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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도우니 즐거움이 새록새록

한미일 협동 김치 만들기

강성욱 | 기사입력 2019/09/10 [11:14]

서로 도우니 즐거움이 새록새록

한미일 협동 김치 만들기

강성욱 | 입력 : 2019/09/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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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에 자라는 들풀 중에 우리 미각을 자극할만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전에 소개한 명이라 불리는 할리아르, 다른 하나는 부추보다 더 가는 흐믈이다. 둘 다 야생파 종류로 몽골인들이 좋아하는 들 채소다. ‘할리아르는 물이 풍부한 항가이에서 자란다. 대략 6월 중순 쯤에 들에 있는 할리아르어린잎이 사람들에게 채취되어 시장에 나온다. 고비 사막에는 7월 하순부터 비가 간간히 내린다. 요즘에는 가끔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비가 몇 번 내리고 나면 들이 푸르게 변한다. 다년생 야생파 흐믈잎은 8월의 고비 사막을 푸르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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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믈은 파보다 맛이 강하고, 냄새도 좋다. 느끼한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몽골 사람들에게 흐믈은 좋은 반찬이다. 소금에 절여 고기 먹을 때 곁들여 먹고, 다짐 고기에 섞어 보츠(몽골만두)나 호쇼르(튀긴 만두)의 속을 하기도 한다. 8월에는 채소가게에 소금에 절인 흐믈500ml 정도의 병에 담겨져 5천 투그릭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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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알바 꺼리가 생겨서 체육관 사범 시즈레는 연일 사막으로 출장 나간다. 같이 가잔다. 피스콥과 자이카 단원에게 물어보니 좋단다. 해저물녘에 미국 피스콥의 피터, 일본 자이카의 에리꼬, 한국 코이카 신규단원 김단원이 같이 시즈레가 모는 프리우스를 타고 사막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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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밍우드 가는 길에 있는 찜비만드는 식당에서 저녁 해결하고, ‘흐믈들판으로 나갔다. ‘흐믈은 물이 모이는 도랑이 있는 언덕 사면에 많이 자란다. 언덕에는 야생파의 다른 종류인 흐믈이 섞여 있다. ‘은 줄기잎이 뻗뻗하면서 가늘고, ‘흐믈은 굵고 약간 늘어져 있다. 맛은 이 순하고, ‘흐믈이 맵다. 그래서 야마(염소)’을 잘 뜯어 먹는다. 요즘에 가게에 나오는 야마 고기가 고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을 먹은 야마 고기가 맛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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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 채취한 흐믈양이 제법 된다. 이걸로 김치 만들자고 하니 다들 환영이다. 그래서 한미일 봉사단원 김치 협동 제조 날을 일요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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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샨드에서 가장 큰 상점인 노민 델구르앞에서 네 명이 만났다. 우선 회비 이만 투그릭 씩 걷고, 가장 중요한 재료 배추를 사러 갔다. 여기서는 양배추를 배차’, 배추를 김치 배차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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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배차는 중국에서 수입하는지라 중국 수입 채소를 파는 가게에 있다. 마침 통이 제법 큰 김치 배차’ 3개가 있다. 여기는 배추가 귀해서 좋고 나쁜 것을 가릴 겨를이 없다. 있으면 무조건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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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킬로그램 정도 되는 배추 3, 3, 마늘 10, 손바닥만한 생강 하나, 가는 파 한 줌, 주먹만한 양파 4, 사과 2, 2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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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점에 나가 이 근처 농장에서 나오는 오이를 샀다. 중국산 오이는 가늘고 길다. 몽골 오이는 짧고 통통하다. 기왕이면 몽골산으로 오이소박이를 해야 좋다. 최대한 작은 걸로 30개 정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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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들고 내 숙소로 들어갔다. 거실에 쏟아놓으니 한 무더기다. 이걸 처리할 생각을 하니 좀 깝깝하다. 내가 다 시키는 수 밖에 없다. 언젠가 초원 여행길에서 각자 맡아서 하나씩 뭔가 하는데, 딱 한 사람만 암 것도 안하고 입만 놀린다고 누군가가 빈정댄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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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꼬와 김단원은 배추를 절인다. 두 조각으로 나눈 배추 잎을 펴가면서 소금 가루를 골고루 뿌린다. 여기 소금은 암염이라 천일염보다 훨씬 쎄다. 배추 잎에 조금씩 흩어 뿌린다. 통이 큰 배추 한 포기 절이는데 천일염은 거의 국 대접 하나가 들어간다. 암염은 부피로 따져서 거의 십분의 일 정도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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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파와 무를 씻는다. 채소를 씻을 때 수돗물로 씻은 후에 정수한 물이나 생수로 다시 씻어야 한다. 몽골 수돗물은 지하수를 그냥 쓰기 때문에 금속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그대로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마시는 물은 정수한 생수를 사다 써야 한다. 그리고 음식 재료 씻는 것도 마찬가지다. 약소하지만 코이카 활동 물품으로 나온 브리타 정수기로 정수한 물을 잔뜩 받아 놓았다가 이럴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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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는 진한 소금물에 절인다. 생수 3리터 정도를 랜지에 끓인다. 여기다 소금을 한 주먹 넣는다. 물의 온도가 오르면 용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소금이 다 녹아 사라진다. 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오이를 넣는다. 온도가 높은 소금물에 오이를 절이면 오이에서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와 오이 질감이 단단해진다. 이렇게 절인 오이로 오이소박이를 하면 다 먹을 때 까지 오이가 무르지 않고 사각사각하다. 이건 요리 천재 김여사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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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다듬기 중에 마늘까기가 제일 까시럽다. 바싹 마른 마늘에 달라붙은 속껍질을 벋겨내기가 여간 귀찮지 않다. 여기에 다년간 단련된 나의 비기가 나온다. 한 단원에게 마늘쪽을 한 쪽씩 분리하라고 하고, 다른 이에게는 마늘 쪽 밑둥만 잘라 물통에 넣으라고 한다. 한 시간 후에 물에 불은 마늘쪽을 손으로 비비면 쉽게 껍질이 분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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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재료인 채소 몇 가지를 갈무리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다들 열심이니 내가 점심밥을 차려주어야 한다. 지난번에 해 놓았던 잡채 덥히고, 고추장 염소불고기, 칼국수 같이 넓은 면발 몽골 국수 삶아 고추장 양념으로 살짝 볶아 내 놓았다. 다들 맛있게 먹는데 에리꼬가 힘겹다. 일본인들은 매운 음식을 접하지 않아서 조금만 매워도 고통스럽다. 그녀는 후아! 후아!’ 하면서도 한 접시를 다 비운다. 그러고 나서 연신 물을 찾는다. 냉동고에 얼린 타락(몽골 요구르트)을 꺼내 잘라 주니 그걸로 간신히 입 안을 진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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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니 소금 먹은 배추가 늘어져 있다. 이제 본격적인 단계로 들어간다. 마늘 10통 깐 것, 생강 약간, 사과 2, 2, 양파 2, 기다란 무 10cm 정도를 갈무리해서 마늘 크기로 자른다. 믹서에 넣어서 갈아야 하는데 크기가 크면 칼날이 닫지 않아 가는데 애먹는다. 믹서로 과일이나 채소를 갈 때 물을 약간 넣어 재료들이 가라앉도록 하는데, 김치 양념을 할 때는 액젓을 물대신 넣는다. 액젓은 소금 함유량이 높아 배추 1kg 100ml 정도면 충분하다. 배추가 5kg 정도 되니 음료수 컵으로 한 컵 반 정도면 적당하다. 액젓 반 컵씩 믹서에 넣어 재료를 세 번으로 나누어 갈아 양념 반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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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반죽에 양파 2개를 가늘게 썰어 넣고, 가는 파를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잘라 넣는다. 피터에게 손가락 한 마디가 뭐냐고 물으니, ‘핑거 원 섹션한다. 그리고 사막에서 채취해 온 흐믈을 다듬어 김치속에 넣을 준비를 한다. 머리카락 굵기 정도인 흐믈다듬자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돌아가면서 한참을 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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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속에 넣을 마지막 재료는 밀가루 죽이다. 움푹한 팬에 물을 2L 정도 담아 밀가루 100g 정도 넣어 잘 저으면서 중간 정도의 불에 10분 정도 가열한다. 불이 세면 밀가루가 다 풀어지기 전에 익어버리고, 바닥에 눌어붙어 탈 수 있다. 우리 단원이 죽을 쑤는데 피터와 에리꼬가 뭐냐고 묻는다. 김치속에 진기를 더 하고,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감칠맛이 난다고 해야 되는데, 이거 영어 단어 맞추기 어렵다. 한미일 단원들이 몽골어를 배우기는 하지만 능숙하지 않아, 이럴 때는 그냥 영어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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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속이 완성될 쯤 절인 오이와 배추를 씻는다. 둘 다 우선 수돗물로 씻은 다음 정수물로 다시 씻어야 한다. 오이는 한 번 더, 배추는 두 번 더 씻고 나서 물기를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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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완성될 단계가 되었다. 먼저 오이소박이를 한다. 길이가 10cm 정도 되는 절인 오이를 반으로 자른 다음, 세로로 두 번 칼집을 넣어 네 조각으로 벌린다. 에리꼬가 매운 맛에 혼난 것을 보아 에리꼬 것에는 고춧가루를 뺀다. ‘흐믈과 반죽을 섞어 속을 만들고, 에리꼬용 오이소박이를 완성해 통해 담았다. 붉은 색이 없으니 별로 안 이쁘다. 그리고 나머지 세 명 것은 고춧가루를 넣어 제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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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화룡정점의 시간이 되었다. 절인 배추를 가져와 배추 잎 사이사이에 김치속을 넣는다. 고춧가루를 빼야 되는 에리꼬 것이 먼저다. 그런데 에리꼬가 고춧가루 한 국자를 넣는다. 붉은기가 없으니 좀 섭섭한 모양이다. 돌아가면서 각자 김치를 만들고 나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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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그고 나면 뒤풀이는 돼지고기 수육 보쌈이다. 버무린 김치에 싸 먹는 수육 보쌈 맛은 최고다. 집에서도 김치 담글 때 보쌈 생각에 서둘러 들어 왔었다. 피터가 꿀에 이스트 넣어 빚은 허니 와인를 내놓는다. 보쌈 안주에 곁들이니 기가 막히다. 다들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이러다 이 애들 한국 가서 살겠다면 어떻하나. 이렇게 서로 도우니 얼마나 좋아. 저 혼자만 잘 살겠다면 세상 모두가 피곤해진다. 행복이란 서로 손뼉을 마주 쳐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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