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른 고비의 파견기간이 한 달 남짓 남았다. 고비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이년이라는 시간이 막막했었다. 헌데 그런 세월이 훌쩍 가버렸다. 언제나 남은 시간은 아득하고, 지난 시간은 화살 같다. 이제 사람들이 슬슬 이별 준비를 한다. 아는 사람 만나면 언제 가느냐고 묻는 것이 인사다. 그동안 한글교실하던 후후드어르동(어린이궁전: 어린이회관)에서 청소년 일을 담당하는 나르카 에르덴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쇼핑백에서 선물을 꺼내 설명한다. 하므링 히드 그림이 있는 컵, 샤가이 운세 놀이세트 등이 있다. 이걸 보면서 고비를 기억하란다.
샤가이 놀이는 몽골 가정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하는 놀이이다. 작년 초에 생샨드에 와서 현지 가정에 민박하면서 샤가이 놀이로 긴 겨울밤의 무료함을 달랬었다. 샤가이는 헌니(양)의 뒷다리 발목부분에서 롤라 역할을 하는 뼈를 추출한 것이다. 그러니까 양 한 마리에서 두 개의 샤가이가 나온다.
샤가이 뼈는 다른 가축에서도 나온다고 한다. 우연히 소 우족을 사다 오래 고았더니 여기서 커다란 샤가이 뼈 하나가 나왔다. 하지만 몽골인들은 양에서 나온 것을 샤가이라고 한다. 몽골 유목민들은 오래전부터 샤가이 네 개를 던져서 나온 모양을 보고 하루 운세를 보았다고 한다. 선물 받은 샤가이 놀이 세트에 운세 풀이가 있어서 소개한다.
몽골 초원에서 유목민들이 기르는 가축은 말, 양, 낙타, 염소, 소 다섯 가지다. 그래서 오축이라고 한다. 샤가이를 던지면 긴 쪽 사면 중의 하나가 위로 놓이게 된다. 그 모양에 따라 오축 중에서 하나씩 가축 이름을 따서 붙였다.
샤가이 좁은 부분으로 놓이면서 좀 작게 파이고 말잔등처럼 널찍한 부분이 위로 올라오면 ‘모르’라고 한다. ‘모르’는 타고 다니는 말이다. 몽골인 들은 모든 말을 ‘아도’라고 한다. 그 중에 타고 다닐 수 있는 건장한 수컷 말을 ‘모르’라고 한다. 초원의 유목민들은 이동 수단인 ‘모르’가 중요하다. 그래서 ‘모르’가 나오면 좋아한다.
넓은 면의 복록한 부분이 위로 올라오는 것이 ‘헌니’다. ‘헌니’는 양이다. 양은 유목민들의 주식에 해당하는 가축이다. 양고기는 지방이 많고, 소화가 잘 되어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음식이라고 한다. 양고기 냄새 때문에 우리는 적응하기 어렵지만 바람과 추위 속에 살아가는 유목민들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음식이다.
좁은 면의 움푹 파인 부분이 위로 올라오면 ‘테메’라고 한다. ‘테메’는 낙타이다. 낙타는 사막 기후를 잘 견디고 체구가 커서 많은 짐을 옮길 수 있는 중요한 가축이다. 고비 사막 사람들은 낙타를 신성하게 여겨 낙타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넓은 면의 오목한 부분이 위로 놓이면 ‘야마’라고 한다. ‘야마’는 염소이다. 염소는 양보다 조금은 까다롭고, 고기는 지방이 적다. 그래서 ‘야마’ 고기를 ‘후이튼(추운) 마흐(고기)’라고 한다.
샤가이 네 개를 함지에 담아 기원하면서 흔들다가 양탄자에 쏟아 놓으면 점 쾌가 나온다. 운세 점쾌 풀이를 나름대로 해석을 붙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Маш сайн(마쉬 센) - 매우 좋다
말은 유목민의 발이다. 네 마리가 나오면 어디에 가든지 날개 달린 듯 갈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2. Хүссэн бүхэн тань саадгүй бүтнэ(후슨 부흥 타니 사다구이 부트네) - 원하는 소원이 막힘없이 이루어진다
유목민의 주식인 양이 네 개가 나오면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배불리 먹으므로 걱정이 없고, 일이 잘 되어 좋아진다.
3. Урт удаандаа өлзийтэй(오르뜨 오딴다 을지태) - 좀 시간이 걸리지만 좋아 진다
낙타가 네 마리다. 낙타는 느리지만 초원과 사막에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낙타는 많은 재물을 싣고 온다. 따라서 느리지만 좋은 시절이 다가온다.
4. бусдын гарт ужиг(보스딘 가르뜨 오찌크) - 다른 사람 손 때문에 일에 시간이 걸린다
염소가 네 마리다. 염소는 양보다 뿔이 크고 약간 거칠다. 그리고 유목민에게 염소 고기는 별로다. 같은 것이 모두 나와서 좋기는 하지만 조금은 부족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서 방해를 받는다고 해석한다.
5. Хурдан ирэх очих(호르땅 이레흐 오찌흐) - 빨리 오고 간다
말 세 마리가 양 하나를 몰고 간다. 겁 많은 양이 다리에 불이 나게 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빠르게 오고, 간다고 한다.
6. Алсын аянд саадгүй бутнэ(올신 아얀드 사드구이 보트네) - 먼 여행이 막힘없이 잘 된다
말 세 마리에 낙타가 한 마리다. 낙타에 짐을 가득 싣고, 세 마리의 말을 갈아타면서 여행을 떠난다면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초원 유목민의 여행 차림에 이보다 더 환상적인 조합은 없을 것이다.
7. Тэгш сайн(트그슈 센) - 골고루 좋다
말 세 마리에 염소 한 마리다. 염소가 약간 부족하기는 하지만 말 세 마리가 있어서 좋은 점 괘가 된다. 그래서 골고루 좋다고 한 것이다.
8. Баяртай сайн(바야르테 센) - 기쁘게 좋다
말 두 마리에, 양 한 마리, 낙타도 한 마리 있다. 짐도 많이 싣고, 빠르게 가는 말도 있고, 먹거리도 충분하다. 그러니 기쁘고 좋을 수 밖에 없다.
9. Саадгүй сайн(사드구이 센) - 막힘없이 좋다
말 두 마리에, 낙타 한 마리, 염소 한 마리다. 염소가 조금 부족하기는 해도 젖이 많고, 식량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일을 막힘없이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 것이다.
10. Өлзийтай сайн(을지테 센) - 행운이 있어서 좋다
말 두 마리에, 양 한 마리, 염소 한 마리다. 말은 유목민에게 가장 중요한 가축이고, 양과 염소는 양식이다. 그래서 축복이 있다고 한 것이다.
11. Алсын үйл түргэн бүтнэ(알신 우일 투르긍 부트네) - 앞으로 할 일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말 두 마리에 양이 두 마리다. 식량도 풍부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말도 있다. 그래서 계획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12. Үйлс бүтэмжтэй боловч тэмцэлтэй(우일스 부틈쯔태 볼로브치 템첼태) - 일이 잘 되지만 약간 갈등이 있다
말 두 마리에 낙타 두 마리다. 살림에 기둥이 되는 말과 낙타가 있어서 좋기는 하다. 하지만 양식 걱정이 조금은 있다. 그래서 약간 갈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13. Үйлс бүтэмжгүй(우일스 부틈쯔구이) - 일이 잘 되지 않는다
말 두 마리에 염소 두 마리다. 말이 두 마리가 있지만 염소 밖에 없으니 양식 걱정이 된다. 그래서 일이 잘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할 일이 있으면 좀 기다리라는 것이다.
14. Өөрийн талд бат(으린 탈드 바트) - 내 편이 튼튼하다
말 한 마리에 양이 세 마리다. 이동 수단도 있고, 식량도 풍부하다. 그래서 내 편이 튼튼하다고 한다. 유목민들은 튼튼한 용사를 바트라고 한다. 몽골 남자 이름에 바트가 많은 것도 그런 연유이다.
15. Урт удаандаа баяртай(오르뜨 오딴다 바야르태) - 시간이 걸리지만 기쁘다
말 한 마리에 낙타가 세 마리다. 구색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낙타가 많이 있어서 살림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오래 기다리면 잘 될 것이므로 기쁘다.
16. Цагаан хэл амтай(차간 헬 암태) - 입 안에 하얀 혀가 있다
말 한 마리에 염소가 세 마리다. 몽골 속담에 햐얀 혀와 검은 혀가 있다. 하얀 혀는 칭찬을 잘 하는 사람이고, 검은 혀는 험담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염소 세 마리가 집안에 복을 가져다 주고, 남들이 부러움을 주는 칭찬 받을 일이 생길 것이다.
17. Үнэнд ойр талд хүсэх(우넨드 오이르 탈드 후스흐) - 사실에 가까운 편에 서기를 원한다
말 한 마리, 양 두 마리, 낙타 한 마리다. 말과 양, 낙타가 있으니 내게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굳이 시류에 편승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이 정의를 실천하려면 먼저 자신을 잘 단두리해야 한다. 수신제가를 잘 한 사람이 진실을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18. эд хэл хүн ирнэ(에드 헬 훙 이르네) - 재물을 가진 사람이 온다
말 한 마리, 양 한 마리, 낙타가 두 마리나 된다. 염소가 없어서 약간은 부족하다. 누군가 인심 좋은 사람이 와서 채워주었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믿는 것은 인간 누구나 가진 신앙이다. 그래서 이 괘는 재물을 가진 현자가 나를 찾아 와 도와 줄 것이라는 믿음을 나타낸다.
19. Анхнаасаа бүтэмжтэй(앙흐나사 부틈츠태) - 처음부터 잘 된다
말 한 마리, 양 한 마리, 염소 두 마리다. 몽골 초원의 유목민은 주로 말과 양, 염소를 기른다. 말과 양, 염소가 다 있는 것은 보편적인 유목민 가정의 구색이 다 갖춰진 것이다. 그래서 일이 시작부터 잘 된다고 한다.
20. Сайн талдаа(센 탈다) - 좋은 편이다
말 한 마리, 낙타 두 마리, 염소 한 마리다. 양이 없어서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가축들이 고루 있어서 좋다. 그래서 이것도 좋다는 것이다. 유목민들의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다.
21. Анхны явдал баяртай(앙흐니 야브달 바야르태) - 처음 일이 기쁘다
말 한 마리, 양 두 마리, 염소 한 마리다. 말, 양, 염소가 고루 있는데 양이 하나 더 많다. 유목민들이 좋아하는 양이 많아서 좋다. ‘야브달’은 동작, 걸음, 일 등을 나타내는 말이다. 처음이 기쁘다는 것은 오늘 일을 시작하면 다 잘 된다는 것이니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22. Тэргүүн төлөг маш сайн(태르궁 틀르흐 마쉬 센) - 제일 좋은 점괘가 나와 좋다
말 한 마리, 양 한 마리, 낙타 한 마리, 염소 한 마리다. 모든 가축이 다 나왔다. 이는 샤가이 점괘 중에 가장 좋은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일이 막힘없이 잘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23. Эсэн мэнд удаан жаргана(으슨 맨드 오딴 자르가나) - 건강하고 오래 행복하다
말 한 마리, 낙타 한 마리, 염소 두 마리다. 말과 낙타, 염소는 초원에서 생명력이 강한 가축이다. 그래서 건강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건강하게 살아야 오랫동안 행복하다.
24. Үилс бүтэмжтэй(우일스 부탬츠태) - 일이 잘 된다
양 세 마리, 염소 한 마리다. 몸집 큰 말과 낙타는 없지만 양식은 풍부하다. 양식이 넉넉하면 집안에 불란이 없다. 그래서 일이 잘 된다고 믿는 것이다.
25. Үилс бүтэмж дунд зэрэг(우일스 부탬츠 돈드 제게그) - 일이 되는 정도가 중간 정도다
양 두 마리, 낙타 한 마리, 염소 한 마리다. 말이 없어서 빠르게 일이 진척되지는 않겠지만, 큰 짐 나르는 낙타가 있고, 양식도 풍부하다. 그래서 일이 잘 되기는 하지만 중간 정도 수준으로 가니 서둘지 말라는 것이다. 몽골어에서 상급은 ‘데드 제레그’, 중급은 ‘돈드 제레그’, 하급은 ‘더드 제레그’라고 한다.
26. Өөрийн талд боловч саадтай(으린 탈드 볼로브치 사드태) - 내 편이 잘 되지만 방해가 있다
양 두 마리와 낙타 두 마리가 있다. 양과 낙타가 있어서 살림을 꾸리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말과 염소가 없는 것이 허전하다. 그래서 일이 잘 되지만 약간의 막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27. Хэрэг зориг бүтэх эсэх нь тодорхойгүй(헤레그 조리그 부트흐 에세르 인느 토도르호리구이) - 일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분간이 안 된다
양 두 마리와 염소 두 마리다. 우리에 작은 가축만 있어서 좀 불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양식은 충분하다. 그러니 앞으로 일이 잘 될 건지, 어려울 건 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8. Сайн хөөцөлдөх хэрэгтэй(샌 흐츨드흐 헤르그태) - 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양 한 마리, 낙타 두 마리, 염소 한 마리다. 양과 낙타, 염소가 있어서 일이 잘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말이 없어서 쉽게 일을 하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노력을 좀 더 하라는 충고이다.
29. Бусдын талд бат(보스딘 탈드 바트) - 다른 편이 강하다
양 한 마리, 낙타 한 마리, 염소 두 마리다. 말이 없어서 이동이 불편하고, 주식인 양도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보다 다른 집이 더 좋아 보인다.
30. Бүтэмж муу(부탬츠 모) - 잘 되기 어렵다
양 한 마리, 낙타 세 마리다. 느리고 덩치 큰 낙타가 많다. 주식인 양도 조금밖에 없으니 걱정이 된다. 앞으로 일이 잘 되기 어려우니 도움을 청하거나, 기다리라는 충고이다.
31. Горьдлого муу(고리드로고 모) - 기대치가 안 좋다
양 한 마리와 염소 세 마리다. 대형 가축이 없어서 힘 쓰기도 어렵다. 거기에다 주식인 양도 부족하다. 그래서 앞으로 일이 잘 될 것 같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32. Гадны хүч дийлнэ(가뜨니 후치 딜르네) - 외부 힘이 이긴다
낙타 세 마리와 염소 한 마리다. 낙타는 느려서 말을 타고 오는 적을 대항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편이 강하니 조심하라는 점괘다.
33. Алсуураа саадтай(알소라 사드태) - 앞으로 일에 방해가 있다 낙타 두 마리와, 염소 두 마리다. 말과 양이 없는 점괘는 길함이 없다. 낙타와 염소만으로는 초원에서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앞으로 일에 방해가 있으므로 세력을 보강하라는 것이다.
34. Үилс бүтэмж муу(우일스 부탬츠 모) - 일이 잘 되기 어렵다
낙타 한 마리와 염소 세 마리다. 낙타와 염소만으로 초원의 일을 하기는 어렵다. 거기에다 주식이 양도 없다. 그래서 앞으로 일이 잘 되기 어려우니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35. Алсдаа удаж байж бүтнэ(알스다 오다츠 배츠 부트네) - 앞으로 시간이 걸려야 잘 된다
양 세 마리와 낙타 한 마리다. 말이 없어서 지금은 어렵지만 양식이 되는 양이 많으니 위안은 된다. 그러니 참고 기다리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참고 일을 하라는 충고이다.
그런데 산업 사회로 변한 지금은 양보다 염소가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염소의 털을 재료로 하는 케시미어가 지금 몽골의 주요 생산물이 되고 있다. 다 자란 염소에서 상당한 분량의 털이 나온다. 그리고 말이나 양보다 염소 털의 유통이 쉽다. 그래서 유목민들의 주요 수입원이 염소가 되고 있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 사는 유목민들은 양 고기는 거의 자급으로 소비하고, 주 수입은 염소 털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울란바타르의 몇 한국식당에서 염소 고기에 들깨와 적당한 양념을 넣어 끌인 염소탕을 내 놓았다. 이 염소탕의 맛이 괜찮아서 몽골 주재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나도 숙소에서 시도해 봤더니 먹을 만하다. 요즘은 거의 매일 하고 있다. 철수 말미에 이런 진미를 알았다는 것이 약간은 섭섭하다. 이제 몽골인들도 양과 염소의 위치를 바꿔야 할 건지 고민하게 생겼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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