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을 좀 헤멨는가 싶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다섯시 기상벨이다. 자리를 털고 나왔다. 우후르(소), 헌니(양), 야마(염소), 노호이(개) 모두 잠들어 있다.
언덕 위로 올랐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 해가 올라온다. 사막의 일출이다. 어디서 보든지 일출은 멋지다.
사진 몇 장 찍고, 게르로 돌아오니 안주인이 수태채를 내 놓는다. 뜨거운 수태채 한 모금에 속이 시원하다. 몽골인들은 우유를 그냥 먹지 않는다. 물을 끓인 다음, 녹차를 넣어 끓이고, 우유를 넣어 끓인다. 마지막으로 차 잎을 걸러 보온병에 담는다. 아침에 끓인 수태채는 보온병에서 거의 한나절 동안 뜨겁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양과 염소 무리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들도 먹이를 찾으러 가야 한다. 아무카가 ‘헌니! 야마!’ 하며 소리친다. 지금 가축 무리가 흩어지면 안 된다. 아무카 누나와 같이 무리 앞 쪽으로 달려가 채찍을 휘둘러 이들을 돌려 보냈다. 무리 주위를 돌며 이들이 흩어지지 않게 지켰다.
‘게르 루~ㄴ’을 하려면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 집이 같이 이동한다. 두 집의 가축 무리는 오토바이와 말을 타고, 몰아서 이동 시킨다. 오토바이 두 대와 모루 2마리가 동원된다.
아침 먹고 나서 바로 오토바이와 모루는 가축 무리를 몰기 시작한다. 두 집의 가축이 섞이면 안 되니까 한 시간 차를 두고 가축 무리를 출발시킨다. 가축 무리가 출발하기 전에 약해 보이는 새끼들은 우리 안에 가두어 놓는다. 이들은 차로 이동시킬 것이다.
게르를 뜯기 전에 게르 안의 가구를 옮긴다. 호이모르 장식장과 찬장을 먼저 싣는다. 난로 물탱크와 같은 무거운 물건을 트럭 바닥에 앉히고 나서 게르를 뜯는다.
게르 한을 결박한 로프를 풀면 본격적으로 게르 해체 작업이 시작된다. 로프를 풀어 둥글게 묶어 갈무리 한다. 이 로프는 차에 짐 싣은 후, 짐 결박하는 데 사용한다.
게르 겉, 방수 갑바 천을 벗겨서 접는다. 양모 팰트로 된 방한재를 지붕과 벽에서 떼어내면 게르 골격 살이 나온다. 게르의 골격에서 지붕 중심원을 톤이라고 한다. 벽체는 한, 한과 톤을 연결하는 서까래 살은 온이라고 한다.
온을 한과 톤에서 떼어내 차에 싣는다. 한은 네 개가 연결되어 있다. 연결 줄을 풀고 한을 접어 차에 올린다.
톤에서 기둥 ‘바근’을 분리해서 차에 싣는다. 바닥에 깔린 방수 장판도 모두 걷어 가져가야 한다. 비닐 한 장 플라스틱 조각 하나 남겨두지 않고 모두 차에 싣는다. 그러니까 사람이 만든 것은 모두 가져간다.
심지어 연료로 쓰는 마른 소똥도 부대에 담아 싣는다. 스카이라이프 안테나로 사용하는 쇠기둥은 1.3톤 트럭에 실을 수 없어서 트롤리 뒤에 묶는다.
다음 학기에 소르고일에 들어 갈 빠피카도 한 몫 한다. 여기 아이들은 아직 힘만 약할 뿐, 어른과 거의 다름없다. 시키지 않아도 어른들이 일하는 속에서 같이 일한다. 게르를 결박한 끈이 감긴 철항을 빼기도 하고, 온을 빼 내 나르기도 한다. 난로 연료로 쓰는 마른 소똥도 아이들이 부대에 담아 옮긴다.
가축 새끼는 트로리에 싣어 트럭 뒤에 연결한다. 트럭 뒤 쪽을 비워 가축 우리로 만들어 남은 새끼들을 싣는다. 마지막으로 차 그늘에 늘어져 있는 노호이(개)가 있다. 이 녀석들이 30킬로를 뛰어 가는 건 무리다. 아무카가 줄로 노호이 목을 묶어 차에 올려 창살에 묶는다. 누가 보면 개장산 줄 알겠다.
드디어 게르가 있던 살림터가 텅 비게 되었다. 짐을 가득 실은 트럭 두 대를 앞세우고 우리는 뒤따라 갔다.
두 시간 정도 가니 앞서 간 헌니와 야마 무리가 보인다. 헌니는 그런대로 먼 길을 잘 가는데, 야마는 뒤처지는 놈들이 많다. 뿔이 있어서 그런가. 사막 들판에 홀로 떨어져 ‘메~ 메~’ 거리고 있는 녀석들을 붙잡아 차에 싣는다. 빠피카가 야마를 곧잘 잡아 온다. 아이들은 헌니 야마 새끼들과 같이 잘 논다. 마치 우리 아이들이 반려견하고 놀듯이 한다. 이제 몇 킬로만 가면 노고니 탈배가 나온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몽골생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