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여행의 로망은 끝없이 펼쳐진 사구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명색이 사막이라는 고비에서 사구를 보기는 어렵다. 모래 언덕인 사구는 특별한 곳 몇 군데에 만 있을 뿐이다.
사구가 있는 곳을 보면 공통적인 지형적인 특성이 있다. 사구 근처는 저지대로 습지를 이룬다. 그리고 인접한 곳에는 산악이 버티고 있다. 이는 사구가 생성된 과정을 알려주는 힌트다. 모래는 강물에 의해서 만들어져 강이 끝나는 호수나 바다 바닥에 쌓인다. 오랜 옛날에 호수나 바다 바닥이었던 곳이 지층의 융기에 따라 서서히 육지위로 오른다. 호수 바닥에 있던 모래는 바람에 날리게 된다. 바람에 날려 운반된 모래가 한 곳에 쌓여 사구가 된다.
몽골 최대의 사구 지대는 ‘홍고린 일승 망항’이다. 이를 보통 관광 안내자들은 ‘홍고르 일스’라고 부른다. 홍고르는 지역 이름이고, 일스는 모래, 망항은 사구이다. 그러니까 홍고르의 모래 사구이다. 단어 끝에 ‘ㅇ’이나 ‘ㄴ’이 있는 것은 이어진 단어의 소유격 조사가 붙여진 것이다.
홍고린 일스는 울란바타르에서 서남쪽으로 650km, 달란자드가드에서 서북쪽으로 216km 지점에 있다. 이곳은 고비 고르방 세한 자연보호 구역 내에 있는 모래 지대이다. 고르방 세한 산맥 남쪽으로 세브레 쯔릉긴 산맥이 있다. 두 산맥 사이에 넓은 평원 골짜기가 있다. 이 평원의 세브레 쯔릉긴 산맥 쪽에 길게 이어져 있는 모래 지대가 홍고린 일스다. 이 모래 지대는 서남에서 동북으로 180km 정도 되고, 폭이 넓은 곳은 27km, 좁은 부분은 800m 정도 된다고 한다.
쯔릉긴 산맥에서 내려온 물은 모래 속에 흡수되어 밑으로 흐르다가 세룽 샘, 아르가나 샘이라는 오아시스를 만든다. 이어 10km 정도 모래 밑으로 흐르다 지상으로 나와 강이 된다. 이 강이 홍고린 강이다. 모래 언덕 지대 아래는 평평한 습지를 이루고 그 가운데 홍고린 강이 흐른다. 모래 언덕은 식물이 자랄 수 없지만 아래 습지에는 잔디와 수풀이 무성하다. 오래 전에는 여기에 커다란 자그 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자그 나무는 다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은 유목민들이 화목으로 남획해서 그렇다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다.
홍고린 일스 관광은 열린 암을 구경하고, 그 다음 날 일정으로 가는 경우가 보통이다. 고비 고르방 세한 산맥 입구에 있는 열린 암에서 서쪽으로 150km 정도 사막 길을 가면 홍고린 일스 지역에 다다른다. 여기에도 관광 캠프와 유목민 게르가 있어서 숙박지 선택이 가능하다.
관광 홍보지에는 낙타를 타고 모래 언덕을 오르는 장면이 더러 있다. 그런데 여기의 모래 언덕에는 낙타 발이 빠져 갈 수 없다고 한다. 유목민 게르에서 낙타를 타고 트래킹을 하면 주로 홍고린 강이나 주변 들판을 가는 정도이므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사구 봉우리 등정은 가장 높은 봉우리를 저녁 무렵에 등정한다. 바닥에서 195m 정도 되는 가파른 모래 언덕을 햇빛 쨍쨍한 낮에 오르기는 어렵다. 해가 서편에 이르면 그늘이 지는 봉우리 동북쪽 편에 관광 차량들이 모여든다. 십여대의 프루공과 SUV가 수십 명의 관광객을 토해낸다. 이들은 가파른 능선을 따라 올라간다. 한 손에 썰매를 든 젊은이들도 있다.
모래가 부드러워서 발이 많이 빠진다. 신발이 거추장스럽다. 할 수 없이 신발과 양말을 벗어 한 쪽에 둔다. 내려 올 때 가져갈 요량이다. 주위를 보니 사람들이 더러 맨발이다. 기어 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옆에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놀고 있다. 롭슨은 저 개가 신발을 먹을 거라며 약을 올린다.
꼭대기 까지 오르는 데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높은 봉우리에 올라 능선을 따라 가면 이어진 사구에 갈 수 있다. 저녁노을 속에 사구 트래킹 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니 꽤 낭만적이다.
봉우리에 올라 위를 보고 누우면 모래가 날리며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장 높은 사구를 ‘도오트 망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도오’는 노래이다. 그러니까 노래하는 모래 언덕이다.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사구 꼭대기 부분에서 나는 음악 소리가 아래까지 들린다고 한다. 이는 햇빛에 달구어진 모래알이 바람에 날리면서 정전기가 충전되었다가 서로 방전되면서 나는 소리라고 한다.
남쪽에 있는 ‘하탕 세브레 산’을 여자들이 축복받는 산이라고 한다. 하탕은 여왕이다. 홍고린 일스가 있는 지역인 세브레 솜과 인접한 노연 솜에 이어져 있는 ‘톨리(거울) 바위’, ‘노연(왕) 복드(성자) 산’, ‘하탕 세브레 산’, ‘홍고린 일스’를 지역민들은 숭배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의 전설이 있다. 옛날에 여기에 성질이 몹시 나쁜 왕(노연)이 살았다고 한다. 그는 아내 세브레가 실증이 나서 떼어놓으려고 작정한다. 신하들에게 세브레를 멀리 사막 땅으로 보내라고 명령한다. 왕의 병사들에게 끌려간 여왕은 먼 땅에 끌려가 내동댕이쳐진다. 여왕의 몸에서 거울이 떨어져나가 금이 간다. 이 때 생긴 바위가 ‘톨리 바위’이다. 유배된 여왕은 왕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 매일 톨리 바위에 가서 자신의 얼굴만 뚫어지게 보며 하루를 보낸다. 이 때 그 앞 편에 노연 복드 산이 생겼다고 한다.
망명 생활하는 여왕은 우울한 날을 보내야 했고, 매일 강가에 와서 빗으로 검은 머리를 빗으며 앉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병사들 중에 홍고르라는 용사가 여왕을 사랑하게 된다. 홍고르는 여왕에게 모든 것을 바쳐 충성하여 그녀가 이 지역의 지배자가 되게 한다. 여러 해 후에 톨리 하드는 아래로 내려가 희미해지다가 용사와 사랑하는 여인이 밟는 땅의 길을 되려고 강에 들어가 디딤돌이 되었다고 한다. 이 후 암벽은 부서져 모래가 되어 지금과 같은 사구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몽골 초원 여행은 길에서 시달리는 여행이다. 관광 포인트 사이의 거리가 멀어 하루에 두 개 이상 가기는 어렵다. 하루에 하나다. 며칠 동안 연속 관광 포인트를 찍으며 간다. 현재의 몽골 여행 풍토는 이런 식이다.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우리나라 관광객 대부분은 일정 내에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찍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식으로 강행군하면 힘들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몽골 사람들의 삶과 문화는 전혀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냥 겉으로 보고 지나갈 뿐이다. 따라서 고비 여행을 오면 ‘차간 소바르가’, ‘열린 암’, ‘홍고린 일스’를 보고 나서 하루 쯤 쉬는 것이 좋다. 홍고린 일스에서 달란자드가드까지 이백킬로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달란자드가드는 인구가 삼만 이상 되는 꽤 큰 도시이다. 이 정도 되면 호텔과 좋은 식당, 문화 시설이 제법 있는 곳이다. 여기서 하루 이틀 정도 쉬면서 몽골 사람들의 생활을 보는 것도 괜찮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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