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숙소 현관에 나와 문을 밀어 보았다. 문을 밀어 열기에 힘이 든다. 몽골에서 집이나 가게 바깥 출입문은 거의 밖으로 열도록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일 년의 절반 이상이 겨울인 이곳에는 바깥 기온이 실내보다 낮을 때가 많다. 공기는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문이 안쪽으로 열리게 되어 있으면, 실내로 찬 바람이 밀려 들어오기 십상이다. 그래서 출입문을 밖으로 열도록 한 것 같다.
지금 실내외의 온도차가 50도가 넘는다. 밖은 영하 25도, 실내는 영상 27도, 이러니 안 밖의 기압차가 상당히 나게 된다. 힘들게 문을 밀고 나가니 매캐한 공기가 코를 찌른다. 황급히 마스크를 꺼내 썼다. 버릇이 안 되어 숨쉬기가 몹시 불편하다. 이런 데서 두 달이나 버텨야 한다니 조금은 걱정된다. 철이 바뀔 때마다 비염이 손님처럼 찾아오는 데, 어떻게 버티나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몽골의 첫 날이라 코이카 사무실에서 입교식을 한다. 11시쯤 코이카 몽골 사무소에 가서 입교식을 했다. 그리고 다 같이 점심을 먹고, 타국 생활의 최우선 준비 사항인 몽골 유심 휴대폰을 개통하러 갔다. 샹그릴라 몰 3층에 있는 유니텔 점포에 갔다.
여기에서는 유심 칩을 구입하기 전에 사용자가 희망하는 전화번호를 검색하여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사용자는 유니텔 직원과 상담하기 전에 대기실 한 편에 있는 검색 컴퓨터로 사용 가능한 번호를 검색한다. 몽골의 전화번호는 8자리를 사용한다. 7로 시작하는 번호는 전화국 유선전화이고, 유니텔은 8로 시작하고, 스카이텔은 9로 시작한다. 예전에는 스카이텔이 점유율이 높았는데 지금은 유니텔이 인기란다. 매장에 있는 번호 검색 모니터에서 앞 번호 8011부터 사용 가능한 번호를 고를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선호하는 뒷자리 네자리를 입력하고 검색하면, 사용 가능한 앞자리 번호들이 화면에 출력된다. 내 010 전화 뒷자리 네 개로 검색하니 빈 번호 몇 개가 나온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예약하고, 상담 창구에 가서 유심을 구입하고 등록하였다. 이 때 여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3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요금을 내고 쿠폰을 구입한다. 15,000투그릭 선불요금 쿠폰은 30일간 5,000니그찌, 문자 150개가 할당된다. 니그찌는 단위라는 몽골어인데 통화량을 의미한다.
데이터는 니그찌를 데이터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 전화번호 1423 에 필요한 데이터량을 써서 문자로 보낸다. 예를 들어 ‘1000mb’를 입력해 보내면, 몽골어를 영문 알파벳으로 나타낸 답변이 온다. 아마 전화국에 키릴 문자 코드가 없어서 영문으로 문자 데이터를 보내는 것 같다. 해석이 난해하니 굳이 머리 쓰지 말고, 무조건 ‘on’ 을 입력해 회신하면, 니그찌가 줄어들고 데이터가 채워진다. 울란바타르의 겨울은 매우 춥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그래서 데이터는 와이파이로 사용할 때가 많다. 한 달 동안에 1000mb의 절반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현재 남아 있는 통화량 알아보려면 전화걸기 아이콘을 열고 전화번호 ‘*311#’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코드가 생성되어 회신된다. 여기서 남은 통화량 정보를 볼 수 있다.
니그찌가 떨어지면 충전 카드를 사서 충전해야 된다. 충전카드는 거리의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다. 두 달 동안 충전하지 않으면 유심의 효력이 정지되고, 번호가 없어지니 한 달에 한 번은 꼭 니그찌 충전을 하는 것이 좋다. 쿠폰별로 니그찌, 문자, 데이터 허용량이 다양하다. 현지인에게 물어 보았더니 보통 8,000투그릭 쿠폰이면 한 달 통신은 충분하다고 한다. 8,000투그릭이면 4,000원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적게는 3만원에서 10만원 가까이 까지 내고 있으니, 통신비가 여간 비싼 게 아니다. 한 가정에서 휴대폰 요금을 20만원 정도 낸다면, 한 집에서 몽골 교원 한 달 벌이를 전화로 날려버리는 것이 된다.
몽골 사람들은 전화 번호를 알려줄 때, 여덟 자리 번호를 두 자리씩 끊어서 말한다. 예를 들어 88094180 이면 ‘팔십팔(나연냄) 공구(티그유스) 사십일(두치니크) 팔십(나여)’한다. 우리처럼 010이나 지역 번호가 없다. 인구가 적으니 8자리 번호만 가지고, 수요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유니텔은 같은 유니텔끼리의 통화는 요금을 받지 않는단다. 그리고 시골에서는 스카이텔이 잘 되고, 도시에서는 유니텔이 잘 된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간판에는 유니텔과 스카이텔 두 개의 전화번호를 광고한다. 영업의 편리를 위해 휴대 전화 두 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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