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 이동은 여러 집이 연합해서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는 두레 노동이다. 이런 두레판에서 일꾼들에게 주는 음식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아야 힘 내서 일을 하니까. 어렸을 때 전라도 들판에서 모내기 할 때, 동네 사람들 거의 다 모내는 집에 가서 일하고, 거기서 밥을 먹었다. 이때 나눔 음식으로 칼국수가 자주 나왔었다. 칼국수를 끓여 다라이에 담아 마당에 내면, 간편하게 퍼 먹을 수 있었다. 몽골 고비 사막에서 칼국수가 나눔 음식으로 한 몫을 하고 있다.
밀을 ‘고릴’이라고 한다. 몽골인들은 밀을 많이 먹는다. 비가 많이 오는 몽골 북부는 최근에 밀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재배 면적이 엄청나다. 밀 밭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다. 현재 몽골은 밀 수출국이다.
바트침게가 솥에 밀가루를 풀어 반죽을 한다. 칼국수 반죽이라 약간 되다. 반죽이 다 되면, 판에 밀어 피자 라지 사이즈 정도 되는 크기로 둥글게 민다. 여러 사람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지라 다섯판 넘게 밀어 침대 위에 널어 말린다.
몽골 음식에서 고기를 빼면 안 된다. 그런데 고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 때나 들의 양이나 염소를 잡을 수는 없다. 이들에게 항상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있다. 말린 고기다. 보르츠라고 한다. 소고기를 말린 것은 우후르 보르츠, 양고기를 말린 것은 헌니 보르츠다. 우후르 보르츠를 우리의 육포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명태 말린 황태처럼 가는 가닥으로 찢어질 정도로 바짝 말린 소고기다. 보르츠를 잘게 썰어 솥에 넣고 끓여 국물을 우려낸다. 차나 슐을 끓일 때, 국자로 국물을 퍼서 붓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를 ‘사마르’라고 한다. 사마르는 매우 중요하다. 사마르를 잘 해야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보르츠는 과거 몽골 제국이 전쟁 때 전사들의 식량으로 한 몫 했다고 한다. 가볍고 부피가 작아 휴대하기가 편해 전투식량으로 제격이었었다고 다큐에 자주 등장한다. 보르츠가 욕심나서 사고 싶다고 했더니 값이 비쌀 뿐 아니라 귀해서 파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음식에는 채소가 들어 가야 한다. 몽골인들은 감자를 좋아한다. 감자도 몽골에서 재배되고 있다. 몽골산 감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좋다고 자랑한다. 보르츠를 끓이는 솥에 감자를 썰어 넣는다.
국물이 삼십분 이상 끓으면 칼국수를 썰어 넣는다. 그런데 칼국수를 써는 방법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둥근 칼국수 판을 접어 국수 가락이 길게 나오도록 썬다. 이 사람들은 둥근 판을 먼저 사등분한다. 사분원 판을 길이 십센티미터 정도로 자른 다음 두툼하게 썬다. 그러니까 국수 가락 길이가 십센티미터 정도 되게 칼국수를 써는 것이다.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는 길다란 국수 가락이 먹기가 편하다. 하지만 여기는 포크나 숟가락 하나 뿐이다. 대접에 닫아 숟가락으로 칼국수를 먹는다고 상상해보라. 국수가락이 길면 먹기가 정말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국수 가락을 짧게 하는 것 같다.
끓는 국물에 칼국수를 넣고 끓이다가 양파를 썰어 넣는다. 십분 정도 더 끓이면 요리가 완성된다. 소고기와 감자를 우린 국물에 끓인 칼국수 맛이 괜찮다. 더 달래서 먹었다. 더 달라는 것은 간단하다. ‘다히아드(다시)’하면 된다. 음식 이름을 물어 보았다. ‘우흐르태 바스 고릴테 슐’ 한다. 슐은 국이다. 우후르는 소고기, 고릴은 밀가루, 소고기와 밀가루가 들어간 국이다. 이들은 음식 이름을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붙인다.
아침을 먹고 나서 바트침게가 칼국수를 또 밀고 있다. 뭐냐고 물었더니 가면서 먹을 거란다. 이번에 만드는 음식은 초이반이다. 몽골인들은 받침 ‘ㄴ’은 ‘응’으로 주로 발음한다. 초이반이 초이방으로 들린다. 초이반은 칼국수 볶음이다. 도시의 체니 가자르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값싸고 양이 많다. 하나 시켜서 둘이 먹어도 된다.
초이반과 칼국수의 재료는 같다. 말린 소고기와 감자를 잘라 넣고 끓인다. 다른 것은 물을 적게 잡는 것이다. 솥에 오분의 일 정도, 바닥에 깔릴 정도로 물을 잡아 끓인다.
삼십분 정도 끓여 국물이 우러나오면 칼국수를 넣는다. 그런데 칼국수를 많이 넣는다. 솥의 절반 정도 차게 칼국수를 넣고 뚜껑을 덮고 계속 가열한다. 이번에는 끓이는 것이 아니라 칼국수를 국물에 찌는 경우가 된다.
십분 정도 지나 칼국수의 색깔이 변하면, 식용유를 국수 위에 골고루 뿌린다. 작은 병 반병 정도를 뿌리는 것 같다. 식용유를 뿌리고 나서 양파 썰어 국수 위에 올린다.
뚜껑을 덮고 오분 정도 지나서 솥을 들어 두어 번 흔든다. 칼국수를 솥에서 떼어 내는 것 같다. 뚜껑을 열고 주걱으로 칼국수를 비비니 소고기 볶음 칼국수로 변했다. 초이반은 잘 익은 칼국수가 고기와 기름에 볶아져 약간 고들고들해진 음식이다. 다들 아야그에 담아 먹는데 손으로 집어 먹기도 한다. 이동 중에 들판에서 먹기 편하다. 볶음국수, 초이반을 그냥 먹기에는 약간 뻑뻑하다. 물을 달랬더니 초이반에 수태채를 부어준다. 뜨거운 수태채에 볶은 칼국수를 말았다. 이번에는 수태채 칼국수로 변신한다. 뜨거운 우유국물 칼국수도 맛이 괜찮다. 이것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초이반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 가지고 출발했다. 몇 시간 마다 쉬면서 둘러 앉아 수태채와 초이반으로 허기를 때우면서 사막을 가로질러 건너갔다.
이들은 게르 난로에 올려 진 단 하나의 솥으로 열 명 이상 되는 식솔들을 먹여 살린다. 조리 기구가 많으면 좋겠지만 ‘게르 루~ㄴ’ 에 짐만 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부르스타도 쓰지 않는다. 집에는 솥 하나, 사람에게는 아야그 하나, 숟가락 하나면 된다. 초원에서 사는데 짐이 많으면 움직이기 불편하다. 이런 것들이 사막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면서 터득한 그들만의 지혜이다.
몽골 음식은 몹시 짜다. 그 이유를 초원에 와서 먹어 보면 안다. 도시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펼쳐 놓고 유유자적 골라 먹을 수 있다. 초원에서는 사람들이 자리에 앉으면 아야그에 수태채를 부어 준다. 차를 다 마시고 나면 그 아야그에 음식을 담아 준다. 그러니까 한 가지 음식으로 몸에 필요한 영양분은 물론 소금까지 다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음식에 소금을 많이 넣는다. 도시의 몽골 식당에 가서 음식 주문을 할 때 소금을 적게 넣어 달라면 우리 식성대로 먹을 수 있다. 소금은 ‘다브스’이고, 적게는 ‘바그’다. ‘다브스 바그’하면 잘 알아 듣는다.
울란바타르는 스테이크 하우스와 괜찮은 관광식당이 제법 있다. 혹시 몽골에 여행올 오게 되면 이런 데만 찾지 말고, 체니 가자르(цайний газар)와 같은 대중들이 많이 가는 곳을 가보기 바란다. 입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고 다니면 여행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 여행은 문화를 배우러 간 것이니, 그 동네 사람들이 먹는 대로 먹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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