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스나이퍼

군인의 날 사격대회

강성욱 | 기사입력 2019/03/24 [12:04]

사막의 스나이퍼

군인의 날 사격대회

강성욱 | 입력 : 2019/03/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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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인 3월은 축제의 연속이다. 38일은 국제여성의 날이라고 뻐근하게 축제에 빠졌었다. 열흘 후인 318일은 몽골의 군인의 날이다. 사람들은 이 날을 남성의 날이라고 한다. 우리 기관 동료들은 토요일(6)에 하므링 히드 근처 캠프에서 남성의 날 파티를 한다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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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롭슨한테서 전화가 왔다. 둘이 다른 곳에 가자. ‘()’ 시합이 있다. 총을 쏘아보았느냐고 묻는다. 젊었을 때 삼년이나 군대 생활을 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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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슨은 사격장을 향해 차를 몬다. 사막에 사격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사막에서 골짜기 하나를 잡으면 그대로 사격장이 된다. 생샨드 교외 발전 단지 쪽으로 갔다. 거대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 단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언덕 사면에 거의 몇 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태양광 판넬이 깔려 있고, 언덕 위에는 베스타스 풍차가 줄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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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슨의 차는 너덜거리는 고물이지만 주인을 잘 만나 씽씽 잘도 달린다. 사막을 몇 킬로 정도 내달렸는데도 풍차 대열을 벗어나지 못했다. 풍차가 어림잡아 백 개는 넘어 보인다. 태양 발전과 합치면 이삼백 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대형 발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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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정부는 생샨드에 공업단지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더르너고비에 인접한 우문고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와 금 광산이 있다. 노천 광산이라 땅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땅 위에서 트럭에 광석을 퍼 담으면 그만이다. 리비아 사막처럼 대형 트럭이 광석을 싣고 질주하는 장면이 뉴스에 종종 등장한다. 여기서 나온 광석이 지금은 그대로 열차에 실려 중국으로 들어간다. 몽골 정부는 이 광석을 재련해서 금속 제품으로 만들어 내보내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있다. 중국으로 가는 길목인 생샨드가 그래서 주목 받는 차세대 산업 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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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언덕 아래 하일라스(사막 버드나무)가 서 있는 골짜기에 롭슨의 친구들이 사격장을 만들었다. 사격장이라고 해야 별 것이 없다. 타킷 하나와 러시아제 소총 한 자루다. 총 이름이 토즈. 구경이 작아 실탄 굵기가 손가락 반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위력은 대단하다. 들판에서 늑대도 잡는단다. 실제 생샨드에서 도시견을 줄이는 작업을 이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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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가진 것은 적지만 할 것은 제대로 한다. 생샨드 의과대학 교수가 대회장으로 나와 정식으로 명단을 작성하고 경기를 통제한다. 사격 통제관도 있고, 탄약관도 있다. 사격 통제관은 롭슨의 친구인 대장장이 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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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사격으로 한 발을 쏜다. 업드려 쏴 자세로 사격 자세 들어가면, 탄약관이 실탄 한발을 떨어뜨려 준다. 총은 영화에서만 보았던 따쿵총이다. 실탄을 약실에 넣고 노리쇠를 밀고 노리쇠 손잡이를 내린다. 50미터 앞에 있는 타킷의 영점이 눈에 가물거린다. 거의 동그라미만 보일락 말락한다. 거기다 총은 왜 이리 무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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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발을 하니 실탄이 작아 반발력은 거의 없다. 한 발 쏘고 나서 우루루 몰려가 확인한다. 그런데 타킷에 총알이 뚫고 나간 흔적이 안 보인다. 저런 헛방을 쐈군. 롭슨이 배후꾸(없다)’ 한다. 연습 사격 후에 세 발씩 정식 사격에 들어갔다. 정신 바짝차리고 애써봤지만 이번에도 몽땅 배후꾸. 군대에서도 안 됐는데, 여기서도 안 된다. 총은 나하고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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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다. 몽골에서 축제 먹거리는 당연히 허르헉이다. ‘다르항(대장간)’ 맥가이버들이 허르헉을 만든다. 허르헉처럼 만들기 편한 음식도 없다. 감자와 당근 넣고, 고기 넣고, 소금 넣고, 자갈을 사이사이에 넣고, 물 붓고, 뚜껑 잠그고, 불에 올려 놓으면 끝이다. 오늘은 야마(염소)니 마흐(고기)’. 허르헉은 김나고 삼십분 지나면 완성된다. 오늘 허르헉은 들판의 자갈을 대충 집어 넣었서 고기에 돌가루가 써그럭 거린다. 삼월의 부드러운 햇살아래 바람 잔 들에서 잘 익은 야마니 마흐와 보드카는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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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우승자는 롭슨이다. 9점 짜리 세 발을 쐈다. 사람들은 롭슨을 고비의 사나이라고 한다. 이 친구는 거의 모든 일에 나선다. 금반지를 만드는 게 그의 주특기인데, 소 잡고, 양 잡고, 파는 데고 동원되고, 심지어 내 컴퓨터실도 그가 다 만들었다. 이 사막에 와서 이런 친구를 만난 것도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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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후 별식이 나왔다. 남성의 날이라 남자에게 좋은 음식을 준비했단다. 몽골 초원과 사막에 사는 야생 설치류 타르왓이다. 이 요리는 뼈와 고기를 몸통 내부에 자갈과 같이 넣고 묶은 다음 허르헉처럼 삶아 낸 것이다. 이 녀석은 오늘 만져본 토즈로 잡은 것이란다. 타르왓은 야생에서 사는 놈이라 껍질에 지방층이 두툼하게 잘 퍼져 있다. 스나이퍼들은 지방이 몸에 좋다면서 타르왓이 최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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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보았는가 싶었는데 롭슨이 가자고 서두른다. 하므링 히드의 직원 파티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여기가 좋기는 하지만 직원들의 눈도장도 중요하다. 아쉽지만 스나이퍼들을 뒤에 두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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