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 고원은 5월이 되면 눈이 녹늑다. 울란 호스 솜 자빠크 바그의 카자크 유목민은 가축을 이끌고 고원 유목지로 들어간다. 몽골 초원의 유목민들은 둥근 나무를 겹겹이 쌓아 가축 우리를 만든다. 나무가 거의 없는 알타이 고원에서는 돌담을 둘러 가축우리를 만들고, 우리 곁에 작은 창고를 짓는다. 카자크 유목민은 사람이 거처하는 게르만 이동하고, 돌담 가축 우리는 남겨두고 다음 유목지로 떠난다.
타븡 복드 올 입구에 들어서자 지붕이 높다란 카자흐 게르가 나타난다. 눈이 많은 산악에 사는 카자크 사람들은 게르의 지붕을 높여 경사지게 만든다.
게르의 골격은 지붕의 중심 ‘톤’, 빗살 무늬로 나무를 엮은 벽인 ‘한’, 톤과 한을 연결하는 서까래역할을 하는 기다란 막대 ‘온’으로 이루어진다.
몽골 게르는 소나무를 깍아 만든 곧은 ‘온’을 사용한다. 카자크 게르는 참나무 가지를 통째로 구부려 만든 ‘온’을 사용한다. 이들은 온의 굵은 쪽을 20cm 정도 구부려 기다란 기억자로 만들어 ‘한’과 ‘톤’을 연결한다. 따라서 구부러진 길이만큼 벽이 높아지고, 지붕경사가 뽀족하게 된다.
몽골 게르는 ‘온’의 한 쪽 끝에 고리를 만들어 ‘한’의 가지에 걸기만 한다. 그러나 카자크 게르는 ‘온’의 한쪽 끝과 ‘한’의 가지를 끈으로 단단히 묶어 심한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한다. 게르의 구조는 비슷하지만 부분적으로 다른 것은 바람이 많고 추위가 심한 오지에 사는 카자크 인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7월의 고지 초원은 풍요로운 계절이다. 야마(염소)는 여름털이 무성하게 자라 몸을 덮고 있다. 연바그바타르의 아들들은 우리에 멍석을 깔고 야마 털을 깍는다. 어미 야마를 멍석위로 올려 놓고 네 다리를 묶는다. 야마는 옆으로 드러누워 꼼짝을 못한다. 청년들은 서둘러 가위로 야마의 긴 털을 깍는다. 야마 털은 사람들이 군침 흘리며 쇼핑하는 캐시미어 원료가 된다. 요즘에 야마 털은 유목민의 주요 수입원이 된다. 그래서 몽골에서 야마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4월에 태어난 이시크(야마 새끼)는 6월이 되면 젖을 떼고, 풀을 뜯기 시작한다. 유월부터 유목민들은 야마(염소) 젖을 짜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암컷 어미 야마를 붙잡아 머리를 맞대게 하고 겹겹이 묶는다. 이를 야마상(염소 진열)이라고 한다. 작년 여름에 고비 사막에 보았던 야마상과 비슷하다.
그 다음 젖을 짜는 것은 여자들의 몫이다. 연바그바타르의 아내와 여동생, 큰 아들의 아내, 방학 중이라 시골집에 와 있는 조카 악송하르가 있다.
악송하르는 중학교 3학년이다. 한 참 꿈 많은 소녀인 악송하르는 귀걸이도 하고, 제법 멋을 낸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알타이 산중에서 가족을 위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유목민의 모습이다.
알타이의 소는 야크와 비슷하다. 이들은 야크 우후르(소)라고 하는데, 그냥 우후르라고 부른다.
지난달에 태어난 새끼들은 가축 우리 곁에 밧줄로 묶여 있다. 이 놈 들을 묶어 놓는 이유는 어미 소가 새끼에게 젖을 주려고 돌아오게 하기 위함이다.
하루 종일 들에서 풀을 뜯은 어미소가 저녁이 되면 새끼 곁으로 온다. 이때부터 여자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새끼가 어미 젖을 먹을 때 어미 소의 뒷다리를 묶는다. 어미 소는 움직이지 못한다. 새끼가 어느 정도 젖을 먹고 나면 여자들은 젖을 양동이에 짜기 시작한다. 젖을 다 짜고 나면 어미와 새끼를 풀어 주어 같이 돌아다니게 한다.
해가 서산에 걸리면 남자들이 들에 흩어진 소를 우리 쪽으로 몰고 온다. 그러면 다시 새끼들을 묶어 이동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새끼들이 젖을 먹고 나면 소 젖을 다시 짜 낸다.
카자크 유목민과 몽골 초원의 유목민의 생활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알타이 고원은 겨울이 되면 영하 오십도까지 기온이 내려간다고 한다. 7월 말이면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8월에는 눈이 고원을 덮는다. 9월에는 유목민들은 자빠크 바그 마을로 돌아가 겨울은 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들에게 알타이 고원은 석 달 간의 여름 별장인 셈이다.
알타이는 독수리의 고장이다. 을기에서 울란바타르로 가는 알탄셔츠-부키 로드를 따라 사오킬로미터 정도 가면 거대한 호수 바얀 오르기를 만난다. 여기는 바양-을기 카자크 사람들의 휴양지다. 호수 물이 따뜻하여 물놀이가 가능하다. 호수 주변에는 리조트가 차려져 있다.
호수 하류는 내가 갈래갈래 흘러 습지 평원을 이룬다. 이 습지 평원에 부르기드(독수리) 사냥꾼 집들이 있다고 해서 찾아 갔다. 들판 곳곳에 게르가 있고, 게르 곁에 독수리가 메어져 있다.
그런데 시기를 잘 못 골라 방문하였다. 독수리 사냥은 겨울에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자크 복장을 차리고 온 독수리 사냥꾼 한 사람과 기념 촬영 만 하였다. 그는 지난 겨울에 여우를 열 마리나 사냥했다는 것이다. 여우 가죽 두 개를 어깨에 걸치고 자랑한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습지인지라 모기가 극성이다. 추운 지역 여행이라 우리는 모기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해 오지 않았다. 습지에서 새카맣케 달려드는 모기에 대응할 방법이 전혀 없다. 할 수 없이 을기로 서둘러 돌아 왔다.
을기에 돌아오자 마침 몽골의 나담 기간이라 바양-을기도 지역 나담을 개최하고 있다. 여기서는 후레라고 한다. 예술극장 앞에는 극장 악단의 야외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몽골의 아이막에는 중심 도시에 3백석 규모의 예술 극장이 있다. 그리고 솜에는 이의 절반 수준의 문화 센터가 있다. 이 극장 이름은 ‘내렘짓드 흐끄짐트 드라민 떼아뜨르(평화 발전 연극 극장)’이다.
극장 앞 계단에 카자흐 민속 악기로 편성된 15명 정도의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왈쯔를 연주하고 있다.
몽골의 머린호루를 비롯한 민속 악기들은 유럽 클래식을 무리없이 소화한다. 카자흐 악기도 이에 못지않다. 중앙아시아의 두 줄로 켜는 현악기를 통칭해서 이켈이라고 한다. 이켈은 몽골어의 ‘이흐 헬’로서 큰 소리라는 뜻이다. 중앙아시아의 서쪽으로 가면 이켈의 소리통이 바가지 모양이고, 동쪽 평원에서는 사각형이 된다. 몽골 평원에서는 이켈의 머리에 말머리 장식을 달아 ‘머린 호루(말의 악기)’라고 부른다. 카자크의 이켈은 킬고비즈라고 하는데, 바가지 모양의 소리통이 달려 있다.
카바크 돔브라 악기 소개
카자크 돔브라 연주
몽골이지만 카자흐 사람들의 축제라 사회자의 맨트와 악기 소개는 카자흐 말로 한다. 한 연주자가 나와 비파와 비슷한 돔브라를 소개한다. 이어진 이들의 연주가 멋지다. 연주 수준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 인구 2만 여명에 불과한 도시에 이런 전문 예술가들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부러웠다. 비행기 시간 기다리며 시내를 배회하다 우연히 만난 카자크 악단 연주를 덤으로 즐겼다.
카자크 시비즈지 악기소개
카자크 오케스트라 시비즈지 연주
카자크 오카리나 연주
카자크 오케스트라 연주1
카자크 오케스트라 연주2
https://youtu.be/XEh0Ns0XYu8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몽골생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