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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봄이 온다 ①

알탄 쉬레 솜으로 가는 길, 유목 현장을 찾아서(5월 19일)

강성욱 | 기사입력 2018/05/28 [04:37]

사막에 봄이 온다 ①

알탄 쉬레 솜으로 가는 길, 유목 현장을 찾아서(5월 19일)

강성욱 | 입력 : 2018/05/28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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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부터 약속했던 일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기관 재무담당자 바트침게가 자기네 허더(시골)에 가자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전날 기관 회식 때, 남은 숙취에 정신이 없다. 대충 준비하는데 나오라고 성화다. 바트침게 남편 아무카가 운전하는 프리우스로 길을 나섰다. 몽골 북부는 사륜구동 아니면 시골길을 다니기 어렵다. 그런데 고비는 비가 거의 없어서 땅이 단단하다. 그래서 프리우스와 같은 작은 차도 사막 길을 쉽게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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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르너고비에서 포장된 길은 울란바트르에서 샤인샨드를 거쳐 자밍우드로 이어지는 중국과 연결 도로 밖에 없다. 이 길에 걸치지 않은 지역은 공식적인 도로가 없다. 오늘 가는 곳은 샤인샨드 동북쪽에 있는 알탄 쉬레 솜이다. 번역하면 황금 루비가 된다. 거기까지 가는 도로는 물론 없다. 샤인샨드 시가를 벗어나면 황량한 사막이다. 사막에 길이 있기는 있다. 단단한 사막 땅을 다니기 수훨한 쪽을 따라 차들이 다녀 타이어 자국으로 흙길이 만들어진다. 사막에는 산, , 나무, 바위와 같은 별다른 지형지물이 없다. 가도 가도 그게 그거고,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다. 멀리 보이는 풍경을 보고 방향을 잡고, 자동차 바퀴 자국을 따라 달린다. 가다 보면 바퀴 자국이 갈라진다. 이 때 선택을 잘 해야 한다. 아무카의 공간 지각 능력이 참 대단하다. 이정표도 없고, 표식도 없는 데, 신기하게도 길을 잘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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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샨드를 벗어나 십여 킬로 쯤 가니 차창 왼편으로 거대한 군사기자가 보인다. 러시아 탱크 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다 철수하고 아무것도 없다. 탱크 격납고만 남아 있고, 철조망으로 둘러쳐 접근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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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봄이 오기는 왔다. 차강사르 지나고 비가 서너 번 내렸다. 비라고 해야 땅도 다 적시지 못하지만. 여기 사람은 비가 오면 세한 보로하며 감사한다. 들에 푸른 풀이 보인다. 제법 풀이 자란 곳에 차를 세운다. 푸른빛을 띤 보라색 꽃이 보인다. 붓꽃과 비슷하다. 꽃 무더기가 여기 저기 있다. 야르구이라고 한다. 바트침게가 꽃을 따 씹으며 해보라고 한다. 꽃을 따 씹었더니 입안이 화 하다. 목에 좋은 거라고 한다. 비닐에 꽃을 따 담으려고 했더니 말린다. 세 개 이상 먹으면 목이 아프니 많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야르구이 꽃을 말려서 차를 만들고 싶었지만 자꾸 말리는 통에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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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빠르게 다니는 손바닥만 한 도마뱀이 보인다. 주변에 몇 마리 있다. 모양은 특이하다. 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가는 꼬리를 감아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한다. 도마뱀과 비슷하다. 잠시 주춤하는 녀석에게 조심스레 폰을 들이 밀어 한 장 찍었다. 하능구르굴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 동안 사막 들판에서 이 녀석들을 자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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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올라 사막을 또 달린다. 사막 땅이 굴곡이 거의 없고 단단해서 자동차가 다니기는 좋다. 그래도 시속 30킬로미터 정도 밖에 달리지 못한다. 잠시 후 목이 싸하니 아프다. 야르구이 독성이 목에 올라온 것이다. 물과 콜라로 목을 달래도 여전하다. 이 감각이 거의 대여섯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바트침게는 야르구이를 먹은 야마(염소) 고기가 맛이 좋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는 유황을 먹은 유황 오리가 있고, 고비에는 야르구이 야마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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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 이동하였는데 말 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다가갔더니 파이프에서 물이 콸콸나오고 있다. 말 들이 물을 먹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지하수를 끌어 올린 파이프라인이다. 파이프라인이 길게 늘어선 것이 보인다. 사막에서 지하수 관정을 뚫어 물을 퍼 올리는 시설이다. 간판에 센 오스라고 써 있다. 좋은 물이라는 뜻이다. 바트침게가 이 물을 사람이 마셔도 되는 좋은 물이라고 한다. 빈 음료수 병에 이 물을 담아가지고 다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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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샨드를 떠나 두시간정도 되었다.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알튼쉬레 투브라고 한다. 백여호 정도 되는 집들이 모여 있다. 사람이 적어 도시라고 부르기는 민망해서, 센터라는 의미로 투브라고 한 것 같다. 사막에서 유목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생필품을 사간다. 델구르도 보이고, 식당 체니 가자르도 있다. 시청인 탐긴 가자르도 있고, 문화센터도 있다. 이 안에 작은 극장이 있을 것 같은 데, 바트침게가 재촉하는 통에 들어가다 말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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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브를 벗어나 한 시간 정도 더 가니 저 멀리 하얀 게르 하나가 보인다. 지루한 사막 여행에서 게르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사막에서 몸집있는 생명체들이 사는 곳은 게르 주변 밖에 없다. 게르 안 에는 사람이 살고, 그 주변에는 사람이 돌보는 오축이 있다. 여기는 수풀이나 은신할 지형지물이 전혀 없어서 늑대나 다른 야생 동물이 살 수가 없다. 사막에서 유일한 생명의 근거지가 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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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에 들어가니 몇 사람이 반긴다. 아무카의 형과 동생, 누나다. 여기는 아무카의 고향이다. 아무카는 샤인샨드에서 일치(열공장) 배관공으로 일하고, 형제들은 여기서 유목을 하고 있다. 아무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형과 동생, 두 집 게르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사막은 풀이 잘 자라지 않는다. 양과 염소들이 게르 반경 몇 킬로 이내의 풀은 며칠이면 먹어 치운다. 두 집이 내일 여기서 30킬로미터 떨어진 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유목민의 게르 루~’, 게르 이동을 내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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