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미투로 한참 잘 나가던 남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것을 뉴스로 본다. 인간 세상은 역사 이래 남자가 지배하여 왔다. 인간사회의 집단 권력에 남자가 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는 소외를 당하여 왔다. 하지만 신이 부여해준 본연의 역할대로만 사는 초원에서 생명들의 삶은 어떨까?
양떼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초원이 목장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이 지역 목장인들은 말을 타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양떼를 몬다. 기동성이나 관리가 말보다 오토바이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막의 단단한 땅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기 수훨하다. 우리는 오토바이와 승용차로 양떼를 몰아 우리에 모두 밀어 넣었다.
롭슨이 우리 문 앞에서 채찍을 들고 지키며, 나 한테 우리 안 쪽에서 양 떼를 몰라고 주문한다. 영문 모르고 우리 안에 들어가서 양떼를 몰았다. 양들은 겁이 많아 조금만 소리 질러도 서둘러 도망간다. 롭슨과 주인은 양과 염소 어미는 내보내고 새끼는 우리 안으로 쫓아 넣는다. 약 삼십분 정도 몰이를 하니 어미들은 모두 우리 밖으로 나가고 우리 안에는 새끼만 남았다. 몽골 초원의 가축 우리는 호리병 모양으로 되어 있다. 병 쪽의 큰 우리와 꼭지 쪽의 작은 우리가 맞붙어 있다. 우리 문을 닫더니 새끼들을 모두 작은 우리에 몰아 넣었다.
다섯평도 안 되는 우리에 빼꼭이 호락흐(양새끼)와 이식흐(염소새끼)들이 밀려 들어 갔다. 롭슨과 주인이 양과 염소 새끼들을 한 마리씩 들어 성별 검사를 한다. 수컷은 남겨두고 암컷은 큰 우리로 옮긴다. 수컷은 이르흐테, 암컷은 이미흐테다. 작은 우리에 이르흐테만 이백여마리 남았다. 주인은 어미 양떼를 몰아 우리에서 멀리 떨어진 초원으로 보내고 나서 돌아 왔다.
동행한 중년 여자가 여기 안주인이다. 주인과 안주인이 작업 준비를 한다. 주인은 게르 지붕 서까래살을 하나 빼와서 하닥(예를 올릴 때 양손에 받치는 목도리 같은 천)을 묶는다. 몽골인들이 하닥을 성스럽게 여긴다. 오늘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은 하닥을 묶은 서까래살을 땅에 내려놓고 먼저 신에게 자비를 구한다. 안주인은 화로에 말린 소통을 태우고, 그 위에 향초를 태워 주위의 잡귀를 물리친다. 그리고, 작은 우리 옆에 거적을 깔고 주인과 롭슨이 마주 앉는다. 한 사람이 우리 안에 들어가 새끼를 한 마리씩 밖으로 넘겨 준다.
시술 작업은 간단하다. 예리한 칼로 양 하체 성기 있는 부분을 약간 칼집을 내고 손으로 누르면 양의 성기가 밖으로 삐져나온다. 그 것은 손으로 움켜쥐고 뽑아낸다. 그리고 손으로 하체를 주물러 몸 안에 남아 있는 부분까지 돌출시켜 뽑아낸다. 마지막으로 시술을 마친 녀석의 귀 한쪽을 잘라 표시를 한다. 한 마리 시술하는데 채 이분도 안 걸린다.
시술당한 새끼들은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호락흐는 소리가 약하다. 이식흐는 반항을 좀 한다. 비명이 양보다 잦다. 시술이 끝난 녀석이 아파서 어기적거리며 기어간다. 손으로 붙잡아 우리 한 쪽 곁 바람 잔 쪽에 두니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웅크리고만 있다.
오늘 거세 당한 새끼들은 지난 1월에 난 것으로 4개월 정도 된 것 들이다. 양의 임신 기간은 5개월 정도 된다. 몽골 들판이 한참 푸르른 칠팔월 한여름에 양과 염소는 수태되어 겨울에 태어난다. 그리고 1년이면 다 큰다.
이렇게 수컷을 다 없애버리면 새끼를 어떻게 다시 만드냐고 물었다. 수컷은 무리에 한 마리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많으면 싸움만 나고, 관리가 곤란해진단다. 하긴 자연 상태에서는 생존율이 낮으니까 많은 수컷이 필요하겠지만, 사람의 보호 아래 있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양은 반항을 못한다. 아니 공격할 수 가 없다. 그에게는 둥글고 뭉텅한 이, 둥글넙적한 발톱 밖에 없다. 사람이 손으로 몸뚱이를 움켜잡아도 입으로 물지 못한다. 발톱으로 할퀴지도 못한다. 심지어 뿔 도 없다.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전혀 없다. 더구나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 초원에 놓아두면 포식자에게 그냥 당한다. 이런 양을 사람이 돌보아 유전자를 존속시켜 준다. 대신 양은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준다. 양처럼 순하다는 말을 흔히 한다. 무슨 의미인지 오늘 알았다. 공격 수단이 전혀 없어서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가 순하다는 것이다. 순한자는 약육강식의 밥이 된다. 이런 관계가 인간 끼리에서는 더 치열하다. 역사에서 무기가 없는 집단은 온갖 핍박을 당하다가 망했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양처럼 순하게 살라는 말, 하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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