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샨드에는 알탄 고비 거리 양편에 상점이 조금 있다. 알탄은 황금이란 뜻이니까 황금 고비 거리다. 거리 중앙에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다. 현판은 ‘아이막 박물관 훈련 연구 센터’라고 되어 있다. 혹시나 해서 문을 당겨 보았는데 열리지 않는다. 겨우내 닫혀 있던 박물관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아마 겨울 동안 보수 공사를 한 모양이다. 사무실 동료들과 일과 마치고 부리나케 갔다.
박물관은 문을 다시 여는 기념으로 며칠간 무료 관람이다. 첫 번째 방은 자연사 박물관이다. 소르고일 학생들 한 떼가 현장 학습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모습은 비슷한데 수업하는 풍경은 좀 다르다. 우리 현장 학습은 아이들이 돌아다니기 바쁜데, 여기 아이들은 이곳이 교실이다. 탁자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고생물 화석 발굴 체험도 한다. 동반한 학부형도 보이고, 인솔교사인지 현장 교사인지 선생님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은 우리의 학교 분위기와 비슷하다.
그리고 고비사막에 서식하거나 발견된 동물들의 박제, 식물과 곤충, 광물 표본들이 있다. 설명이 몽골어로만 되어 있어서 아쉽다. 고비 사막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생물 화석 발굴지다. 중생대 공룡의 완전한 골격 화석이 여기서만 발견되었다. 그래서 더르너고비의 심볼도 공룡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울란바타르의 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공룡 화석이 지금은 어느 쇼핑몰의 장식품으로 전락해 있다. 울란바타르 자연사 박물관이 문을 닫아서, 공룡 화석을 훈누몰이라는 쇼핑몰에 임시로 보관시켜 놓았다. 훈누몰은 공항에서 울란바타르로 가다 보면 길 건너 편, 왼편에 보이는 쇼핑몰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면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하는 역사관이다. 그런데 좀 아쉬운 부분은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미이라가 아이스크림 박스에 보관되어 전시되고 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이곳에서 미이라 보관과 전시의 최선책을 찾다 보니, 이만한 대안 밖에 없었나 보다. 보기야 민망하지만 이렇게라도 보관만 되면 어디냐. 관리가 허술한 몽골에서 유물들을 도둑질하고 밀반출 하는 것이 다반사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도에 업자들이 몽골 화석을 몰래 들여 온 것을 작년에 적발하여 되돌려주기로 한 사건도 있다.
2층 역사관에서 특이한 유물을 볼 수 있다. 철기 시대 유물이 전시된 곳에 뼈로 된 악기가 여러 점 전시되어 있다. 같이 간 동료가 사람의 뼈로 만든 것이라고 알려준다. 사람의 무릎 아래 정강이 뼈로 만들어진 악기라고 한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나중에 몽골어 실력이 좀 붙으면 여기 선생님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어야겠다. 처음에는 섬뜻하게 들리지만 유목민들의 생활 방식을 보면 이해될 수도 있다. 유목민들은 생명체를 죽여야 생존한다. 사람도 오축과 같은 생명체 중의 하나다. 인간이 오축을 지배하니까 그들을 죽여서 고기를 취할 수 있다. 죽은 생명체에서 얻은 것으로 새로운 생명을 이어 나가는 것이 자연에서의 물질 순환 방법이다. 그것으로 사는 그들이 그래서 전쟁을 잘 했나 보다. 그들이 기르는 오축에서 얻은 물질이나, 전쟁에 이겨서 약탈한 것들이나 생명체의 관점에서 보면 별반 다를 것도 없다.
한쪽 벽에 마두금이 종류별로 걸려 있다. 몽골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마두금이라 부르지 말란다. ‘머린 호르’라고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마두금은 중국인들이 악기 꼭대기에 말 머리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몽골인들은 존중한다면 그들이 부르는 고유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머루’는 승마가 가능한 수말을 가리킨다. 모든 말을 ‘아도’라고 한다. ‘머린’이라고 하면 ‘말의’ 가 되고, ‘호르’는 현악기다. 몽골인들은 말과 함께 생활하면서 즐기는 악기라고 해서 ‘머린 호르’라고 부르고, 말 머리 장식을 악기 위에다 달았다.
전시관 바닥에 갈려 있는 히브스에 샤가이가 놓여 있다. 흐트러져 있던 것을 관리자가 정리하고 있다. 박물관에 온 아이들이 여기서 놀다가 간 것을 정리하는 중이다. 박물관이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님과 같이 숨 쉬고 가라는 것이다. 지난 해 봄에 규슈 사가성에서 전시관에 아이들 놀이 감을 차려 놓은 것을 보았었다. 박물관은 이래야 한다.
더르너고비 현대사는 전쟁과 혁명의 물결이다. 중국과 가까운 이곳은 러시아, 일본, 중국이 대결했던 곳이다. 현대사를 장식하는 인물 대부분 군인들이다. 한 쪽에 구 소련제 기관총이 탄띠를 길게 늘인 채 전시되어 있다. 과거에 일본 관동군 돌격대를 무력화시킨 공포의 무기다. 황량한 이 사막이 과거 격변기에 열강의 각축장이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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