우리 몸에 들어가는 모든 물은 병에 들어 있는 생수를 써야 한다. 심지어 양치질하는 물도 생수를 써야 한다. 왜냐하면 몽골 상수도는 지하수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몽골 고원 지하수는 석회 성분이 많아 우리 몸에 들어가면 분해되지 않아, 신장이나 다른 장기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이 물로 양치를 하면 치아가 빨리 상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본인은 채소를 씻을 때도 마지막 한번은 생수로 씻는다. 물론 밥 할 때 쌀 씻는 물도 생수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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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삶는 시간은 물이 끓기 시작해서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가 적당하다. 한 시간 반이상 끓으면 고기가 실처럼 발겨지니까 씹는 맛이 덜하다. 소고기를 건져내서 장조림을 하려면 삼십분 정도 끓인 다음에 간장과 설탕을 넣고 끓여 장조림하는 것이 좋다. 육수를 된장찌개나 무국, 미역국 등의 기초 재료로 쓰려면 한 시간 정도 끓여 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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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끓인 곰국을 다음 날 아침이면 적당히 식어서 정리하기가 좋다. 먼저 곰국 속에 들어간 채소를 모두 건져내고, 고기를 도마 위에 건져낸다. 3킬로 그램 정도의 우후르 노로를 삶으면 수육으로 나온 고기의 양이 제법 된다. 이걸 보관하기 위해 통째로 냉동시키면 다음에 요리 재료로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발라 내, 국이나 찌개에 들어갈 크기로 잘게 썰거나 찢는다. 그리고 비닐 봉지에 얇은 두께로 잘 펴서 넣는다. 한번 고기를 삶으면 3 봉지 정도의 삶은 고기가 나온다. 차곡차곡 잘 펴서 담아 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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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육수는 고기 삶기 위해 부은 생수의 병에 다시 담는다. 10리터 들이 등통에 1.8리터 생수 세 병 정도 넣으면 육수가 세 병 조금 안 되게 나온다. 이걸 냉장고에 보관하면 육수 속에 들어 있는 기름기는 모두 굳어 덩어리가 된다. 이것을 국 국물로 쓰려고 따르면 기름기는 굳어 병 안에 남고 맑은 육수가 빠져 나온다. 집에서 아내가 사골 국물 만들 때 기름기 제거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는데, 패트병 냉각 방법을 쓰면 아주 간단하게 국물 속의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다. 소고기 수육과 육수는 별다른 양념을 첨가하지 않아도 맛이 좋다. 양고기는 독특한 향기가 있어서 처음에는 약간 그렇다. 그런데 삶을 때 채소의 양을 소고기보다 많이 넣으면 맛이 많이 순해져서 괜찮다. 다음에는 이 걸 이용한 국이나 찌개 끓이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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