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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참게 잡이

강성욱 | 기사입력 2020/07/25 [06:46]

뚝섬 참게 잡이

강성욱 | 입력 : 2020/07/25 [06:46]

  © 강성욱


올해 장마전선은 6월 하순부터 거의 한 달 동안 남부 지방에서 오락가락 하다, 7월 20일이 넘어서야 겨우 중부 이북으로 올라왔다. 덕분에 한강 주변에 물이 제법 떨어졌다. 잠실수중보 아래 한강 물의 수위도 상당히 올아왔다. 수위 변화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하루에 두번씩 일어나는 서해안의 조수간만이다. 만조일 때는 올라오고 간조 때는 내려가는데 수위 변화는 거의 50센티미터 정도 된다. 그런데 이때 물의 흐름은 거의 달라지지 않고 물 높이만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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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내리는 비다. 강수량이 하루 이삼십밀리 이하일 때는 잠심수중보 아래 강줄기 흐름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큰 비가 와야 뭔가 보인다. 며칠 전, 20일 날, 오랜만에 장대비가 내렸다. 돌풍으로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물폭탄이 떨어졌다. 이 날 거의 50밀리 정도 내렸다. 저녁 무렵 비가 그쳐 나가보니 수중보 문이 두개나 열려 있다. 거대한 물살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소용돌이 치며 터져나오는 강물이 무섭다. 이 속에 빨려 들어가면 그대로 끝장이다. 그런데 대단한 녀석이 보인다. 물을 누비고 다니는 검은 오리가 있다. 가마우지다, 이 녀석의 수영실력은 대단하다. 초당 2미터 넘게 흐르는 폭포를 휘젓고 다닌다. 급물살에 더 내려가지 않고 그 자리를 거의 지키며 물질을 한다. 가마우지 주요 사냥터는 수중보 아래다. 항상 열마리 정도의 가마우지가 여기 모여든다. 이들은 물에 들어가면 거의 5분이 넘어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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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과 23일 오전 사이 내내 장대비가 내렸다. 서울 지역 강수량이 100mm 이상이 되었다. 늦은 오후에 구름 사이에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녁 먹고 나서 당 태우러 뚝섬길을 걸었다. 비온 뒤의 한강은 생기가 넘친다. 코로나로 실내 체육이 어려워지자 한강길 운동족이 제법 늘었다. 그래서 보행길이 좀 복잡하다. 청담대교에서 상류 잠실대교 까지가 내 운동 코스다. 두 대교 사이가 2킬로 정도 되니 왕복 4킬로미터다. 걸으면 한시간, 달리면 이십 몇 분이다. 삼백 칼로리는 충분히 소모할 수 있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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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점인 잠실수중보 아래 제방에 왔다. 그런데 몇 사람이 뚝방 여기저기서 '잡아, 잡아'하며 수선을 떤다. 뚝방 세멘 바닥과 옆 풀받에 젭싸게 기어 달아나는 조그만 녀석들이 있다. 참개다, 수중보 문이 열려 물살이 세지면 수중보 안에 살던 참개들이 급물에 떠 내려오다 물살을 피하려고 왼편 제방으로 기어 올라온다. 오늘은 한강 물이 많이 불어 수중보 문을 5개 모두 열었다. 방류량이 어마어마하다. 물폭탄을 피해 피난나온 게를 잡는 사냥꾼들이 해마다 여기에 진을 친다. 그들은 메끈한 수직 제방벽을 기어 올라오는 게를 포획하는 끝면이 납작한 메미채를 들고 올라오는 족족 낙아챈다. 그런데 요새는 한강 관리원의 단속으로 그런 사람들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동네 아주머니들이 횡재를 만났다. 비닐 주머니 들고 한손은 면장갑을 끼고 돌아다니는 게 사냥에 정신이 없다. '으아, 으아' 벌벌 떨면서서 한마리라도 잡으려고 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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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덩달아 풀 받에 숨어 있는 녀석 한마리를 낙았다. 그리고, 기념 촬영하고 물에 던져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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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 설치고 일어나 운동코스로 나가 달린다. 비온 뒤의 새벽 강을 보며 달리는 맛을 어데다 비기랴. 이 때문에 내가 일찍 일어나나 보다. 수중보 제방에 왔다. 참개떼가 풀밭 사이로 흭하고 흩어져 도망간다. 제방위에 장갑낀 아주머니들 오늘도 바쁘다. 나도 뒤질세라 풀숲에 있는 놈 하나를 손바닥으로 눌러 잡았다. 집으로 데려가서 자는 사람 놀래켜주자. 개딱지 등과 배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꽉 낀다. 게가 달아나려고 발버둥친다. 집게로 손가락을 물기도 하고, 가는 발로 밀어내고 안간 힘을 쓴다. 헌데 쥐방울 만한 것이 해 봤자다. 꽉 끼고 다시 2킬로를 달린다. 아뿔싸, 손가락 힘이 조금 풀리자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다시 황급히 다시 체포, 단단히 단두리해서 무사히 집에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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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잠이 깨 거실에 나와 있는 집사람이 보고 으악 하며 도망간다. 작은 냄비에 수돗물 틀고 담아 넣으니 살살 움직인다. 흐유, 살았다, 안심하는 모양이다. 애게, 되게 작다. 등딱지 지름이 2센터 정도 밖에 안 된다. 이런 걸 잡으려고 그 난리를 치나, 쩝. 그런데, 이걸 어쩌나, 수족관이라도 있으면 괜찮을텐데, 그런데 나는 그런 건 좋아하지 않는다. 별 수 없다. 일이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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