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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손님이다, 범이 오미크론인가

강성욱 | 기사입력 2022/02/08 [22:55]

새해 첫 손님이다, 범이 오미크론인가

강성욱 | 입력 : 2022/02/08 [22:55]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드디어 올것이 온 것이다. 허긴 무려 두해 동안이나 세상을 뒤덥고 있으니 여기까지 찾아 오는 것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코로나 덕분에 우리집은 북새통이다. 웹디자인 일을 하는 첫째, 개발일을 하는 둘째 모두 집에서 일을 한다. 재택 근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나도 작년에 디지털역량강화교육 강의를 원격으로 했으니 집안에 회사가 세개나 차려져 있는 셈이다. 앗, 하나 더 있다. 밥집~ 함반가~ 아내는 일꾼들 먹이느라 고군분투한다. 그러니까 회사 네개가 북적거린다.

 

  © 강성욱

 

모니터 올릴 책상본다며 나간 큰애가 밤 늦게 들어왔다. 사단은 목요일(3일)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출근시간 맞춰 느긋하게 일어난 큰애가 목이 아프단다. 머리를 집어보니 열이 있다. 점심먹고 반차낸 큰애와 같이 자양4동 골목안에 있는 보건지소 선별진료소에 갔다. 이날부터 새로 바뀐 코로나 진단법이 시작되었다. 진료소 천막에 십여개의 책상을 차려놓고 자가 진단키트로 신속항원검사를 한다. 여기서 검사지에 두줄이 나오면 양성이다. 양성으로 나오면 바로 뒤에 있는 검사 창구에서 PCR 검사를 한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보건소에서 문자를 받은 사람과 60세 이상 고령자는 신속항원검사를 생략하고 바로 PCR 검사를 한다.

 

  © 강성욱


나는 이미 뒷방 늙은이라 바로 PCR 검사를 하고 큰애 검사 마치기를 기다렸다. 십여명씩 치러지는 신속항원검사는 약 1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이 중에 한두명은 양성반응자가 나온다. 어림잡아보니 코로나 양성반응자가 전국적으로 치면 상당히 많을 것 같다. 검사소 한곳에서 10여분 마다 한두명씩 나오니 전국적으로 모으면 대단할 것 같다. 한참 후에 나온 큰애 얼굴이 밝다. 음성이란다. 확인서를 가지고 나오면서 이걸 방역패스로 쓸 수 있다며 좋아한다. 다음날 12시 쯤 내게도 음성이라는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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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일요일(6일) 아침부터 반전되었다. 휴일이라 느긋하게 일어났는데 목이 칼칼하다. 뒤따라 일어난 아내도 목이 아프단다. 방안 공기가 건조해서 후두염이 생겼거니 하고 집안을 뒤지니 가습기 두대가 나온다. 하나 더 있으면 해서 당근을 뒤져 잠실 파크리온 까지 가서 만오천이나 주고 괜찮은 가습기 하나를 더 업어 왔다. 가습기 연무아래 편안하게 자고 나면 괜찮아 지려니 생각했다. 새벽에 일어나니 목은 여전히 까끌까끌하다. 가래도 생겼다. 애어로빅 장에 가서 땀 한판 빼면 이정도는 물러가지 않을까. 그런데 컨디션이 말씀이 아니다. 뛰어거도 시원찮고, 귀청을 때리는 트롯 장단에 추임새 구령 하나 뱉어지지 않는다. 목이 잠겨 앗소리 하나 낼 수 없다. 아뿔사 이건 다르다. 단순한 목감기는 아니구나. 수업이 마치기 전에 후다닥 나왔다. 아침먹고 나서 집앞에 있는 벗이비인후과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타왔다. 큰애와 내가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으니 코로나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나더러 노인은 기다리지 않고 PCR 받을 수 있으니 가서 시험삼아 받아보란다. 내가 음성으로 나오면 모두 확신을 가지고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의 의무를 짊어지고 또 한번 PCR 검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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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화요일(8일) 아침먹고 애들 일하는 거 보고 있는데 10시쯤 광진구청에서 온 문자가 뜬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양성이란다. 햐 이거~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요새 연다라 물가운데서 헤메는 꿈만 꾸더니 이런 악귀가 내게 올려고 그랬구나. 

 

  © 강성욱


여기에다 식구 두명 증상이 나와 똑 같으니 이거 물어볼것도 없다. 작은애한테 물어보니 거기도 목이 아프단다. 허 이거 집단 발병이다. 부랴부랴 세 명을 선별진료소 보내고 나니 전화벨이 울린다. 광진보건소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PCR 검사결과 양성(Positive) 결과를 통지하고 기초조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거 가관이다. 그가 아는 것은 내 전화번호 밖에 없다.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등 확인하는데 십분도 더 걸린다. 선별검사소에서 PCR 검사할 때 인적사항 모두 기록해서 제출했다. 거기서 데이터 작업을 하지 않았나. 같은 기관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서로 공용으로 사용하지 않는가. 명색이 IT 선진국이라면서 이렇게 미련한 짓을 할까. 그러면서 동의 절차를 받는다. 치료소 4인실 병실을 수용할 수 있는가. 기저질환은 있는가. 당연히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다고 했다. 기저질환에 대한 약품은 제공하지 않으니 본인이 준비하고, 치료소에서 제공하더라도 본인 부담이란다. 집에 갖혀있는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느냐 약은 가져다 주느냐 물었다. 그런데 대답은 냉냉하다. 전담 관리팀이 전화를 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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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내내 전화기만 쳐다봤다. 영 감감하다. 아내 전화만 요란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 곳곳에서 온 전화에 집안이 시끄럽다. 심지어 제주도에서 까지. 그런데 광진구에서 보낸 확진자 안내에 내 이름과 사진이 나왔다고 한다. 다른 동네사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봤단다. 이럴수가 심각한 개인 정보를 함부로 누설하다니. 사진은 내가 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구했을까. 그래서 링크 보내달라고 했더니 지금은 지워졌다고 한다. 사진 설명을 들으니 카톡 프로필 사진인 것 같다. 햐 이거 별거 다 뽑아다 쓴다. 이거 할 시간에 아픈 사람한테 약이라도 갖다 주지. 앞으로 SNS 프로필에 본인 사진 쓰는 거 곤란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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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매달 10일에 경비와 청소 위탁회사에 월 관리비를 지급한다. 이와 더불어 소모품이나 다른 관리에 드는 비용에 대한 결재가 있다. 내가 작년부터 아파트동대표회의 회장을 맞고 있으니 오늘 그 결재를 해야한다. 기안문을 집에 가져다 달라고 했다. 나는 양 손에 비닐 장갑을 끼고 마스크 쓰고 기침소리 색색거리며 기안문 하나하나 들춘다. 비닐 장갑끼고 종이장 넘기는 것이 보통 고역이 아니다. 한참만에 결재한 문서를 봉투에 넣어 봉하고 문밖에 내놨다. 관리소장에게 비닐 장갑 끼고 수거한 다음 내일 아침에 개봉하라고 했다. 유기물이 없는 곳에서는 몇 시간 후면 바이러스가 사라지니 다음날 펼치면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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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은 시간에 문자 하나가 더 왔다. 재택치료 전담팀 배정이라는 거다. 심하게 아프면 어디로 전화하라는 내용이다. 질병관리청 안내에는 치료 키트를 어떻게 사용하고 하는 등등이 있고, 화이자에서 개발한 먹는 치료약을 몇십만명 분을 드려왔다는데 그런건 가져다 준다는 말도 없다. 단지 금일 야간 중에 재택치료키트 와 생활안내문을 자택으로 전달해 드린다는 말은 있다. 그리고 링크를 눌러 안내 동영상을 보며 재택 치료 앱도 설치하란다. 그런데 링크를 눌러 동영상을 보려는데 이거도 먹통이다. 문자에 있는 전담팀에게 전화를 했더니 키트는 모래나 보내준단다. 이제 포장중이라는 거다. 이거 참 너무 하는군. 이러다 사단 나겠다. 어제 뉴스에 코로나에 걸린 고등학생이 집에서 3일 기다리다 죽었다는 기사가 있다. 내가 물속을 헤메는 꿈자리가 여사가 아니다. 개꿈은 아닌 것 같다. 지금 티브이에는 코로나 진단과 재택 치료 관리 혼란에 대한 뉴스가 요란하다. 이거 의료 체계 붕괴가 다가오나. 나는 보통 8시 반이면 자는데 지금 10시가 넘었다. 이 사람들이 물품을 언제 가져오려나. 내가 물속에 빠져 헤메든 말든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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