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샨드에는 공공 실내 체육관이 하나 있다. 관중석은 없고, 농구장 하나 정도 크기의 마루가 있다. 이 체육관에서는 거의 매일 운동 경기가 벌어진다. 몽골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운동 경기는 배구와 농구다.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배구를 많이 가르친다. 아이들이 공놀이 하는 것을 보면, 배구 토스를 제대로 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체육관 앞에 보고 싶었던 몽골 씨름 부크 현수막이 붙었다. 칠월에 열리는 나담 축제 예선 시합이다.
부크 선수는 팔에 단단히 끼워 입은 윗옷과 삼각 팬티를 입는다. 발에는 가죽 장화를 신고, 몽골 전통 모자를 쓴다. 모자는 성인이 되면 댕기를 드리운다. 댕기에 은박 문양을 붙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상당한 고수다. 몽골 전통 경기에서 수상을 하면 댕기에 은박 상패를 붙인다. 양팔에 단단히 끼워진 짧은 상의는 시합 중에 상대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팬티도 시합 중에 서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끈으로 단단히 조여야 한다. 팬티의 다리쪽 단을 잡아 당기는 것도 허용되기 때문에, 허리단, 다리단 모두 끈으로 단단히 조인다.
출전 선수는 고등학생 정도의 왜소한 선수부터 덩치 큰 성인까지 다양하다. 본부석에서 선수들을 호명하면 선수들은 청코너와 홍코너로 간다. 경기장에 청색 입은 심판과 홍색 옷을 입은 심판이 있다.
양 코너에 대결할 선수 둘이 동시에 입장 세러머니를 한다. 둘이 동시에 기마자세로 앉아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을 치며 기합을 넣는다. 경기장에 뛰어 들어가 각자 자기 코너 심판에게 달려간다. 선수는 한 손을 심판 어깨에 올리고, 한 손은 새 날개처럼 펴고, 춤을 춘다. 오른쪽으로 한 바퀴, 왼쪽으로 한 바퀴 돌면, 심판은 선수의 모자를 벗겨 손에 든다.
선수의 모자가 벗겨져야 시합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심판이 모자를 벗겨 가면 선수는 국기봉 앞으로 간다. 양손을 날개처럼 펼치고 독수리처럼 춤을 추며 국기봉을 한 바퀴 돈다. 마지막으로 입장 때 처럼 기마자세로 허벅지 안과 밖을 치고 기합을 넣은 후, 둘이 붙어 시합에 들어간다. 경기장에는 여러 패가 동시에 시합을 한다.
우리의 씨름은 삿바를 잡고 시작 한다. 부크는 서로 떨어져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허리를 약간 숙이고 시합에 들어간다. 상대의 상의와 하의 팬티, 몸을 손으로 잡아 당겨 기술을 부릴 수 있다. 한 경기의 제한 시간은 없다. 경기 시간이 지체되어도 본부석에서 별다른 경고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합이 너무 느슨해지면 심판이 서로 상대의 상의를 잡게 한 후 경기를 다시 시킨다.
시합의 승패는 상대가 넘어지면 결정된다. 무릎 위의 몸이 땅에 닫으면 넘어진 것이 된다. 그러나 손은 땅에 짚어도 된다. 체격이 작은 선수가 손을 짚으며 몸을 회전시켜 상대의 공격을 피해나가는 묘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심판이 경기를 주관만하지 승패를 판정하지 않는다. 붙은 선수끼리 알아서 승패를 가린다. 둘이 동시에 넘어져 승패를 판단하기 어려우면 다시 한다. 승부가 나면 이긴 선수가 진 선수에게 승패를 확인한다. 그러니까 ‘내가 졌어!’ 할 때 까지 시합을 한다. 진 선수가 승복하면, 이긴 선수는 진 선수의 엉덩이를 한 대 친다. 이것으로 경기가 끝난다.
경기가 끝나면 심판은 선수들에게 모자를 씌워준다. 이긴 선수는 국기봉으로 달려가 입장 때처럼 승리 세러모니를 한다.
부크는 몽골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 스포츠다. 울란바타르에서 현지어 교육을 받을 때 사무소 몽골 직원에게 부크 경기장 입장권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경기는 주로 주말에 열리고, 입장권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 씨름은 자본시장에서 사장되어 가고 있고, 일본 스모는 승승장구한다. 스포츠가 자본화되지 않은 몽골의 부크는 아직 괜찮다.
하지만 사회 변화가 가속되면 어찌될지 모른다. 현재 일본 스모의 요코스카가 몽골 사람이다. 부크 선수 여러 명이 스모에 진출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스모 경기를 본다. 부크 선수가 돈을 벌러 일본에 가서 스모를 한 것에 불과한데 사람들의 관심은 다르다. 허긴 우리도 그랬었다. 씨름 선수 최홍만이 격투기서 잘 나갈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씨름판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금 몽골인들은 돈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몽골인 노동자가 사만명이 넘는다. 몽골은 지리적 여건상 나라의 발전은 더디지만 사람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조금은 걱정된다. 제발 돈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변화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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