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의 12월 낮 기온은 보통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간다. 한밤중이나 새벽에는 영하 30도 아래로 내려가기도 한다. 기절할 정도의 혹한대에서 어떻게 견디나 하겠지만, 겪어보면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고원 분지에 자리잡은 울란바타르는 한 겨울에 바람이 거의 없다. 어쩌다 구름이 껴서 눈이 내리는 날 아니면 공기는 잠잠하다. 그리고 건조한 공기는 열전도율이 낮다. 그래서 옷만 두툼하게 입고 잘 싸매고 나가면 견딜만하다. 습기 있고, 찬바람에 매서운 서울 추위보다 오히려 덜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서울서 가져온 오리털 패딩입고 나가면 어느 정도 되는데, 아랫도리를 휘감기는 한기는 어쩔 방법이 없다. 내복 바지를 입었어도 다리와 발에 밀려오는 한기는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몽골인들은 긴 코트를 입고, 무릅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는다. 몽골인들은 말가죽으로 만든 부츠를 좋아하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쇼핑 센터 구두 가게에서 물으니 38만 투그릭을 달라고 한다. 이 정도면 거의 노동자 한 달 벌이에 해당한다. 그래도 젊은 여성들은 아도니(말) 부츠를 신고, 멋 부리며 다닌다.
그리고 머리에는 모자를 써야한다. 머리는 열이 많이 나니까 어느 정도 한기는 감싸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 나는 이제 까지 서울 생활에서 춥다고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았었다. 그런데 영하 30도 추위에는 감당이 안 된다. 보통 여자들은 패팅에 달린 모자를 둘러 쓰고, 머풀러 감고 다닌다. 그런데 후드 모자로 감싸면 활동하기에 좀 불편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실로 짠 비니를 쓴다. 007 같은 첩보 액션 영화에서 러시아 마피아들이 비니 쓰고, 장화 신고 등장한다. 그동안 비니에 대한 인상 별로 였었는데, 여기서는 남자들은 거의가 그렇게 하고 다니니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들처럼 사는 수 밖에 없다. 외출하려면 패딩에 모자(비니),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물 한 병 사러 나가려 해도 완전무장 해야 한다. 숙소 앞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마트가 있다. 한번은 서울에서 처럼 덜렁 나갔다가 절반도 못 가서 되돌아왔다가, 차려 입고 다시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단원들은 숙소에 들어오면 그냥 방콕이다. 조금만 꼼지락 거릴라고 해도 차려 입어야 하니, 어지간하면 참아야 한다. 그러다 어쩔 수 없으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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