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떠날 준비를 하다

몽골의 가을

강성욱 | 기사입력 2019/10/06 [10:30]

가을에 떠날 준비를 하다

몽골의 가을

강성욱 | 입력 : 2019/10/06 [10:30]

  © 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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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북위 23.5도에 이르면 북반구에 햇빛이 강렬해진다. 여름의 시작인 하지이다. 몽골 고원의 공기는 강렬한 햇빛에 달궈져 흐름이 빨라지고 많은 구름이 만들어진다. 여름동안 울란바타르에는 거의 매일 비가 내렸다고 한다. 사막인 고비에도 한 두 주에 걸쳐 한번 정도 비가 내려 들판이 촉촉해졌다. 올해는 몽골 고원에 유난히 비가 많았다. 들풀은 때 맞춰 싹을 틔워 사막에 푸른 옷을 입힌다. 태양의 계절인 여름에는 들의 가축이 행복하다. 이 풍요의 계절에 유목민은 가축이 잘 먹고 크라고, 어지간하면 소를 도축하지 않는다. 가게에 소고기가 사라지고, 고기값이 비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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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점점 남으로 내려가 빛이 엷어지면 들의 열기도 식는다. 여름동안 에너지를 만들어 주던 나뭇잎은 나무에서 떠날 준비를 한다. 색이 점점 노래진다. 몽골 고원의 단풍은 거의 노란색이다. 가로수도, 강변의 보르까스도, 산자락의 낙옆송도 누런 옷으로 갈아입는다. 누렇게 변한 잎은 정들었던 나무와 작별하고, 땅에 떨어져 흙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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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갈가마귀들이 강가에 모인다. 멀리서 열 마리, 수무마리 줄 지어 날아온다. 어느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어림잡아 수만 마리는 되어 보인다. 몽골어로 수 많은 새를 얼롱(많은) 아롱() () 쇼보()’ 라고 한다. 새무리가 톨강을 선회하며 위세를 자랑한다. ‘--’하는 날개 소리가 마치 소나기 소리 같다.

  

 

 

 

 

새들이 모이는 이유는 떠나기 위해서다. 이들은 여름동안 풍성했던 톨강 가를 떠나려고 한다. 따뜻한 땅에 가서 새로운 먹이를 찾기 위해서다. 화창한 가을날이 계속 되는데도 새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들의 짐승들은 계절의 변화를 사람보다 먼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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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하늘이 흐려지고 바람이 분다. 어느새 바깥 공기가 차가와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나뭇잎에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멀리 복드항올의 숲에도 눈이 덮혀 산머리가 하얗다. 몽골 초원에 눈이 덮히면 나도 떠나야 한다. 어느새 나의 이년 동안의 활동 기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고비에 와서, 여러 사람들과 지냈다. 이제 초원에도, 사막에도, 사람들에게도 작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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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은 옷을 갈아입고 나무와 작별한다. 나는 이들과 어떻게 이별을 할까. 만남은 반갑다. 한데 이별은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뭐라 할까. 내가 이들과 헤어지고 나면,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한다. 다시 만나지 못하는 이별이라니 마음이 좀 켕긴다. 우리가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다시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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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고비 사람들과 만나고, 살았다. 이제 헤어져야 한다. 다른 삶을 한 번 살았다. 여기서 많은 것을 얻었다. 이들과 같이 일하고, 사막을 다녔다. 그리고 고비의 춤과 노래를 즐겼다. 짧지만 길었던 두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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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떨어져 나간다. 새들은 자기가 살려고 다른 땅으로 간다. 나도 길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새처럼 날아가려고 한다. 얼마 후면 나의 둥지로 돌아갈 것이다. 나뭇잎처럼 단풍되어 이별하지는 못한다. 그저 철새처럼 날아갈 뿐이다. 그런데 시간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도 이런 생각에 빠지고 있다. 좀 성급한가. 아마 가을 들을 보고 이런 상념에 젖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은 벌써 이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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