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봄이 온다 ②

게르의 삶은 그리 팍팍하지 않다

강성욱 | 기사입력 2018/05/29 [13:38]

사막에 봄이 온다 ②

게르의 삶은 그리 팍팍하지 않다

강성욱 | 입력 : 2018/05/29 [13:38]

▲     © 강성욱

 

몽골에서 게르는 전통 이동형 집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정집을 게르라고 한다. 도시의 아파트는 베르라고 하지만, 아파트 집을 마네 베르(우리 아파트)’하지 않고, ‘마네 게르(우리 집)’라고 한다. 사막의 게르는 직경 5미터 정도 되는 돔형 이동형 원룸이다. 사막 사람들은 이 작은 집에서 사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한다.

 

▲     © 강성욱

 

우리 키보다 조금 낮은 게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앞, 가운데 난로가 보인다. 난로 오른쪽에 연료를 넣는 입구가 있다. 그리고 오른쪽 벽에는 찬장이 있다. 그러니까 게르 오른쪽 부분, 난로와 찬장 사이는 부엌인 셈이다. 게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살림을 방해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게르에 들어가면 난로의 왼쪽을 돌아 들어가야 한다.

▲     © 강성욱

 

게르의 가장 안쪽은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 난로와 기둥 뒤로 보이는 부분이다. 이 자리는 호이모르라 불리는 상석이다. 여기에 의자나 침대가 놓여 있으면, 가장 연장자가 그곳에 앉는다. 그런데 보통 호이모르에는 장식장을 놓고, 그 위에 신당을 모신다.

▲     © 강성욱

 

▲     ©강성욱

 

출입문의 양쪽으로 침대가 하나씩 있다. 왼쪽 침대는 바깥주인, 오른쪽은 안주인이 사용한다. 왼쪽 출입문 옆에는 세면대가 있다. 세면대는 물 몇 리터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물통과 물받이, 양동이가 전부다. 물통에 달려 있는 꼭지는 수도꼭지처럼 틀면 쏴 나오는 게 아니다. 물통 아래 달려 있는 꼭지를 위로 밀어 올리면, 꼭지가 올려 진 공간만큼만 물이 나온다. 한번 꼭지를 올리면 주먹만큼 물이 나온다. 만약에 꼭지를 틀어 물이 주루룩 나온다면 통에 있는 물이 금방 없어질 것이다. 물이 귀한 이곳에서 물을 조금씩 빼내어 쓰도록 하고 있다. 여기 사람들은 적은 물로도 충분하게 세면을 한다.

▲     © 강성욱

 

난로에는 바닥이 둥근 솥이 올려 져 있다. 대략 10리터 들이 정도 되는 중간 크기의 솥이다. 이 솥 하나로 차를 끓이고, 음식을 만든다. 아침과 저녁에 난로에 불을 넣는다. 게르 안주인은 난로에 솥을 올려 차를 먼저 끓인다. 차는 우유가 들어간 수태채와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하루차 두 가지를 끓여 보온병에 담는다. 그러고 나서 이 솥에 음식을 끓이거나 볶는 요리를 한다.

 

▲     ©강성욱

 

솥에 음식을 할 때 뚜껑을 열어 놓아야 할 때가 있다. 뚜껑을 열고 어디에 놓나 궁금했다. 게르 천정 바로 위에 작은 보자기 하나를 달아 놓았다. 안주인이 음식을 할 때 솥뚜껑을 열더니 위에 있는 보자기속에 뚜껑을 쏙 집어넣는다. 이렇게 멋지게 공간을 사용할 줄이야.

▲     © 강성욱

 

안주인의 침대가 조리대 역할을 한다. 칼국수를 밀거나 도마를 사용할 때 이 침대 위에 밀판이나 도마를 놓고 일한다. 이들은 작은 공간에서 솥 하나만 가지고 사람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을 해결한다. 사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아주 조금 그리고,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들이다.

▲     © 강성욱

 

난로에 사용하는 연료는 마른 소똥이다. 보통 똥이라고 하면 냄새가 나고, 불결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마른 소똥을 그렇지 않다. 냄새가 없다. 태울 때도 물론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난로에 불을 넣을 때는 난로 뚜껑을 열고 소똥을 얼기설기 쌓는다.

 

▲     ©강성욱

 

소똥을 어느 정도 쌓으면 뚜껑을 닫고, 난로 문을 열고 불쏘시개를 넣고 불을 붙인다. 불쏘시개는 마른 소똥을 휘발류를 적셔 푸석푸석하게 만든 것이다. 사막에서 마른 나무나 풀을 구하기는 불가능하다. 마른 소똥이 유일한 연료다.

▲     © 강성욱

 

호이모르 앞에는 양탄자가 깔려 있다.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게르에 들어오면, 주인은 호이모르 장식장 앞에 깔린 양탄자에 앉는다. 사람들이 그 주변과 침대에 걸터앉으면 대략 칠팔 명은 앉을 수 있다. 안주인이 양탄자에 보온병과 그릇을 내 놓는다. 그릇이라야 1인당 컵 하나씩이다. 여기의 컵은 주둥이가 넓적한 국대접 처럼 생겼다. 이 컵을 아야그라고 한다. 주인은 손님에게 무슨 차를 마실 거냐고 물은 후에 차를 아야그에 담아 돌린다. 차나 음식을 나눌 때 반드시 연장자부터 드린다.

▲     © 강성욱

 

차를 마시고 나면 안주인이 아야그를 달라고 해서, 그 아야그에 음식을 담아 준다. 음식을 주면서 포크나 수저 중에 하나를 준다. 음식을 먹을 때 한 손은 아야그를 받치고, 한 손은 포크나 수저를 들고 먹는다. 우리처럼 밥상에 수저를 놓았다가 들었다, 젓가락을 들었다 할 수 없다. 아야그는 음식을 마시고 먹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그릇이다. 사람이 먹고 마시는데 사용하는 도구가 아야그 하나, 숟가락 하나가 전부다. 몽골 속담에 마실려고 해도 아야그도 없는 놈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집에라도 초대받을 수 없는 막 되먹은 사람을 말한다. 그만큼 몽골에서 아야그는 소중하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