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약도 더이상 없다. 고열에 시달리는 아들 이마에 물수건 얹져 놓는 수 밖에 없다. 물을 흔건히 적신 물수건으로 몸을 닦으니 냉기에 진저리친다. 하지만 열내리는데는 이 방법이 수다. 몸에 바른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뺏어가기 때문이다. 아내가 나더러 좀 자라고 한다. 헌데 이 상황에 잠이 올리 없다. 우격다짐으로 아내를 안방으로 밀어넣고 자다 서다 날새고 말았다.
드디어 오전 9시 조금 넘자 슈퍼맨에게 양성이라는 문자가 왔다. 악의 소굴에서 꿋꿋이 버티던 슈펴맨이 드디어 무너졌다. 그런데 하루 차이로 처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어제까지는 재택치료자 키트로 기기와 약품을 주었는데, 오미크론 확진자가 5만명이 넘는 오늘 부터는 감당못한다고 개인 자가 관리로 변경되었다. 치료에 필요한 것을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당국이 하는 것이 격리 문자 통보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약국에서 온도계와 타이레놀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단다. 이웃에게 타이레놀 사달라고 부탁했더니 평소에 2천원하던 것이 3천원이나 한다면서 두갑을 사왔다.
국가가 관리하는 감염병 대응 시스템에서 코로나 환자에게 의료진을 배당하지 않는 것은 의료체계붕괴이다. 아무리 확진자가 하루 5만명 넘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감염 환자를 이렇게 미아로 만들 수 있는가. 우리나라 의료법에는 의사가 투약이나 처치를 결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감염병 환자에게 니가 알아서 하라는 것은 그냥 손 놓았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당국은 확진자에게 양성으로 격리한다는 메시지 만 주고 아무것도 안 한다. 동네 병의원을 코로나 치료 병원으로 확대한다고 했으면 확진자와 병원을 연결해서 치료가 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뉴스에서만 병의원 이용을 말해놓고 확진자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센터에 전화에서 받은 병의원에 전화했더니 아니란다. 다급한 김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뒤져 집에서 가까운 의원 알아냈다. 간신히 약처방 하나 받아서 이웃의 도움을 받아 약 한봉지 받아왔다.
아들이 고열에 심하게 시달리기는 했지만 우리 가족 모두 코로나 전문 약 투약이나 처치 없이 코로나를 무사히 넘기고 있다. 이정도면 코로나도 별거 아닌 감기라고 봐야 한다. 뉴스에 자가진단키트 사재기 열풍에 시끄럽다. 이제 확진되어도 별 거 없는데 이럴 필요가 있나 의아스럽다. 어지간하면 걸리고, 걸려도 그만이다. 오죽하면 코로나 안걸리고 멀쩡하면 "넌 친구도 없냐?'" 한단다. 이제 코로나도 일상적으로 우리 몸에 들어 올 수 있는 감기 바이러스이다. 이럴꺼면 그냥 편하게 생활하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아내는 검사 안받고 병원다니면서 치료했으면 이보다 훨씬 나았겠다고 한다. 이참에 과감하게 방역해제하고 고위험자만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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