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탄고비 거리 끝자락에 4층 짜리 상가가 있다. 이 상가 지하에는 머리방, 봉제실, 공방들이 있다. 공방을 들여다 보니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방 이름이 다르항이다. 몽골의 제2도시 이름도 다르항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대장간, 대장장이라고 나와 있다. 쇠붙이로 연장을 만드는 곳, 대장간이 다르항이다. 몽골인들은 공업도시를 건설하고, 도시 이름을 다르항이라고 붙였다. 이들은 용어를 단순하게 사용한다. 어떤 것이 들어왔을 때, 비슷한 말이 있으면 그냥 붙여서 사용한다. 덕분에 그들의 옛 말이 더러 남아 있다.
휴일 오후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열어보니 기관 경비 롭슨이다. 자기집으로 식사 초대를 하러 왔다. 심심하던 차에 선뜻 나서서 그의 집에 갔다.
몽골인들은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수태채부터 권한다. 수태채에 우유말린 과자 아롤을 곁들이면 훌륭한 다과가 된다. 잘 말린 아롤은 딱딱해서 이빨로 깨트리기가 쉽지 않다. 작은 조각을 입에 넣고 부드러워질 때 까지 기다렸다가 씹어야 한다. 식사 메뉴는 간단하다. 몽골 만두 보츠와 계란사라드, 양고기 수육 이게 전부다. 음료로 시골서 가져온 에릭을 따뜻하게 데워서 내 놓는다. 우유 발효주를 증류한 에릭은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알콜 도수가 소주보다 약간 높고, 그런대로 마실만하다. 에릭을 델구르에서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시골에 가서 가져와야만 한다고 한다. 인사동에서 사온 풍경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상당히 기뻐하며 이걸 어디에 달 까 여기저기 대 본다. 식사 마치고 자기 아질태(일터)로 가잔다. 따라가 보니 그는 다르항으로 들어간다. 그는 대장장이다. 다르항에서 그는 여러 가지 장신구를 만들고 있었다. 말 안장, 재갈, 온갖 금속 장식을 만드는 장인이다. 그가 만든 장신구들을 보이며 자랑한다.
그는 반지 샘플 책을 나에게 내밀며, 그 중의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영문도 모르고 하나 골랐다.
그는 벽 선반에서 내가 고른 반지 번호에 해당하는 거푸집 틀을 찾아 화로에 세운다. 장신구 거푸집 틀은 중국에서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은장식을 잘라 저울에 달더니 틀에 얹어 녹이기 시작한다. 토치에 불을 붙이고, 발풍구를 구른다. 토치에서 강한 불꽃이 나와 금속과 틀을 가열한다. 토치 연료는 휘발유라고 한다. 5분 정도 열을 가하니 틀 위에 있는 금속이 녹아서 틀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금속이 모두 녹아 틀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불을 끄고, 냉각제가 들어 있는 통으로 덮어 눌러 식힌다.
몇 분 후에 거푸집을 모루 위에 올려 놓는다. 망치로 두드려 깨니 예쁜 반지 하나가 나타났다.
게이지로 내 손가락 굵기를 잰 다음, 반지를 가열하여 손가락 굵기에 맞춰 모양을 잡기 시작한다. 열을 가하고, 망치로 두드리고, 접합 금속 실을 녹여 붙인다. 이런 작업을 몇 번 하자 멋진 반지 하나가 탄생되었다. 게이지로 내 손가락 굵기를 잰 다음, 반지를 가열하여 손가락 굵기에 맞춰 모양을 잡기 시작한다. 열을 가하고, 망치로 두드리고, 접합 금속 실을 녹여 붙인다. 이런 작업을 몇 번 하자 멋진 반지 하나가 탄생되었다.
찬 물에 식힌 다음 가져와서 내 손에 끼워준다. 그리고 항상 끼고 다니라고 한다. 이거 참 낯 선 땅에서 이런 선물을 받다니. 고맙다.
롭슨은 맥가이버 형 만능 기술자다. 사무실 시설, 가구, 집기 조금이라도 삐걱거리면, 그가 해결한다. 그는 어쩌다 한번 씩 나와서 사무실 메인트넌스를 한다. 그리고 4명이 교대로 하루 씩 경비 근무를 한다. 남는 시간에는 다르항에서 장신구들을 만든다. 그가 이렇게 열심히 벌어도 벌이가 한 달에 이백 달러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는 요즘 나에게 한국어를 배울려고 매달린다. 목적은 한국에 가서 돈 벌기 위해서다. 여기는 6월부터 8월 까지 석 달이 방학이다. 선생들도 이 기간 동안 한국에 나가 일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돈이 필요하다. 초원에서 살 때는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도시가 문제다. 방 한 칸 짜리 아파트 월세가 노동자 한 달 벌이에 해당하는 50만 투그릭이나 된다. 그들이 안락한 도시 생활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에게는 올해 아흐라흐(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둘째가 있다. 이 아이를 울란바타르로 보내 공부시키려면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 여기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교육이 부모 등골 빼먹는 것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어찌 보면 교육도 하나의 노동착취 수단이다. 도시 생활과 자녀 교육이 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을 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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