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의 겨울은 오히려 살만하다

12월의 고비 날씨

강성욱 | 기사입력 2019/01/03 [20:12]

고비의 겨울은 오히려 살만하다

12월의 고비 날씨

강성욱 | 입력 : 2019/01/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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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길게 늘어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파르(지역 난방) 열공장 굴뚝의 연기 기둥이다. 이 연기가 곧게 오르거나 북쪽으로 향하면 날씨가 그런대로 견딜만하고, 남쪽으로 향하면 매서운 추위가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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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는 하늘에 늘어진 햐얀 비행기 줄이다. 생샨드는 북경이나 서울로 가는 여객기 항로 아래 있다. 하루에 몇 번씩 서울을 오가는 비행기를 보며 산다. 고비의 지표면 기온이 영하 30도 정도면 고도 만이천미터 상공의 기온은 엄청나게 낮을 것이다. 비행기 꼬리에서 나오는 연기가 그대로 얼어 하늘에 하얗게 긴 줄을 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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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겨울 스포츠의 천국이 될 수 있는 나라다. 기온이 영하인 날이 6개월 이상이 되니 빙상장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숙소 옆에 빙상장이 생겼다. 스케이트 빌리는데 한 시간에 이천투그릭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별거 아니지만, 여기 아이들한테는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래도 스케이트 타는 아이들로 바글거린다. 밤늦게 까지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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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작인가. 언덕 너머가 모래 바람으로 뿌옇다. 하늘에는 층운이 넓게 드리워져 눈이라도 올 것만 같다. 이제부터 몇 달은 북에서 오는 찬바람에 맞서야 한다. 밖에 나가려면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외투는 물론 모자, 장갑, 목도리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목도리 칭칭 감고, 후드 모자 둘러쓰고, 눈만 내 놓고 간다. 이렇게 해도 오백미터 정도 밖에 안 떨어진 기관까지 가기 쉽지 않다. 매서운 한기가 눈 가를 얼린다. 견디다 못해 후드 모자 내리 눌러 눈까지 가리고 가다 서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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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기온이 영하 28도다. 그런데 실내 기온은 25도 이상이다. 지역 난방인 파르 덕분이다. 몽골 도시에서는 집안 난방 걱정하지 않고 산다. 아파트, 상가, 사무실 등 거의 대부분의 건물은 파르가 들어 와 있고, 난방 비용도 저렴하다. 숙소로 사용하는 방 하나 거실 하나 있는 아파트의 한 달 파르 비용이 3만 투그릭 정도 된다. 지역난방 열공장에서 몽골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탄을 때서 열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고비의 생샨드는 9월부터 3월 까지 지역 난방 열이 공급되어 실내에서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그래서 몽골인들은 영하 30도 아래의 강추위에서도 실내에서 반팔 차림으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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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기온이 많이 내려갔나 보다. 전기장판 켜고, 캐시미어 이불을 덥었는데도 추워서 잠을 설쳤다. 파르 열만으로 한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동지가 다가오는 요즘은 아침 8시 경이나 되어야 해가 올라온다. 아침 기온이 영하 27도다. 낮 기온을 영하 14도로 예상하는데 기상청 담당자가 너무 기온 변화를 낙관적으로 여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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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들어 큰 바람은 없다. 겨울 공기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밤에 최저 기온이 영하 30도 왔다 갔다 하지만 낮에는 따뜻하다. 햇빛의 위력은 대단하다. 해가 올라오면 순식간에 공기가 덥혀져 영하 10도 부근까지 기온이 올라간다. 한국에서의 영하 십도는 엄청나게 춥다. 그러나 고비의 영하 십도는 봄 날씨다. 건조하기 때문에 추위가 몸속으로 파고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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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몽골은 파티 속에 묻혀 있다. 직장과 사회조직별로 신년 파티를 한다. 이들의 신년 파티는 도를 넘는다. 오전에 인터넷 회사에 계약하러 갔더니 담당자가 없다. 어제 울란바타르에 신년 파티하러 가서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예수를 믿지 않아도 크리스마스는 성대하게 축하한다. 집집마다 트리와 장식을 한다.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도 한다. 우리의 사오십년 전 모습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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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서 몽골살이 일주년이다. 파견 동기 경진이가 중도 귀국한다고 한다. 지난번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이 나와 한국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았었다. 다행히 이상은 없다는데, 견디기 힘드는 모양이다. 그 애가 가면 고비에 나 혼자다. 혼자란 생각에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내는 지난 주 내내 독감으로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어제 괜찮아져서 출근했다고 하니 반가와 진다. 이러다가 나까지 우울증 오면 어쩌나. 다음 주 부터는 신년 행사로 이삼 주 그냥 지나 갈 테니 견뎌보자. 오랜만에 하늘에 구름이 덥혔다. 눈이라도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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