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련을 견뎌야 여름을 맞는다

초원의 오월

강성욱 | 기사입력 2019/06/02 [17:50]

봄의 시련을 견뎌야 여름을 맞는다

초원의 오월

강성욱 | 입력 : 2019/06/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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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오월은 화려하다. 산과 들에 꽃이 만발하고 사람들 나들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몽골 초원에서는 큰 시련이 오는 계절이다. 지난 한 달 동안에 큰 바람이 몇 번 있었다. 뉴스에서 몽골 초원 곳곳에서 일어난 사고를 전한다. 항가이와 헨티 등의 초원에서 가축을 돌보던 목자들이 열 명 가까이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알타이 쪽에서는 타르밧이라는 야생 설치류에서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희생된 사람들도 있다. 봄은 기온이 영하 삼십도 이하로 내려가는 겨울보다 큰 시련을 준다. 이를 견뎌내야 생명이 살찌는 여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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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썰렁하다. 아니나 다를까 저 건너편 열 공장 굴뚝의 연기가 안 보인다. 파르도 차갑다. 지금부터 9월 까지 파르에 열이 들어오지 않는다. 낮에는 덮고 밤에는 춥다. 집안에서 긴 옷을 입어야 한다. 오늘 사무소 직원과 같이 울란바타르로 간다. 지난 달 마무리 한 현장사업 보고서와 영수증 등의 서류를 사무소에 전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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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타르는 고비보다 500킬로미터 정도 북쪽에 있다. 그래서 날씨는 생샨드보다 춥다. 그런데 비가 자주 내려 물은 풍부하다. 게스트 하우스 앞에 흐르는 셀비 강변의 잔디는 파랗게 돋아나 있다. 나무들의 잎이 다 나왔다. 길가의 할가에도 어느새 나와 잎을 활짝 벌리고 있다. 낮에 해가 오르면 더워지고, 바람이 불면 추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팔로 다니기도 하고, 코트를 입고 웅크리고 다니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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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바람이 심하다. 구름도 두껍다. 창밖을 보니 눈발이 날린다. 순식간에 겨울이 되었다. 눈은 밤새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샐비 강가는 하얗게 덮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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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에 가니 사람들이 의외로 적다. 더른고비로 가는 버스 앞에서 기사가 출발하지 못한다고 한다. 고비사막에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끊어졌단다. 할 수 없이 버스표 물리고, 울란바타르역으로 갔다. 515분에 울란바타르서 자밍우드로 가는 열차가 있다. 생샨드까지 нийтийн 니틴(일반석)’ 8,900투그릭, ‘ТАСАЛГААТ 타살가트(침실)’34,500투그릭이다. 열차 침실은 41실로 되어 있다. 홀수 번호가 아래층, 짝수 번호는 위층이다. 아래층을 달라고 해서 3번 침대를 배정받았다. 열차에 올라가니 객실에 젊은 아주머니 둘이 아이를 데리고 있다. 한 여자가 짧은 영어로 애원한다. ‘어프레이드 마이 베이비 폴 다운한다. 할 수 없이 자리 양보하고 2층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열차에 승차할 때 안내원이 승차권을 받아 간다. 승차하여 침실에 들어가면 깨끗한 침대 시트를 준다. 그리고 열차가 출발하면 차를 가지고 와서 권한다. 내릴 역에 다가오면 안내원이 와서 승차권을 돌려주고 시트를 회수해 간다. 그래서 깊이 잠들어도 하차 역을 지나칠 우려는 없으니 마음 편하게 여행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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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기관 앞의 가로수 녹음이 완연하다. 불과 열흘 만에 계절이 확 바뀌었다. 이번 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무에 물이 잔뜩 들어가니 이보다 더한 축복이 없다. 기관에 오니 모두 자밍우드로 출장 가고 텅 비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폭풍으로 전기 시설 고장 난 곳이 있어서 이틀간 정전이다.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 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푸르공 운전수 진대하가 터그(전기) 배후꾸(없다), 후무스(사람) 배후꾸, 아질() 배후꾸한다. 집에 들어가서 편히 쉬란다. 덕분에 한글 교실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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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9fzeW9aCf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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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바람 소리가 요란하다. 창밖을 보니 전기 줄이 심하게 흔들리고, 창 밖이 누렇다. 오늘 할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걱정이다. 10시쯤 기관에 가려고 완전무장하고 나갔다. 아파트 앞 어린이 놀이터 공사를 하는데, 이런 바람에도 인부들은 일하고 있다. 여기 노동자들은 진짜 열심히 일한다. 거리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거센 바람을 무릎 쓰고 일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아파트 사이를 지나가는데 센 바람에 몸을 가눌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길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식수가 떨어졌다. 전화를 하니 "자~(네)" 한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은 더 거세진다. 모래 바람에 창밖 시야가 거의 십 미터 정도 밖에 안 된다. 창문이 흔들려 요동한다. 창밖을 보니 놀이터의 인부들은 철수하고, 트랙터만 남아 있다. 한 참 후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물배달이 왔다. 이 바람을 뚫고 20리터들이 물통 메고 4층 까지 올라온 그가 고맙다. 저녁이 되니 바람이 잔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생긴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 모래 바람에 수도설비도 고장 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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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L9I8o-0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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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바람이 많아 힘들기는 하지만 좋은 점은 있다. 작년에도 5월에 사란 떼아뜨르(극장)에 몽골 중견 가스들의 공연이 몇 개 들어 왔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좋은 공연이 들어왔다. 울란바타르의 몽골 국립 오페라극장 단원들이 순회 공연을 온 것이다. 입장료 12,000투그릭에 몽골에서 저명한 성악가들의 노래를 듣는 호사를 누렸다. 레파토리는 하바넬라와 피가로의 결혼 같이 귀에 익은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와 몽골 가곡이 혼합되어 있어서 낯설지 않은 분위기로 좋은 공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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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없는 사막은 열기에 휩싸인다. 강열한 햇빛에 가열된 공기 온도는 순식간에 올라간다. 그렇다고 윗옷 벗어던지고 반팔 차림하면 곤란하다. 건조한 날씨 탓에 실내 공기는 차다. 오늘 코트만 간신히 벗고 나왔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한기를 느낀다. 요즘은 해가 다섯 시도 안 되어 올라온다. 다섯 시 십분 전에 맞춰진 자명종에 눈 뜨면, 어느새 방안에 해가 들어 와 있다. 덕분에 빛나는 사막을 보며 런치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저녁에는 8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동동 떠 있다. 어영구영 하다 해 넘어가면 한 밤중이 된다. 저녁 거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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