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교육기관은 6월 하순부터 8월말까지 방학이다. 이 기간 동안에 대부분의 교사와 직원들이 휴가에 들어간다. 이를 ‘아무른 사르(휴양 월)’이라고 한다. 지난 8월은 직원 대부분이 기관에 나오지 않았다. 증명서가 필요한 민원인들이 더러 찾아온다.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며 다음 달에 오라고 하면 한숨만 쉬고 그냥 간다. 한 달 내내 기관 지키는 ‘졸로치(경비)’를 하고 말았다.
8월 1일(수) 8월 초에 코이카 교육이 있고, 친구들의 여행 일정이 울란바타르에 걸쳐 있어서 덕분에 휴가를 즐겼다. 8월에는 울란바타르에 비가 많이 왔다. 비 덕분에 기온도 많이 내려가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두꺼운 잠바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해 진 후에는 활동이 좀 어려웠다. 태를지와 같은 근교는 시내보다 일교차가 더 크다. 낮은 삼십도 넘는 여름 날씨고, 밤에는 십도 근처까지 내려가니 여름과 겨울 옷을 같이 가지고 살아야 한다.
8월 11일(토)
두 주 만에 생샨드로 돌아간다. 울란바타르는 머무는 동안에는 계속 구름이 오가고 비가 내렸다. 올 해는 몽골 고원에 비가 많다고 한다. 기후 변화의 조짐이다. 고비로 가는 길 곳곳에 호수가 만들어졌다. 덕분에 들판은 푸른 옷을 입었다. 지난 겨울 초행 때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사막을 보았었다. 지금은 푸른 초원이다. 초원의 오축 무리도 배부른지 배를 깔고 앉아 쉬고 있다. 유목민들이 지금처럼 행복할 때도 없을 것이다.
8월 16일(목)
아침부터 엷은 구름이 하늘을 덥더니 이슬비가 촉촉이 내린다. 한국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무언가 바뀐 기분이다. 여기는 사막인데 사흘 거리로 비가 내려 땅을 적신다. 그런데 물이 풍부했던 한반도는 근 한 달 째 비가 없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습기가 많은 공기를 북으로 밀어 올려 몽골 고원까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여름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머지않아 사막이 초원으로 둔갑하는 상전벽해가 일어날까.
8월 22일(수) 일주일 만에 하늘이 또 흐린다. 벌써 바람은 선선하고, 다섯시에 일어나면 하늘이 캄캄하다. 하지 지나고 두 달이다. 여름 해는 멀어져 가고 있다. 델구르(가게)에 타르와스(수박)가 많이 나오고 있다. 몽골은 헙드 수박이 유명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헙드서 여기까지는 수박이 올 수 없단다. 여기도 수박 재배하는 곳이 가까이에 있고, 자밍우드 쪽에는 많이 있단다. 여기 수박은 축구공보다 조금 작다. 예전에 씨앗이 계량되기 전의 수박 비슷하다. 무늬없는 검은 수박은 길쭉하고, 줄무뉘 수박은 구형이다. 작아서 혼자서 먹기 수훨하다. 씨가 많아 조금은 불편하지만 맛은 상큼하니 뭔가 촌스러운 단맛이 난다.
8월 30(목)
해가 많이 짧아졌다. 새벽에 어둠속에서 아침을 준비한다. 어제 다녀온 알탄 쉬레의 게르 룬(이동) 활동 여독이 남아 몸이 여기저기 쑤신다.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는 아래 아침 운동을 하니 좀 풀린다. 코이카 활동하면서 시작한 근력운동이 효과가 있다. 내 나름대로 짠돌체조라고 이름을 붙였다. 운동을 하다보면 점점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이제는 아침 공기도 제법 서늘해졌다. 출근할 때 자켓을 걸치고 나가야 한다. 아직 한 낮의 해는 따갑지만 바람은 선선하니 가을이 지척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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