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의 겨울나기 ③

몽골인의 어월 이데슈

강성욱 | 기사입력 2018/12/21 [11:36]

고비의 겨울나기 ③

몽골인의 어월 이데슈

강성욱 | 입력 : 2018/12/21 [11:36]

▲     © 강성욱

 

바트 가족은 이번 어월 이데슈에 양 다섯 마리, 염소 다섯 마리, 소 두 마리, 말 두 마리를 잡을 예정이다. 해가 뉘엿뉘엿하지만 형제들이 모두 와서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 안에는 이미 묶어 놓은 양과 염소가 있다. 오늘 양과 염소 작업은 마쳐야 한다고 한다.

 

▲     © 강성욱

 

먼저 우리에서 양과 염소를 한 마리씩 끌고 나온다. 올가미를 사용하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양을 가랑이 사이에 끼고, 머리 부분을 잡고 끌고 나온다.

 

▲     © 강성욱

 

▲     © 강성욱

 

양이나 염소와 같이 작은 짐승은 배를 한 뼘 정도 가른 다음에 손을 넣어 등뼈에 붙어 있는 핏줄을 잘라낸다고 한다. 그러면 몇 분 이내에 피가 몸의 피가 배안으로 모두 빠져 나온다. 양이 절명하는 시간이 불과 몇 분에 불과하다. 가축을 죽일 때, 고통을 최소한으로 주어야 한다. 이 녀석들이 살았을 때는 가족과 같았고, 고기는 양식으로 살과 몸이 되기 때문이다.

 

▲     © 강성욱

 

▲     © 강성욱

 

양을 해체하는 순서는 먼저 내장을 분리한다. 초식 동물의 내장에서 가장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첫 번째 위다. 여기에는 방금 먹은 풀이 잘게 잘라져 소화액과 같이 섞여 있다. 잘못하여 위 안의 내용물이 흘러나오면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조심조심 큰 위를 잘라 게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내용물을 버린다. 이 일은 바트의 어머니가 맡아 한다.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늙은 엄마가 뭐라도 할까 안절부절하는 것이 우리 네 노인과 비슷하다. 그래서 늙어 힘없어지면 서러운 것이다.

 

▲     © 강성욱

 

큰 위를 제거하고 내장을 모두 다라이에 걷어내면, 배에 고인 피를 그릇으로 퍼낸다.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이 다음 내장 정리는 아낙네들 몫이다. 바트의 아내와 제수가 다라이를 하나씩 맡아 일을 한다. 먼저 위와 소장, 대장 속에 들어 있는 음식물을 제거한다. 우리는 이런 작업을 할 때 물을 많이 써서 최대한으로 씻는다. 하지만 물이 귀한 사막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손으로 내장을 눌러 속에 든 음식물을 빼내는 것 밖에 없다. 음식물이 다 빠져 나오면 물을 한 종지 정도 넣어 내장 안을 씻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내장이 다 정리되면 제일 먼저 빠져나온 큰 위에 넣어 갈무리한 다음 밖에 내 놓는다.

 

▲     © 강성욱

 

양의 내장이 분리되면 가죽을 벗긴다. 먼저 네 발끝부터 가죽을 벗기고, 발목을 잘라낸다. 그 다음에 양의 몸통을 매달고 가죽을 분리한다. 몸통 부분은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합해 손톱으로 밀어서 가죽을 떼어낸다. 작업을 마무리하면 양 몸통을 트럭 적재함에 싣는다.

 

▲     © 강성욱

 

▲     © 강성욱

 

이들이 양 한 마리 작업하는 데 채 삼십분이 걸리지 않는다. 사용하는 도구는 기껏해야 과도만한 칼 한 자루다. 놀라울 정도로 숙련되어 있다. 바트 형제들은 불과 두 세 시간 만에 양과 염소 열 마리 작업을 완료했다. 소와 말은 내일 하자고 한다.

 

▲     © 강성욱

 

바트 형제들은 오늘 작업한 고기를 트럭에 싣고 둘째네 집으로 간다. 둘째 이름은 바트 저르크다. 바트 저르크의 집에는 창고로 사용하는 게르 한 동이 있다. 여기에 겨울 동안 먹을 양식을 저장한다. 불을 피우지 않는 게르는 그야말로 천연 냉동창고다. 고비 사막은 겨울에 한 낮에도 영하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짐승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방비만 하면 얼마든지 양식을 보관할 수 있는 훌륭한 창고가 된다.

 

▲     © 강성욱

 

▲     © 강성욱

 

집안 잔치에서 가장 신나는 녀석은 개 들이다. 몽골 초원의 게르에는 검은 털이 덥혀 있는 거대한 개 들이 있다. 몽골어로 개를 노호이라고 한다. 우리처럼 특별히 개 한테 이름을 붙여 부르지는 않는다. 이 녀석들은 보기와는 달리 순하고 사람을 좋아한다. 게르에 차가 들어오면 이 녀석들이 제일 먼저 반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처음 보는데도 달려 들어와 몸을 비비면서 반긴다. 힘이 엄청난 이 녀석들이 앞발을 들어 덤비면 몸이 휘청거린다. 몽골 전통개는 방카르라고 하는데 이 앞에서 얼쩡거리는 녀석들 중에 방카르는 없다. 이 집에 방카르가 두 마리 있는데, 그 녀석들은 게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돌아다닌다고 한다.

 

▲     © 강성욱

 

▲     © 강성욱

 

오랜만에 피 냄새를 맡았으니 회가 동한 개들이 작업장 주위를 맴돌고 떠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롭슨이 내장 한 조각 떼어 던져주니 한 녀석이 덥석 물어간다. 다른 개들은 이 녀석이 물어간 고기를 먹는 것을 바라만 보고 덤비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서열이 철저한 듯 하다.

 

▲     © 강성욱

 

▲     © 강성욱

 

12월의 고비는 해가 빨리 진다. 다섯시가 되지 않았는데 해는 어느새 서쪽 지평선 너머로 가버렸다. 사위가 캄캄해지니 할 수 없이 모두 게르 안으로 들어간다. 게르가 이 사막에서 유일한 안식처다. 게르 안에서는 안주인의 내장 정리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나 일을 마친 안주인이 저녁을 만든다. 내가 왔다고 특별히 밥도 하고, 고기도 볶았다. 우리 입맛에 영 쌩뚱한 몽골 음식도 이런 시골에 와서 먹으면 맛이 있다. 우리나라의 시골밥이 맛있는 거와 같은 이치다.

 

▲     © 강성욱

 

▲     © 강성욱

 

좁은 게르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낸다. 한쪽 침상에는 주인 부부와 두 살박이 아이, 나는 반대쪽 침상에, 롭슨은 호이모르(게르 안쪽) 앞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여기 게르는 아르갈(마른 소똥)을 태워 난방을 한다. 아르갈은 화력이 좋지만 연소시간이 짧다. 십 분 정도 마다 아르갈을 난로에 넣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안주인은 난로에 아르갈을 가득 넣고 불을 붙인다. 난로 속 아르갈은 한 시간 정도 맹렬하게 탄다. 그러면 게르 안이 후끈해진다. 그리고 불길이 사라진다. 아르갈이 타는 동안에 잠자리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꿈나라로 간다. 난로 불이 꺼지고 대략 두 시간 정도 지나면 게르 안의 온기가 사라진다. 추위가 엄습한다. 내가 일어나 난로를 정리하고 다시 불을 붙이면 게르에 소동이 날 것이다. 참는 수 밖에 없다. 패딩 껴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 추위를 견딘다. 그런데 대단하다. 몽골인들은 전혀 내색조차 없다. 심지어 바트는 윗통을 벗고 자고 있는데도 말이다.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     © 강성욱

 

겨울의 아침 해는 여덟시가 넘어야 올라온다. 일곱시가 넘었다. 게르 안이 훤해지는데도 몽골인들은 꿈적도 않는다. 할 수 없이 일어나 게르 문을 열고 나가니 바트와 롭슨이 웅성거리고, 자르갈이 일어나 난로를 정리하고 불을 붙인다. 게르 안이 덥혀지는 동안 언덕에 올라 일출을 바라본다. 초원의 일출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몽골의 관광철인 여름에는 일출 시간이 빨라 좀체 구경하기 어렵다. 춥고 힘들지만 겨울 여행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전통생활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