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뭉고비에는 해저 지형이 융기되어 형성된 지층이 여러 곳이 있다. 그 중에 고생물학과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바양자그이다. 자그는 고비 사막에 서식하는 향나무와 비슷한 나무다. 바양은 부자 또는 풍부하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즉, 자그 나무가 풍부하게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지역은 우뭉고비의 중심인 달란자드가드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있어서, 홍고르 모래 지대를 구경한 다음 날 울란바타르로 돌아가는 중에 갔다. 달란자드가드에서 포장된 길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면 돈드고비의 중심 만달 고비를 지나 울란바타르로 간다. 이 길을 따라 30km 쯤 가다 사막길로 들어가 정북으로 달린다.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두 시간 정도 가면 볼강 솜이 나타난다. 여기서 잠시 휴식하고 동쪽으로 18km 정도 가면 바양자그 유적지가 나온다.
바양자그 유적지에 다가가자 기다란 시멘트 블록이 줄지어 박혀 있어 차가 들어 갈 수 없다. 기다란 돌담이다. 시멘트 블록을 따라 내내 달려도 출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인근 관광캠프에 가서 출입구 위치를 물어보고 나서 간신히 찾았다. 몽골 정부에서 유적지 보호를 위해 2010년도에 21km에 이르는 울타리를 세웠다는 것이다. 돈이 2억 투그릭 넘게 들어갔단다.
바양자그는 붉은 색 진흙 지층이 비바람에 침식되어 절벽과 돌출부가 생겨난 지형이다. 이들 모양이 마치 책상처럼 보인다 해서 지역주민들은 ‘쉬레(책상) 샤와르(진흙)’라고 부른다. 넓이 5km, 길이 8km에 이르는 이 점토 지형에 거대한 침식 균열과 절벽이 이어져 있다. 절벽의 높이는 바닥에서 20-50m 정도 된다고 한다.
1920년도에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 탐사대가 여기에 와서 최초로 벨로시 랩터 뼈를 발견하고, 이후 여러 나라가 몽골과 공동으로 답사하여 대략 6천-1억년 전 여러 종류의 공룡 뼈와 알 화석을 대량으로 발견하였다. 그래서 여기를 ‘공룡의 요람’이라고 부른다. 당시 미국 탐사대의 리더인 엔듀르스라는 사람이 석양에 비치는 붉은 절벽을 바라보며 ‘불타는 절벽’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지역 이름이 또 하나 생겼다.
그리고 미국의 탐사대는 1923년에 4만 년 전의 신석기시대 유물을 발견하였는데, 그 후 몽골 정부에서 미국 탐사대 출입을 금지시키고, 러시아와 공동으로 탐사하여 석기와 도기를 다량으로 발굴하게 된다. 그래서 여기를 ‘바양자그의 신석기 시대 마을’이라고 부른다. 이런 연유로 바양자그는 세계 고생물학과 고고학계에서 주목 받는 곳이 되었다.
아무튼 이런 유명세 덕분에 바양자그를 구경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입구에서 안내원이 와서 티켓을 내민다. 1인당 만투그릭을 주고 티켓을 사야 바양자그 절벽에 갈 수 있다.
책상 판과 같은 절벽 위에서 아래로 깎여 나간 붉은 진흙 절벽이 이어져 있다. 주변이 깡그리깎여나가고 외돌개처럼 높다랗게 서 있는 진흙 더미도 있다. 비가 적은 사막이라 침식이 급격히 진행되지 않아, 그런대로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상당한 시간 동안 이런 형태의 지형은 유지될 것이다.
답사 중에 진흙 바닥에 색다른 물체가 보인다. 원형 돌 조각인데 무늬도 있고 사람의 손길이 들어간 것 같은 물건이다. 나도 드디어 석기 시대 유물을 발견했다. 하지만 내가 탐사자가 아닌지라 발굴은 할 수 없다. 그냥 그대로 두고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여기 이름이 바양자그인데 자그 나무숲은 보이지 않는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로 고비에서 자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절벽과 길 주변에 작은 새끼 자그가 외롭게 서 있을 뿐이다.
길 옆에 앵두처럼 생긴 붉은 열매가 달린 낮은 관목이 보인다. 롭슨에게 물으니 ‘하르마그’라고 한다. 이 열매로 술을 담근다고도 한다. 맛을 보니 단맛이 약간 있고 시다. 아직 채 여물지 않았다. 롭슨은 시골에 가면 많이 딸 수 있으니 가자고 한다. 그는 그의 동생들이 살고 있는 델게르흐 솜에 나를 데려가지 못해 안달이다.
최근에 몽골 공룡 화석에 대한 뉴스가 더러 올라온다. 고비에서 독특한 종의 공룡 뼈가 발견되기도 하고, 화석 밀반출에 대한 말이 꽤 나온다. 고비는 이런 뉴스의 근원지다. 그 중에 바양자그가 주요 지점이다. 여기도 고비 여행의 중요 포인트로 한국 관광객이 필수로 들리는 곳이다. 여기 와서 그냥 절벽이 멋있다고만 하지 말고, 중생대의 공룡과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가이드 중에 이런 설명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들이 아는 것은 단지 여기에 멋진 풍경이 있다는 것 뿐이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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