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믕고비 아이막의 중심 도시 달란자드가드는 울란바타르에서 서남쪽으로 580km 떨어진 곳에 있다. 돈드고비의 만달고비 까지는 도로 사정이 나쁜데, 우뭉고비로 들어서면 도로 포장 상태가 좋아진다. 이는 우뭉고비에 세계 최대의 구리 광산인 오요톨고이 광산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달란자드가드 서쪽에 ‘고비 고르방 세한’이라는 길이가 180km 정도 되는 거대한 산맥이 뻗어 있다. 몽골어로 고르방은 셋 이고, 세한은 좋은 것이다. 그러니까 고비의 세 개의 좋은 산이 있다는 것이다. 동, 중부, 서, 세 개의 산맥을 합해서 ‘고르방 세한’이라고 부른다. 해발고도는 가장 높은 동쪽 산맥이 2,846m 에 달한다.
동쪽 산맥의 입구에 변성암 지대의 암벽이 갈라진 거대한 협곡이 있다. 이 협곡은 달란자드가드에서 서북쪽으로 45km 위치에 있다. 여기에 ‘열(긴 수염 독수리)’이 많이 살고 있어서 ‘열린 암’이라고 한다. ‘암’은 입 또는 입구라는 뜻이다.
협곡의 큰 암벽은 높이가 거의 200m에 달할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다. 양 편에 가파른 암벽이 좁은 협곡을 이룬다. 그런데 암벽 겉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물에 의한 침식 지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은 화강암이 매끄럽게 깎여 나간 V자 계곡이다. 물에 의한 침식으로 생성된 전형적인 계곡이다. 여기는 물에 의한 침식이 아닌 단층 지질 활동으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협곡 바닥에는 작은 냇물이 흐른다. 바닥은 해가 전혀 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좁게 흐르는 냇물 위로 찬바람이 관통하여 지나간다. 그래서 기온이 외지 보다 상당히 낮아 겨울 얼음이 여름까지 남아 있다. 여름에도 얼음의 두께가 1m가 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올라가 8월에는 얼음이 거의 녹아 볼 수 없다고 한다.
7월 초에 방문하면 빙하가 어느 정도 남아 있어서 3km 정도 길이의 협곡에서 빙하 트래킹을 할 수 있다. 공원 입구에 말을 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을 빌려 타고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굳이 승마를 할 필요는 없다. 공원 입구에서 1km 정도 떨어진 협곡 입구 까지만 말을 타고, 협곡에서는 말에서 내려 도보 트래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협곡 입구 쉼터에서 건너편 암벽을 올려다보면 7부 능선쯤에 ‘열’의 둥지가 보인다. 멀리 보이는 암벽 높은 곳 갈라진 틈에 ‘열’의 새끼들이 까만 점으로 보이고, 암벽을 덮은 하얀 새 똥이 보인다. 망원경이나 카메라에 300mm 이상의 렌즈를 달고 가면 관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협곡 입구 들판은 물이 풍부한 곳이라 수풀이 무성하다. 토끼만한 설치류 한 마리가 수풀 속에서 움직인다. 이 녀석들이 ‘열’의 먹이인가 생각했더니 아니다.
‘열’은 사냥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 짐승의 사체를 먹이로 한다는 것이다. 주로 뼈에 들어 있는 골수를 좋아하는데, 작은 짐승의 뼈는 통째로 삼키고, 큰 동물의 뼈는 높은 곳에서 바위에 떨어뜨려 깨트린 다음에 골수를 먹는다고 한다.
‘열’ 은 중앙아시아의 해발 1,500m-3,000m 지역에 사는 육식 맹금이다. 몸길이가 95-125cm 정도이고, 날개를 펴면 3m 정도 된다고 한다. 주둥이 아래 긴 수염이 있어서 긴 수염 독수리라고 부른다. 한번 뛰어 날면 7,500m 까지 올라가는 가장 높이 나는 새라고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협곡 사이 쪽 빛 하늘에 구름 사이로 ‘열’의 비행을 볼 수 있다. 몽골에서 육식 새 중에서 가장 크고 희귀한 새 이어서, 1953년부터 사냥이 금지되었고, 2012년에 몽골 정부의 결정으로 7번째 희귀 동물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협곡 중간 쯤 가니 석기시대 사람들이 있다. 고비의 관광포인트 몇 군데에 석기 시대나 청동기 시대 것으로 보이는 암벽 그림들이 있다. 그걸 재현하려고 하는지 둘이서 열심히 암석 조각에 암각화를 새겨 팔고 있다.
협곡의 본격적인 길이는 약 2km 정도 된다. 입구가 상류이어서 물이 내려가는 방향으로 갔다가 되돌아와야 한다. 협곡 냇물의 경사는 급하지 않아 물의 흐름은 빠르지 않다. 중간에 쉴 만한 곳도 있고, 고비의 여름 폭염에 시달린 몸을 회복시키는 힐링 트래킹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여름 복장으로 갑자기 들어서면 한기에 시달리니 준비를 해야 한다.
여기도 높은 절벽에 슬픈 전설이 있다. 이 지역 인민의 아이 둘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자의 아버지가 둘 사이를 갈라놓게 된다. 그는 왕의 아들에게 딸을 강제로 취하게 한다. 그리고 왕의 아들은 남자 아이에게 속임수를 쓴다. ‘열’의 똥이 만병통치약이니 가져오면 처녀를 주겠다고 한다. 불쌍한 이 아이는 협곡의 가장 높은 암벽에 올라가 ‘열’의 둥지까지 간다. 그는 ‘열’의 똥을 뜯어내다가 떨어져 절벽 중간에 걸리게 된다. 결국 이 아이는 탈출하지 못하고, 육식 새의 먹이가 되고 만다. 그리고 왕자의 결혼 선물이 된 처녀는 그날 밤 탈출하여 실종된다. 다음 해 봄에 눈이 녹자 사람들이 ‘열’의 바위에 가 보게 된다. 사람들은 ‘열’ 둥지 아래 바위 갈라진 틈에서 처녀의 유골을 발견한다. 그 이후로 그 바위를 ‘해르트(사랑하는) 호여린(둘의) 흐틀(산마루)’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기에도 전해오는 이야기에 사랑이 있고, 지배자의 횡포가 있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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