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는 국가에서 설립한 기관은 설립된 순서대로 1번부터 번호를 붙인다. 학교, 유치원, 병원 등이 그렇게 이름이 붙어 있다. 유치원을 ‘체체르레그’라고 한다. ‘체체그’ 가 꽃이고, ‘체체르레그’ 는 정원이다. 그러니까 유치원은 꽃 같은 아이들이 노는 정원이다. 월요일 아침에 5번 유치원과 12번 유치원을 방문했다. 유치원 현관에 CC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복도 교실 등 아이들이 있는 곳 모두 CCTV로 관찰할 수 있다.
교실에는 1-2세, 3-4세, 5-6세 로 학급을 편성해서 30명 정도 씩 아이들을 돌본다. 각 교실 마다 교사 1명, 보조교사 2명이 배정되어 있다. 교사는 수업을 진행하고, 보조 교사는 아이들 하나 하나 보살핀다.
교실 입구에는 아이들 사물함, 한쪽 편에는 세면실이 있다. 세면실은 아이들 개인별로 세면도구가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의사실이 있다. 뭐냐고 물으니 유치원 전용 의사가 있단다. 유치원 시설이나 시스템은 부러울 정도로 잘 되어 있다. 교실마다 화장실이 따로 있고, 아이들이 쓰는 물품, 침구, 세면 도구 등을 개인별로 보관한다. 인구가 적은 이 나라에서 아이들 돌봄이 최우선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5번 유치원에서 음악 수업이라는데 발표회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유치원의 재롱잔치와 비슷한데 학부모가 참관하지는 않는다. 핸드폰으로 찰영을 하는 학부모가 몇 명 있기는 하다. 장난하거나 돌아다니는 이이는 없고, 아이들은 상당히 질서를 잘 지킨다. 음악 교사는 전자 피아노를 들고 교실을 차례로 다니면서 음악 수업을 지도한다. 이 교사가 몇 개 유치원을 순회하면서 지도한다고 한다.
민박집 주인이 1번 체체르레그에 다니는 딸을 데리러 가잔다. 1번 체체르레그는 2층으로 된 아담한 유치원이다. 몽골에서는 3층 이상은 유치원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유치원에 들어서니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이 여럿 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때, 꼭 손잡고 아이를 유치원 활동하는 방까지 데려다 준다. 데려올 때도 방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리고 가면 교실 입구에 있는 사물함에 아이가 외투와 장화를 벗어 정리한다. 그런 다음 부모가 아이를 교실에 있는 선생님에게 인계하고 나온다. 아파트 앞에서 아이를 봉고차에 실어 주고, 돌아서는 우리의 신세대 주부들 모습과 좀 대조가 된다.
그런데 집안 생활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역할을 꼭 해야 한다. 잘 때는 아이가 방 이불장에 있는 이불을 가져다 거실에 깐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이가 이불을 개고, 두꺼운 요만 어른이 갠다. 아침밥도 엄마는 탁자에 빵과 잼, 치즈 등 먹거리를 내놓기만 한다. 아이가 자기 먹을 건 알아서 챙겨 먹는다. 나갈 때도 아이가 먼저 혼자서 옷 입고, 목도리 두르고, 모자 쓰고, 장화신고, 문 앞에 서서 부모를 기다린다. 부모는 느긋하게 차려입은 다음 기다리는 아이 손잡고 현관을 나선다. 그런데 우리는? 집안에서 아이들이 혼자서 뭐 하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부모가 서둘러서 이것 저것 다 해준다. 우리 아이들은 먹는 것, 입는 것 어느 것 하나 부모 간섭없이 할 수 없다. 하다못해 씻는 것 까지 부모가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정작 위험이 도사리는 바깥에서는 그냥 놔 둔다. 문 앞에서 조심해서 갔다 오라고 으름장 놓고, 그냥 보낸다. 여기 사람들은 한국 교육을 부러워한다. 본받을려고 애쓰는데, 지금 이들이 하는 행동이 더 나아 보인다. 이들에게 무엇을 조언해야 할지 고민이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몽골생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