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소집 훈련 차 울란바타르에 왔다. 찬거리 준비하러 시장에 들렀더니 채소 가게에 명이 나물이 보인다. 몽골에 오기 전에 귀국단원에게서 몽골에서 봄철에 명이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아주머니에게 “인 요 웨(이거 뭐 예요)” 했다. “할리아르” 한다. 발음이 익숙치 않아 폰에 써 달라고 했더니 “ХАЛИАР”라고 써 준다.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꽤 많은 기사가 나온다.
할리아르는 다년생으로 4-6월에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잎은 길이가 10-20cm 정도로 길고, 폭은 5cm 안 되는 약간 좁고 긴 모양의 잎은 가진 외떡잎 식물이다. 부식토에서 잘 자라는 야생 양파 종류 중의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 몽골에는 알타이 성기노, 타나, 흐믈과 같은 여러 가지의 야생 양파가 있다. 이것들은 건조한 자갈밭에서 자라는 식물인 반면, 할리아르는 기름진 토양에서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주요 분포지가 숲이 많은 흡스글, 헨티 와 같은 몽골 북부 지역이다. 그러니까 고비에서는 볼 수 없다.
할리아르는 여름이 다가오면 꽃을 피우고 잎이 딱딱해 진다. 그래서 꽃이 피기 전에 잎을 수확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략 5-6월에 할리아르가 울란바타르 채소 시장에 많이 나온다. 할리아르는 잎에서 톡 쏘는 마늘 냄새와 맛이 난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산마늘 또는 명이라고 부른다. 몽골에서는 “숲 마늘, 야생 마늘, 곰 양파, 히브리 양파, 생강 마늘”로 불리워 진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할리아르 잎을 따뜻한 방에서 건조시킨 다음 보관하여 약으로 쓴다고 한다. 압력솥으로 진액을 뽑기도 하고, 즙을 내 복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유 버터에 할리아르 잎을 절여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잎을 잘게 썰어 고기와 같이 넣어 호쇼르를 만든다고도 한다.
울란바타르 거리에 ‘халиартай хуушуур(할리아르테 호쇼르)’라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할리아르가 들어 있는 호쇼르라는 말이다. 호쇼르는 고기 완자를 밀가루 전병에 납작하게 넣어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튀긴 만두라고 여기면 되는 몽골인들이 자주 먹는 간편 음식이다. 식당 주인에게 할리아르를 사계절 넣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할리아르를 말려서 일년 내내 ‘할리아르테 호쇼르’를 만든다고 한다.
손바닥보다 큰 호쇼르가 하나에 천 투그릭이다. 호쇼르 속 완자에 녹색 점이 듬성 등성 박혀 있다. 몽골 장정들은 점심 식사로 이런 호쇼르를 네 개 정도 먹는다. 나는 이런 호쇼르를 두 개 까지는 먹을 수 있다.
할리아르에는 망간,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라이코신, 피톤치트, 비타민 등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생력이 뛰어나고, 동맥 경화, 심근 경색, 괴혈병 치료에 사용된다고 한다. 유럽에는 할리아르 진액이 피를 청결시키고, 음식 소화에 도움을 주고, 회충을 제거하는 약으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할리아르 간장초절임 하기
채소 가게에서 가격을 물어보니 손목 굵기 할리아르 다발이 하나에 천 투그릭이다. 이를 우선 다섯 다발을 샀다. 저울에 다니 1킬로그램이 조금 넘는다. 가지고 와서 간장 식초 절임을 하였다.
먼저 수돗물로 씻으면서 줄기에서 잎을 떼어 낸다. 잘 씻은 할리아르 잎을 건져내 생수로 다시 씻는다. 몽골 특히 울란바타르 수돗물에는 금속과 석회 성분이 많아서 음용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리아르 잎을 건져내 플라스틱 통에 잎을 잘 펴서 차곡차곡 쟁인다. 그리고 통에 생수를 다시 가득 차게 붓는다. 그런 다음 통에 담긴 생수를 다른 그릇에 완전히 따라 낸다. 이 때 나온 물의 양 만큼 절임용액을 만들면 남지 않고 딱 맞는다.
물을 따라 내고 할리아르 잎을 꺼내 펴서 말리는 동안 절임 용액을 만든다. 용액에는 진간장, 식초, 물, 설탕을 거의 같은 비율로 넣으면 적당하다. 아내의 조언을 받아 진간장:식초:물:설탕=1:1:1:0.75 로 혼합한다. 참고로 3.5L 들이 용기에 종이컵으로 진간장 5, 식초 5, 물 5, 설탕 4컵이 들어갔다. 여기에 소주를 부으면 쉽게 산화되지 않는다고 해서 보드카 반 컵 정도 부었다.
할리아르 김치 담그기
명이 나물 김치에 대한 정보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대부분이 깻잎처럼 잎을 펴서 놓은 다음 양념을 바르는 식이다. 할리아르 잎이 딱딱하기 때문에 고구마 순 줄기 김치 처럼 살짝 데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마늘 향이 빠져 나갈 것 같아 소금물에 절인 다음 김치를 담구었다.
시장에서 줄기가 많이 자란 할리아르는 한 다발에 천 투그릭이고, 줄기가 덜 자란 어린 잎은 천오백 투그릭이다. 천오백 투그릭짜리 다섯 다발을 사다 소금물에 다섯 시간 정도 담가 절였다. 소금물의 농도는 김치보다 약간 짜게 했다. 여기서는 암염을 사용한다. 한국의 천일염보다 매우 짜다. 물 4L에 암염 소금 종이컵 반 컵 정도만 넣어도 김치보다 훨씬 짜다.
양념에 마늘을 넣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는데 마늘이 음식 맛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늘도 넣고, 생강, 양파, 무, 배를 갈아서 양념을 했다. 고춧가루는 색깔이 예쁘게 나올 정도로 만 넣으면 좋다.
마늘 2개 생강 엄지손톱 만 한 것 1개 주먹 만 한 양파 절반 무 주먹 크기 만 한 조각 주먹 만 한 배 1개
양념에 진기를 주기 위해 밀가루 풀을 쑤어 넣었다. 종이컵 1개 정도의 밀가루를 라면 하나 정도 끓일 물에 개서 중간 정도의 불에 10분 정도 가열하면서 잘 저어준다. 물에 갠 밀가루 반죽을 가열하면 조금씩 익어가면서 차차 찐득찐득 해진다. 물에 갠 밀가루 색이 약간 노랗고, 끈끈해지면 풀이 완성된 것이다. 김이 풀풀 나도록 끓이지 않아도 된다.
소금물에 절인 할리아르 잎을 씻어 물기를 약간 말린다. 다섯시간이나 절였는데 할리아르 잎이 별로 연해지지 않고, 소금기도 거의 스며들지 않았다. 깻잎 절임처럼 할리아르 잎을 한 층 얇게 펴서 양념을 바르고, 부추를 사이사이에 넣으면서 층층이 겹쳐 양념을 했다.
휴가 가기 전에 몽골 특산물 할리아르로 반찬을 두 가지나 만들었다. 이 반찬이 휴가 다녀온 7월 중순쯤이면 맛있게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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