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들어가면 오른쪽에 음악 연습실이 있다. 10평 정도 되는 연습실 벽에 머루호르가 걸려 있고, 양금과 피아노가 있다. 마침 합주단이 머루호르와 트론본 협주 연습하고 있다. 연주자들은 음악 선생과 취미 생활로 참가하는 동호인들이다.
왼쪽에 있는 방은 무용연습실이다. 마침 강습중이다. 각 솜의 무용 교사들인데 새로운 안무를 배우는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각 솜 띠아트르에서 어린이와 노인들 무용 교실을 담당한다고 한다.
차강사르 지나고 띠아트르에 현수막 광고가 붙는다. 맨 왼쪽에 있는 걸 보니 ‘강가라’라고 써 있다. 몽골에서 인기 있는 ‘뭉근샤게’의 히트곡 ‘강가라’다. 세계 여성의 날에 가장 감동을 주는 노래란다.
고비사막의 도시에서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극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뚱뚱한 중년 여인이 의자에 앉아 표를 팔고 있다. 그냥 검지 손가락 하나 펴고, ‘헤드 웨(얼마 요)’ 하니, ‘아론 타우’한다. 만오천 투그릭이다. 숫자 천이 먕가이고, 십이 아론, 오가 타우다. 보통 ‘아론 타우 먕가’하는데, 먕가를 생략하기도 한다. 입장료가 우리나라 물가로 따지면 저렴하다. 하지만 여기 물가로 비교하면 좀 비싸다.
공연 시작 시간이 되가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좀 있으니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객석이 꽉 찬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의젓하게 델 차임인데, 젊은이 들은 평상복이다. 인구 만이천 도시에서 삼백석 객석을 꽉 채우고 열리는 공연이다. 몽골인들의 시간 관념을 듣긴 했지만 공연 시간까지 몽골타임이 적용될 줄이야.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 막은 열리지 않는다. 삼십분 정도 지나서야 공연이 시작된다.
몽골 노래는 빠른 리듬의 반주를 타고 부른다. 마치 말 타고 초원을 달리는 것 같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소리를 날려 보내듯 소절마다 ‘에~’ ‘제~’로 호흡을 고른다. 가락이 복잡하지 않아 친해지기 어렵지 않겠다. 음악은 그 산천에 사는 사람들이 살면서 생긴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산천의 높낮이가 다양한 곳에 사는 우리는 그 처럼 희노애락을 노래한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고, 감정 표현을 풍부하게 한다. 너른 초원에 사는 유목민 들은 새나 말이 초원을 나르듯이 노래한다. 광야를 달리듯이. 소절마다 한 목청 뽑아 소리를 가다듬는다. 그러고 나서 다음 소절로 넘어간다.
노래 한곡 끝나고 박수가 나온다. 그런데 박수 소리가 어색하다. 전원이 박자를 맞추어 ‘짝~ 짝~ 짝~ 짝~’ 장단 맞춰 친다. 다른 공연을 보고 온 코이카 동료는 공산당 박수라고 이죽거린다. 이후 다른 공연을 보았는데 여기서도 그렇다. 몽골 TV 채널을 보았더니 이런 식으로 박수를 친다. 아마 사회주의 시절부터 몸에 베인 박수 방법인 것 같다.
여자 가수가 멋지게 나온 현수막이 걸린다. 이 공연도 역시 30분 늦게 시작한다. 네 명의 가수가 번갈아 나왔다. 세 번째 차례인가, 젊은 가수가 나와서 노래 준비 들어갔는데 반주가 죽었다. 가수는 연신 옆을 본다. 안 되는 모양이다. 할 수 없이 무반주로 하겠단다. 관중들의 호응 속에 무대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에 그 가수가 다시 나와 이야기하며 눈물을 찍는다. 그리고 관중들과 화합하고, 신청곡을 받아 같이 부르기 시작한다. 몇 곡 부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관중들도 흥이나 계속 신청하고, 공연이 끝날 줄을 모른다. 할 수 없이 공연 마치기 전에 나올 수 밖에.
공연 마지막에는 경품 행사가 있다. 경품 방법은 전화로 한다.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가장 먼저 걸려 오는 전화가 당첨된다. 나도 도전해 보았는데 아직 몽골 숫자에 어눌한 나는 전화번호도 다 알아듣지도 못했다.
테아트르에는 주말마다 공연 현수막이 걸린다. 영화가 들어오기도 한다. 삼월에 몽골 영화가 한 편 들어왔는데, 하루 1회 상영하고 갔다.
내가 여기 온지 두 달 조금 넘었다, 테아트르에서 거의 한 두주 건너마다 공연을 감상했다. 서울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일 년에 한 두 번이나 될까. 문화에는 소비자의 선택이 있다. 선택이 있는 곳에는 경쟁이 있다. 사람들은 좀 더 좋은 곳, 편한 곳으로 간다. 돈과 시간을 들이는데 기왕이면 좋아야 한다. 영화가 없는 이곳에서는 소비자가 선택할 꺼리가 없다. 공연하나 들어오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문화가 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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