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가장 서쪽에 알타이와 고비를 통과하는 900km 정도의 기다란 산맥이 있다. 여기에서 가장 높은 산이 ‘타븡 복드 올’이다. 타븡은 다섯이다. 글자로 쓰면 타븐이 되는데 몽골인들은 보통 타븡이라고 발음한다. 복드는 몽골 불교의 성자를 말한다. 그리고 올은 산이다. 그러니까 타븡 복드 올은 다섯 성자의 산이다. 실제 타븡 복드 올은 몽골 국에서 1996년에 자연보호구역으로, 2012년에 국가 성산으로 지정하여 4년마다 한 번씩 제를 올린다고 한다.
타븡 복드 올은 바양-을기 아이막의 챙겔과 울란 호스 솜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아이막은 우리나라의 도, 솜은 군에 해당한다. 타븡 복드 올의 높이는 ‘후이튼 어르길(추운 봉)’은 해발 4,384m, ‘내람달 어르길(평화의 봉)’은 4,192m, ‘부르기드 어르길(독수리 봉)’은 4,068m, ‘말친 어르길(목동 봉)’은 4,051m, ‘을기 어르길(고향의 봉)’은 4,050m 이다.
만년설로 덮혀 있는 타븡 복드 올에서 세 개의 큰 빙하강이 뻗어 있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녹아서 해마다 얼음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지구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90년에는 이곳 빙하는 사라질 거라고 연구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타븡 복드 올에 가려면 바양-을기 아이막 중심 도시인 을기로 가야 한다. 울란바타르에서 을기는 1,253km 거리에 있다. 울란바타르에서 을기까지 2차선 포장도로가 건설되어 있지만 자동차로 가려면 이틀 이상 걸린다. 그래서 몽골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을기로 취항하는 항공사는 에어로 몽골리아(https://www.aeromongolia.mn/)와 훈누 에어(https://www.hunnuair.com/)가 있다. 에어로 몽골리아는 월 수 금 일 격일로, 훈누 에어는 매일 가는 비행기가 있다.
비행기 요금은 성수기인 6월에서 8월까지 대략 30만원 정도이고, 비행 시간도 3시간 정도여서 부담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와 울란바타르 날씨 사정에 따라 운항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고, 울란바타르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울기에 도착해서 승객을 싣고 되돌아간다. 따라서 울란바타르에서 비행기가 취소되면 을기에서도 자동으로 운항이 취소되므로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필자도 울란바타르에서 일기가 나빠 운항이 취소되어 하루 늦게 을기에 들어갔다.
을기(Өлгий)에는 현지 여행사가 10여개 있다. 구글 지도에서 Өлгий 로 검색하면 을기 시내에 있는 호텔과 여행사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다. 알타이는 대부분이 유럽 여행자들이 찾아 오기 때문에 현지 여행사와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그런데 호텔은 규모가 작아서 거의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바양-을기는 카자흐 민족이 사는 곳이어서 몽골어로도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여행 상담이나 예약을 현지 여행사를 통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이 요구하는 여행비가 상당히 비싸다. 대략 하루에 1인 200달러 정도를 요구한다.
몽골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면 을기에 가서 호텔과 여행 차량 운전수를 물색해서 비용을 줄일 수 도 있다. 공항에는 자가용 택시가 항시 대기하고 있으므로 이동 수단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행 일정이 정해지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울란바타르에서 을기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 차량 운전수를 소개받으면 좋다. 여행 차량 운전수가 정해지면 여행 일정을 협의하고 서류 작업도 해야 한다. 여행 차량 운전수가 공항 픽업과 전체 여행을 안내하니까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알타이 타븡 복드 올은 중국, 러시아 접경 지대이다. 따라서 국경 출입 허가인 밀리터리 퍼미션을 받아야 한다. 여행사나 여행 차량 운전수에게 여권의 인적사항과 비자 출입국 스탬프 찍힌 곳을 사진 찍어 SNS 로 보내면 그들이 관계 당국에 사전 접수한다. 그리고 타븡 복드 올 입구의 국경검문소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밀리터리 퍼미션을 발급 받아 통과할 수 있다.
을기 시가는 알타이 산맥에서 흘러 나온 물이 모여 거대한 강을 이룬 보얀티강의 큰 여울 양편에 들어서 있다. 이 강은 헙드를 지나 ‘하르 오스 누르(검은 물 호수)’에 이르러 거대한 호수가 된다. 을기는 인구 2만 4천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고, 카자흐 민족이 살고 있다. 카자흐 사람들은 무슬림이어서 도시 곳곳에 무슬림 사원이 보인다. 여느 몽골 지역처럼 고개 마루에 어워(성황당과 비슷함)는 없다. 학교도 여기와 비슷한 인구가 사는 생샨드보다 많다. 7개나 있다. 이유는 카자흐 학교와 몽골 학교가 따로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몽골의 도시들은 광장 주변에 주요 시설이 모여 있다. 광장 주변에서 대여섯 개의 호텔이 발견된다. 현재 신축중인 10층 정도의 건물에도 호텔이 들어선다고 한다. 을기에 오는 사람은 하루에 40인승 비행기 두 대에서 내리는 사람이 전부다. 이 중에 절반 정도가 관광객이다. 관광객이 적으니 호텔에 빈방이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참고로 우리가 묶은 참바가라브 호텔(7042 0011)은 2인 객실이 6만 투그릭(3만원 정도)이다.
타븡 복드 올은 을기에서 2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우리는 4인승 러시아제 우아즈 헌터를 타고 타븡 복드 올을 향해 갔다. 몽골에는 몇 종류의 러시아제 오프로드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승합차 프루공, 사막용 4인승 자리스, 산악 차량 우아즈 헌터가 몽골 평원에서 위용을 자랑한다. 이 차들은 옥탄가 최저인 85 휘발유를 태우고도 엄청난 힘을 내는 고성능 엔진을 달고 있다. 우리나라의 승용차는 92 휘발유, 유럽 고급차는 95 휘발유를 사용한다.
을기에서 포장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50km쯤 가다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울란 호스 솜이 나온다. 솜의 마을을 멀리 바라보면서 들길을 100km 정도 가면 자빠크 바그 마을이 나온다. 바그는 작다는 말인데, 몽골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마을 행정구역이다.
자빠크 바그에서 산악 길을 따라 가면 고원에 초원이 이어진다. 가는 길 앞에 타르받(대형 설치류)이 나와 놀다가 자동차 소리에 놀라 황급히 굴로 도망간다. 이 곳은 타르받의 천국이다. 해발 3천 미터 이상 고원에 대형 포식 동물이 드물어 이 놈 들이 살기 좋은 모양이다. 독수리도 주먹만한 쥐나 잡지, 큰 개 만한 대형 타르받은 어림도 없다. 지난 봄에 카자크 유목민 부부가 타르받을 잡아 날로 먹었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은 사건이 있었다. 이걸 흑사병으로 오인하여 바양-을기 통행을 차단하였었다. 다행히 이후 두어 달 동안 비슷한 감염병이 발생하지 않아 봉쇄가 해제되고, 여행이 재개 되었다.
우리는 자빠크 바그에서 50km를 더 이동하여 카자크 유목민 게르에 들어 갔다. 이 곳 주인 이름은 연바그바타르이다. 이 곳이 우리가 타븡 복드 올을 구경할 베이스 캠프다. 여기는 관광 캠프가 없어서 이렇게 카자크 유목민 집에 신세를 지는 수 밖에 없다. 마침 저녁 시간이어서 그는 식탁에 아롤(우유 말린 과자), 터스(버터), 보르치크(기름에 튀긴 빵)를 차려 놓았다. 수태채(우유차)를 권하며 손님을 환대하는 그는 64세의 노인이다. 그에게는 아들이 4명이나 있다. 부자라고 했더니 그렇다며 좋아한다. 잘 시간이 되자 이들은 침대를 우리에게 모두 양보하고 게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잠자리를 만들었다. 여기는 밤에 기온이 많이 내려가기 때문에 난로에 아르갈(마른 소똥)을 태워 밤새 난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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