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 형제들은 델그르 솜에서 유목 생활을 하고 있다. 큰 형은 양과 염소를, 둘째는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소와 말을, 막내는 큰 형 게르 옆에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이들 형제들은 초원에서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오늘부터 하기로 한 ‘어월 이데슈’는 이 형제들의 공동 작업이다.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도 하루 안에 마치기 어려운데, 뜻하지 않은 손님이 왔다. 솜(우리의 군에 해당함)의 ‘탐긴 가자르(관청)’의 공무원들이 인구와 가축 조사를 위해 왔다. 몽골에서는 12월에 전국에 걸쳐 인구와 가축 수를 헤아리는 조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의 군수격인 관청의 장과 공무원 3명이 조사를 위해 바트 형제들의 유목장에 온 것이다.
소와 말은 멀리 초원에 나가 있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면서 조사하기는 어렵다. 양과 염소는 게르 근처에 무리지어 있어서 직접 마리 수를 헤아리기로 했다. 먼저 양과 염소를 몰아 우리에 넣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한 마리만 나갈 수 있을 만큼 물을 열고 우리 안에서 무리를 밖으로 내 보낸다. 줄지어 나가는 양과 염소를 공무원들이 역할을 맡아 수를 헤아린다.
가축 조사가 끝나면 공무원들은 게르 안으로 들어와 인구 조사를 한다. 이들은 주인이 권하는 수태채를 마시고 나서 인구 조사를 시작한다. 우선 공무원 한 명이 식구들을 차례로 불러 앉혀 놓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기록을 한다. 설문하는 항목이 꽤 많다. 개인별로 사진이 붙어 있는 기록 서류 노트도 있다. 무엇을 조사하는지 궁금하지만 낯선 이방인이 서류 보자면 실례가 될 거 같아 참았다.
가족 조사가 마무리되자 세무 담당 공무원이 가장인 바트 호야크를 불러 소득 조사를 한다.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일일이 계산하니 시간이 꽤 걸린다. 이 동안에 안주인인 자르갈은 게르 난로에 몽골 만두인 ‘보츠’를 찐다. 겨울에 몽골 초원에서 보츠만한 간편 음식이 없다. 한가한 날 보츠를 만들어 밖에 내 놓기만 하면 순식간에 냉동이 된다. 이것을 주머니에 담아 밖에 두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냉동식품이 된다. 이걸 필요할 때 가져다 찌기만 하면 된다.
공무원 중에 보건 담당 의사도 있다. 의사는 먼저 노인의 혈압부터 잰다. 노인의 혈압이 140이 넘게 나온다. 고혈압이다. 고혈압을 ‘초스니 따랄트’라고 한다. 의사는 병원에 가서 진찰하고 약을 먹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가족들을 차례로 검진하고 주의 사항을 전한다. 이들의 조사가 거의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쯤에야 이들은 그들이 타고 온 SUV를 타고 초원의 다른 가족을 찾아 떠났다. 이들은 12월 중에 델그르 솜에 사는 모든 유목민 가족을 조사해야 한다고 한다.
몽골 통계국은 2017년도에 몽골의 가축 수가 6,620만 마리라고 발표했다. 몽골 인구가 300만명 정도이니 몽골에는 사람람 수의 20배 정도의 가축이 살고 있다. 예전에 이런 통계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했었다. 오늘 군수와 공무원들이 초원에 다니면서 유목민들을 직접 대면하고 확인하는 조사 과정을 보니 궁금증이 풀렸다. 노마드에게 정착민보다 더 꼼꼼한 면이 보인다. 초원을 유랑하며 사는 이들이 일을 대충 할 거라 지레짐작하면 곤란하다. 이들에게는 살면서 지켜야 할 것은 꼭 지키는 굳은 신조를 가지고 있다. 황량한 자연 조건에서 설렁설렁하게 하면 생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국가에서 지시한 사항을 이렇게 꼼꼼하게 수행하는 것 같다. <저작권자 ⓒ 소금바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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